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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째 공석인 서울대 총학생회장, 올해는 후보도 아예 없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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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관악구 서울대 정문. [연합뉴스]

서울 관악구 서울대 정문. [연합뉴스]

1년째 비어있는 서울대 총학생회장 자리가 또다시 공석이 될 처지에 놓였다. 서울대 총학생회 선거관리위원회가 1주일 전부터 2021학년도 총학생회장 후보 모집을 시작했지만 20일 현재 아무도 후보로 나서지 않고 있다. 후보 등록은 이날 자정 마감한다. 총학생회장 후보조차 나서지 않은 건 개교 이래 이례적인 일이다.

“총학 후보가 없는 건 처음본다”

서울대 총학생회 선거관리위원회는 총학 후보자를 모집하고 있지만, 20일 오후 2시기준 아무도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사진 서울대 총학생회 선거관리위원회

서울대 총학생회 선거관리위원회는 총학 후보자를 모집하고 있지만, 20일 오후 2시기준 아무도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사진 서울대 총학생회 선거관리위원회

민혁 서울대 총학생회 선거관리위원장은 이날 “오후 2시 기준 아무도 학생회장 후보에 출마하지 않았다”며 “과거 후보가 선거 운동 중 사퇴해 선거가 무산된 적은 있었지만, 후보가 아예 출마하지 않은 건 처음본다"고 말했다. 그는 “20일 자정까지 후보가 나오지 않으면, 내부 세칙에 따라 후보 모집을 일주일간 연장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대는 이번에도 총학생회가 구성되지 않으면 내년 4월까지 ‘단과대 연석회의’가 그 역할을 대행하게 된다.

학생회장 출마자가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대에선 총학 후보로 출마했던 선거운동본부(선본)가 구설에 올라 2회 연속 선거가 무산됐다. 이 때문에 학생회장 출마에 부담을 느끼는 학생들이 많을 것이란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11월 당시 단독으로 출마했던 ‘내일’ 선본은 포스터 표절 의혹으로 후보에서 사퇴했다. 이후 지난 4월엔 단독 출마한 ‘파랑’ 선본의 구성원 A씨가 성추행 논란에 휩싸이면서 선본 전체가 사퇴해 선거가 이뤄지지 않았다.

“코로나19로 학생회 구성 더 어려워”

지난해 서울 관악구 서울대 학생들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지명 철회를 촉구하고 있는 모습. [뉴스1]

지난해 서울 관악구 서울대 학생들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지명 철회를 촉구하고 있는 모습. [뉴스1]

사회적 변화 역시 학생회 구성이 어려운 원인으로 지적된다. 신재용 서울대 전 학생회장은 “학내에서 2000년대 초반부터 학생회에 대한 관심이 크게 줄었다"며 "여기에 올해는 코로나 19로 학생간 만남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보니 1년 동안 비어있는 총학생회를 다시 구성하는 게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학생회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건 서울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고려대도 지난해 12월 총학생회 선거에서 학생회장을 선출하지 못했다. 투표율이 22.18%에 불과해 정족수인 학생 구성원 1/3을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재 고려대는 각 단과대 대표들로 구성된 중앙비상대책위원회가 총학생회 역할을 하고 있다.

“학내 민주주의의 훈련·공론장 기능 필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1998년 외환위기(IMF) 이후 취직이 어려워지고 경쟁이 심화하면서 대학생들이 학생회 활동보다는 시험준비 등 개인적인 학업에 열중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학생회의 축소는 민주화 등 거대담론보다 취업 등이 더 중요해지면서 나타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어 “그렇지만 학내 공론장이 없어져 각 학생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기구가 줄어든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도 “과거엔 특정 운동권 계파에서 꾸준히 총학생회 후보를 출마시키곤 했는데 현재는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며 “학생들 사이에서 밀고 끌어주는 선후배 인맥의 연결고리가 약해진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설 교수는 “아무리 사회가 변했다 하더라도 학생자치와 총학 선거는 민주주의의 훈련 기능을 하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하다”며 “학생들 내부에서도 왜 학생회가 제대로 구성되고 있지 않은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지아 기자 kim.j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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