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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위 인공대지, 차고지 활용…‘컴팩트시티’가 도시 계획의 대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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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가 지난 14일 서울 을지로 은행회관에서 개최한 ‘제2회 컴팩트시티 연구 포럼’에서 각계 전문가들의 집중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중앙일보가 지난 14일 서울 을지로 은행회관에서 개최한 ‘제2회 컴팩트시티 연구 포럼’에서 각계 전문가들의 집중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더는 대규모 택지 개발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컴팩트시티는 도시계획의 대세가 됐다.”

중앙일보 주최 ‘제2회 컴팩트시티 연구 포럼’ 열려 #주거·일자리 등 유기적으로 연결 #신혼·청년 주택 및 편의공간 조성 #터널형 복개구조물 설치해 소음↓ #관리 사각지대, 운영 혼란 대비 필요

중앙일보가 지난 14일 서울 을지로 은행회관 2층 국제회의실에서 개최한 ‘제2회 컴팩트시티 연구 포럼’에서 나온 얘기다. 컴팩트시티는 도시를 고밀도로 조성, 이동 시간을 최소화하고 한 공간 안에서 다양한 시설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도시 개발 사업이다. 공터, 도로 위 등 이용도가 낮은 땅에 공공주택과 생활시설을 함께 짓는 게 특징이다. 지난해 말 서울시는  ‘주택공급 5대 혁신방안’의 핵심 전략 중 하나로 컴팩트시티 사업을 내놓았다.

도로 위 인공대지에 주택 및 편의시설 조성

중앙일보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도시 주거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법으로 컴팩트시티의 기능성 및 공익성에 주목했다. 서울시의 주택 건설과 도심 재개발 사업을 시행하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와 함께 컴팩트시티 연구 포럼을 추진한 배경이다.

앞서 지난달 15일 열렸던 제1회 포럼을 통해 컴팩트시티의 개념과 도입 필요성을 소개한 데 이어 이번 2차 포럼에선 서울시가 추진하는 주요 컴팩트시티 사업을 알리고 발전방향을 모색했다. 1회와 마찬가지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관계자만 참석한 가운데 비대면 방식(SH공사 청신호TV 생중계)으로 진행했다.

김세용 SH공사 사장이 ‘제2회 컴팩트시티 연구 포럼’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김세용 SH공사 사장이 ‘제2회 컴팩트시티 연구 포럼’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김세용 SH공사 사장은 모두 발언을 통해 “컴팩트시티 사업 계획을 해외에서 발표했을 때 여러 나라가 관심을 보였다. 이 포럼을 통해 사업을 확대 발전시켜 한국형 모델을 수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석연 교수(서울시립대)가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서 ‘신내4컴팩트시티 공공주택 사업’을 소개했다. 서울 북부간선도로(신내IC∼중랑IC) 위에 축구장 네 배 크기(2만7000㎡)의 대규모 인공대지를 마련해 공공주택과 주민 편의공간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인공대지에는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행복주택 990가구 및 세탁실·공용텃밭·운동실·라운지 등 주민 공동시설이 들어선다.

유 교수는 “이 지역은 서울 동북권과 수도권 신도시를 연결하는 관문이자, 주변에 신내 차량기지, 중랑 공영차고지 같은 대형 기반시설이 입지해 있는 점을 고려해 주변까지 아우르는 장기발전 구상이 필요했다”고 강조했다.

이를 충족한 것이 신내컴팩티시티 설계 국제 공모 당선작인 ‘연결도시(Connection City)’다. 단절됐던 도시공간을 도로로 연결하고 주변 지역과 소통하는 열린 도시 구조를 지향한다. 특히 ‘도로 위 도시’에서 우려되는 소음과 진동을 최소화하기 위한 최적의 구조와 공법을 제안한다. 도로를 감싸는 ‘터널형 복개구조물’을 설치해 북부간선도로에서 발생하는 소음원을 원천 차단한다. 그 위에는 도로와 건축구조물을 완전히 분리하는 ‘브릿지 시스템’(Bridge System)을 적용, 도로에서 발생하는 진동의 영향이 주택에 미치지 않도록 한다.

유 교수는 “이 설계에 따르면 주거·일자리·문화·레저·상업 기능을 통합하고 유기적으로 연결된 자족공동체가 만들어진다. 새로운 공공주택 모델 실현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공해 유발 차고지가 도심 연결 인프라로

이상윤 교수(연세대)는 서울 송파구에 있는 버스 차고지를 활용해 청년·신혼 주택과 공원을 조성하는 ‘장지 공영차고지 입체화 계획’을 소개했다. 이 교수는 설계 국제 공모 당선작인 ‘적층도시(Super-Laminated City)’에 대해 “3만8120㎡ 차고지에 대규모 도시숲과 행복주택, 생활SOC를 층층이 배치하는 설계가 신선했다”고 평가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버스차고지 시설을 지하 1층~지상 1층에 지은 뒤 그 위층에 도서관과 피트니스센터 등 생활 SOC 시설을 설치한다. 상부에는 부지 면적의 70%에 달하는 2만7000㎡ 규모의 도시숲을 조성한다. 도시숲 바로 옆에는 사회초년생과 신혼부부를 위한 행복주택 총 758세대가 들어선다.

이상윤 교수는 “장지차고지가 공해·소음을 유발하는 혐오시설에서 도심 연결 인프라로서 지역의 가치를 높이는 시설로 거듭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발제자인 김승배 피데스개발 회장은 ‘민간의 관점에서 컴팩트시티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김 회장은 공공사업의 문제점으로 ‘칸막이 규제’로 불리는 복잡한 결정 과정과 고비용 저효율의 사업방식을 들며 민간 참여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민간 사업자가 참여하게 되면 자금 조달이 수월해지고,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고품질 시설을 지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3인의 발제가 끝난 뒤 남순성 ㈜이제이텍 회장의 사회로 집중토론이 진행됐다. 강영종 교수(고려대)는 “공공의 건물을 민간이 사용하는 사업의 특성상 유지관리 주체가 중복(상충)될 수 있다”며 “관리 사각지대나 운영 혼란의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건기 해외건설협회장은 “정부 예산이 투입된 시설의 운영비는 자체적으로 충당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지속가능한 운영 방안을 마련한 후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이창현 교수(국민대)는 “사업안에서 공급자 관점만 보인다. 실제 거주할 정주민의 열망을 담아 달라”고 요청했다.

건설 및 도시계획 전문가인 정창무 교수(서울대)는 “도로 위에 압축도시를 만드는 건 위험할 수 있다. 레고 블록을 맞추듯 조립하는 ‘모듈러 공법’을 적용하면 필요에 따른 설계 변경이 용이하다”고 소개했다.

한편 중앙일보는 다음 달 12일에 컴팩트시티 관련 좌담회를 연다. 1·2회차 포럼에서 발제된 이슈를 점검 및 정리하는 자리다.

중앙일보디자인=김재학 기자 kim.jaih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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