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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韓이 추납 제일 후해”···56세 캐나다인 연금 두배 매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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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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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 사는 캐나다인 A(56·회사원)씨는 지난해 7월 국민연금 보험료 98개월 치 3341만원을 한꺼번에 냈다. 과거에 안 낸 보험료를 추후 납부(이하 추납)했다. 그 전까지 51개월 치를 냈는데 추납한 뒤 159개월로 늘었다. 추납을 하지 않고 10년을 채웠으면 월 33만5510원의 노후 연금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추납 덕분에 노후 연금이 60만6810원으로 약 두 배로 뛰었다.

 국민연금 추납 제도가 재테크 수단으로 쏠쏠하다는 게 알려진 탓인지 추납을 활용하는 외국인이 적지 않다.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실이 국민연금공단에서 제출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7~2020년 6월 외국인 추납자는 908명이다. 2017년 196명에서 2018년 247명, 지난해 315명으로 늘었다. 올 1~6월 150명이다. 국내 내국인 추납자 증가세와 무관하지 않다.

 908명 중 중국동포가 520명으로 57%를 차지한다. 미국 140명, 캐나다 89명, 일본 46명 등이다. 오스트리아·러시아·인도네시아·캄보디아·프랑스 등 28개국 외국인이 추납을 활용했다.

 63세 미국인은 지난해 6월 155개월 치 보험료 1395만원을 추납했다. 추납 기간이 가장 길다. 이 미국인은 추납 덕분에 노후에 월 40만원의 연금을 받게 됐다.

 국내에서 경제 활동을 하는 외국인은 국민연금에 가입해야 한다. 한국과 사회보험협정을 체결한 나라라면 본국 연금에 가입하지 않아도 된다. 이중 부담을 방지하려는 장치다. 본국으로 돌아갈 때 그간 낸 보험료를 일시금으로 찾아갈 수도 있고, 연금으로 받을 수 있다. 연금을 받으려면 내국인과 같이 최소 10년 간 보험료를 내야 한다.

 최 의원실 자료를 보면 추납을 활용해 연금 수령을 위한 최소가입기간 10년을 채우는 외국인이 늘고 있다는 뜻이다. 최 의원실 관계자는 "한국 사람도 외국에 살면서 그 나라 연금에 가입하면 같은 혜택을 볼 수 있다. 외국인이 한국 연금을 받는 게 이상할 게 없다"며 "다만 다른 나라는 추납 조건이 우리처럼 후하지 않은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의 선진국은 추납 가능 기간을 학업, 육아 등으로 제한하고 기간도 무한정 허용하지 않는다. 한국도 추납 요건을 강화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한국은 과거에 보험료를 내다 중단했거나 혼인하면서 국민연금 대상에서 제외된 사람이면 거의 누구나 추납할 수 있다. 기간 제한도 별로 없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정부와 민주당은 추납 가능 기간을 10년으로 제한할 예정이다. 연내에 법률을 개정한다고 입법 일정을 공개한 상태다.

 신성식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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