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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죽였으면 속죄해야” 무죄받은 日고령운전자 "유죄 달라"

중앙일보

입력

2018년 교통사고를 일으키고 올해 법원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던 일본의 고령 운전자가 자신을 유죄로 해달라고 읍소하는 일이 최근 벌어졌다.

장남 "아버지에게 운전하지 말라고 설득했다" #"사람 친 게 무죄 될 순 없다"…최종 판결은 내달 25일

무죄를 유죄로 해달라고 부탁한 이는 가와바타 기요가쓰(88)다. 그는 지난 2018년 1월 군마 현 마에바시에서 운전 중 의식장애 현상으로 통학 중인 여고생 2명을 치었다. 사고로 한 명은 숨지고 한 명은 중상을 입었다.

무죄를 선고받은 일본의 고령 운전자가 자신을 유죄로 해달라고 읍소하는 일이 일어났다. 사진은 여고생 2명을 치어 중상을 입힌 가와바타 기요가쓰(사진 가운데, 머리에 붕대를 붙인 사람). [트위터]

무죄를 선고받은 일본의 고령 운전자가 자신을 유죄로 해달라고 읍소하는 일이 일어났다. 사진은 여고생 2명을 치어 중상을 입힌 가와바타 기요가쓰(사진 가운데, 머리에 붕대를 붙인 사람). [트위터]

올해 3월 마에바시 지방 법원 판결에서는 4년 6개월의 구형에 대해 무죄가 선고됐다. 가와바타가 복용하고 있던 약의 부작용이 사고의 직접적 원인으로 밝혀지면서다. 마에바시 지방법원은 "사고를 예견하기 어려웠다"는 주장을 인정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

그런데 공판에서 가와바타의 장남이 "아버지에게 운전하지 말라고 설득했었다"면서 "아버지에게 실형을 선고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피고 본인까지 유죄를 바란다는 뜻을 변호사를 통해 밝혔다.

올해 무죄를 선고받은 일본의 고령 운전자가 자신을 유죄로 해달라고 읍소하는 일이 일어났다. 사진은 가와바타가 일으킨 교통사고로 부서진 차량의 모습. [트위터]

올해 무죄를 선고받은 일본의 고령 운전자가 자신을 유죄로 해달라고 읍소하는 일이 일어났다. 사진은 가와바타가 일으킨 교통사고로 부서진 차량의 모습. [트위터]

교통사고 재판에서 한 번 무죄가 난 피고가 유죄를 주장하는 것은 드문 일이라고 일본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교육 관련 일을 하는 가와바타의 장남이 "주위에서 '사람을 치어죽인 게 무죄가 될 수는 없다'고 험담한다"고 말해 피고의 마음도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검찰이 법원의 1심 판단이 잘못됐다고 주장한 데다 피고 측도 이례적으로 유죄를 요구해 사건은 다시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군마 TV에 따르면 피고 측 변호인은 "피고는 88세로 살 날이 길지 않다"면서 "죄를 인정해 속죄하고, 책임을 지고 인생을 끝내고 싶어한다"고 전했다. 가와바타는 이달 초 열린 재판에는 직접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최종 판결은 내달 25일에 나올 예정이다.

이와는 대조적인 고령 운전자 사건도 있다. 지난해 일본은 80대 고령 운전자가 신호를 무시하고 시속 100㎞로 운전해 30대 여성과 3살 딸을 치어 숨지게 하고 9명을 다치게 한 '이케부쿠로 폭주 사고'로 발칵 뒤집혔다.

일본에서는 최근 고령 운전자가 교통 사고를 일으키는 일이 잦다. 지난해 과속 운전으로 2명을 숨지게 하고 9명에게 중경상을 입힌 이이즈카 고조(가운데)가 사건 현장에서 진술을 하고 있다. [트위터]

일본에서는 최근 고령 운전자가 교통 사고를 일으키는 일이 잦다. 지난해 과속 운전으로 2명을 숨지게 하고 9명에게 중경상을 입힌 이이즈카 고조(가운데)가 사건 현장에서 진술을 하고 있다. [트위터]

일본 열도를 떠들썩하게 했던 이케부쿠로 폭주 사고의 첫 공판이 이달 8일 열렸는데 피고인 이이즈카 고조(89)는 "차량에 이상이 생겼기 때문에 차가 폭주해 버렸다"면서 무죄를 주장했다.

이이즈카 고조가 통상산업성 공업기술원 원장을 지낸 고위 관료였다는 점 때문에 지난해 일본에서는 '상급(上級)국민'이라는 말이 회자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그를 바로 체포하지 않았고, 언론도 그를 지칭할 때 '용의자'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 등 특별 대우를 받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들끓으면서 '상급 국민'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이 형성됐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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