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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상고온, 올해는 코로나…겨울축제 무산 위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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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면

지난 1월 18일 강원 태백시 소도동 태백산국립공원 당골광장이 ‘태백산 눈축제’ 대형 눈 조각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 전시장을 찾은 관광객으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 태백시]

지난 1월 18일 강원 태백시 소도동 태백산국립공원 당골광장이 ‘태백산 눈축제’ 대형 눈 조각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 전시장을 찾은 관광객으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 태백시]

강원 화천군에서 낚시점을 운영하는 정문영(81)씨는 요즘 고민이 많다. 이맘때면 산천어축제에서 판매할 낚시 장비를 구매하고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어야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축제 개최가 불투명해지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준비해놓고 취소하면 세금 낭비 #화천은 산천어 투입물량 절반으로 #평창 송어, 홍천강 축제 취소 결정

정씨는 “화천지역 상인들은 산천어축제 기간 열심히 장사해 일 년 치 월세를 마련하는 등 축제가 생계에 큰 보탬이 돼 왔다”며 “지난겨울엔 이상고온과 폭우에 화천천 얼음이 녹아 축제가 두 차례나 연기돼 어려움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빨리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돼 산천어축제를 열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강원지역 자치단체가 겨울 축제 개최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완화됐지만, 곳곳에서 여전히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 4대 겨울 축제로 꼽히며 매년 170만~18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산천어축제를 여는 화천군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축제를 열기로 결정하고 준비에 나섰다가 코로나19 재확산 등 변수가 생겨 낭패를 볼 수도 있어서다. 화천군은 축제에 쓰이는 산천어 계약 물량을 종전 190t에서 절반 이하로 줄여 놓은 상태다.

최문순 화천군수는 “코로나19 진행 추이를 지켜보는 상황으로 다음 달에는 개최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화천 산천어축제는 지역 농산물 판매 등으로 매년 1000억원 안팎의 경제 효과를 거두었다. 날씨가 추워지면 인구 2만4672명의 지역 주민이 축제 준비에 나섰다.

태백시의 대표 겨울 축제인 ‘태백산 눈축제’도 개최와 취소의 갈림길에 선 상황이다. 주요 프로그램인 대형 눈 조각 전시 작품을 만들려면 최소 2개월 전인 11월부터 축제 개최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 태백시는 시민 의견을 수렴하는 등 개최 여부를 두고 고민하고 있지만, 아직 명확한 방향은 잡지 못한 상황이다.

태백산 눈축제는 10억원 정도의 예산 중 준비 과정에서 70∼80%가 소요된다. 이 때문에 개최를 결정했다가 코로나19 상황이 악화하면 막대한 세금이 낭비될 수 있다. 태백시 관계자는 “앞으로 코로나19 상황을 예측할 수 없어 고민이 많다”며 “이달 중에는 개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고심 끝에 겨울 축제를 취소한 자치단체도 있다. 평창군은 지난달 초 코로나19 지역 확산 방지와 주민 안전을 위해 오는 12월부터 개최할 예정이던 ‘평창 송어축제’를 열지 않기로 했다. 한왕기 평창군수는 “군민 건강과 안전이 최우선이라 판단돼 불가피하게 축제 취소를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평창 송어축제는 2018년과 지난해 2년 연속 문화관광축제로 선정되는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역할을 했다.

홍천문화재단도 ‘홍천강 꽁꽁축제’ 를 취소하기로 했다. 다만 이미 계약한 송어 20t을 활용한 맨손 송어잡기 등 소규모 이벤트는 고려하고 있다. 전명준 홍천문화재단 대표는 “준비했다가 혹여나 코로나19로 축제를 못 하게 되면 주민 혼란이 불 보듯 뻔해 아예 열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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