"당신은 600만원을 준다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리시겠습니까?"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하루라도 앞당기기' 위해 내년 초 영국에서 세계 처음으로 고의로 인체에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주입해 감염시키는 '휴먼 챌린지'(human challenge) 실험을 시도한다. 일종의 '마루타'다. 파이낸셜타임즈(FT) 등 현지언론은 20일(현지시간) 영국 정부가 임페리얼대가 주도하는 이 실험에 4300만 달러(약 490억원)를 지원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일반적인 백신 개발은 임상 최종 3단계에서 시제품을 자원자들에게 접종시킨 뒤 일상생활을 하도록 해 효과성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플라시보(위약·僞藥)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실험 대상을 두 집단으로 나눠 한쪽은 시제품을 한쪽은 가짜 약을 주사하는데, 최종 평가 전까지는 누가 백신을 맞았는지 알 수 없다. 그래서 접종자가 많을수록, 인종·연령이 다양할수록 좋다. 최소 3만명 이상이 필요하다.
하지만 영국의 '휴먼 챌린지'는 이러한 과정을 건너뛰고 백신 개발을 하려는 시도다. 첫 단계는 코로나19 감염을 유발하는 바이러스의 최소량을 알아내는 실험이다.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들의 상부호흡기(상기도) 전체가 감염될 때까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조금씩 늘려가며 주입한다. 18세~30세 사이의 '건강한' 사람 최대 90명을 뽑아 실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코로나19에 걸렸던 적이 없고, 심장병·당뇨병 등 위험요소도 없어야 한다. 실험은 영국 왕립병원 음압 격리병동에서 약 3개월간 진행된다.
연구팀은 1단계 실험을 끝낸 뒤 코로나19 백신의 체내 작용과 면역반응 등을 살펴본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 시험에 사용될 백신 후보물질이 어떤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참가자들이 2~3주가량 격리시설에서 지내면 받게 될 돈은 약 4000파운드(약 600만원)다.
임페리얼대 연구팀 크리스 치우 수석연구원은 "휴먼 챌린지는 독특한 방식이지만 코로나19에 대한 이해를 증가시킬 수 있고, 여러 잠재적 치료법과 백신을 가속화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코로나19 임상시험 참가자 모집단체 '원데이수너'(1Day Sooner·하루라도 빨리)를 통해 영국에서만 약 2000명, 세계적으로 3만8500명이 등록한 상태다.
위험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백신이 효과를 보지 못해 코로나19 투병을 하게 될 경우 연구진은 항바이러스제인 렘데시비르를 투약해 치료할 계획이다. 치우 수석연구원은 "우리의 최우선은 실험 참가자의 안전"이라며 "우리 연구진은 10년여간 호흡기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를 안전하게 진행해왔다. 위험이 전혀 없는 연구는 없지만, 위험을 최대한 낮추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실험의 설계에 대해 전문가 윤리위원회의 검토를 받고, 참가자 등록 전 영국 의약품 및 보건의료제품규제청(MHRA)의 승인을 받은 뒤 본격 실험에 들어간다. 실험은 독립된 위원회가 실험을 모니터링 할 계획이다.
피터 오프쇼 교수는 "각 참가자가 모든 위험에 대해 알도록 하고, 혹시 원한다면 코로나19 감염 전 참가를 철회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실험에 참여해코로나19에 감염되면 음성판정을 받을 때까지 임상시설에 남아 연구진의 세심한 모니터링을 받게 된다"고 밝혔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