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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은 이미 트럼프 낙선 예감? 슬슬 美에 발 빼고 中 눈치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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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미국과 중국 국기 사이에 있는 캐리커처.[SCMP 캡처]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미국과 중국 국기 사이에 있는 캐리커처.[SCMP 캡처]

“트럼프가 대만을 방문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만나는 모습을 합성한 사진. [타이완뉴스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만나는 모습을 합성한 사진. [타이완뉴스 캡처]

지난 12일이다. 일본에서 나온 뉴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월 대선을 전후해 대만을 전격 방문하고, 대만을 국가로 인정할 것이라는 거다. 사실이면 난리 날 일이다. 이는 사실상 트럼프의 대중국 선전포고다. 중국이 대만 침공에 나설 것이 불 보듯 뻔하다. 그걸 본 미국은 가만히 있을까. 곧바로 미·중 전쟁 시작이다.

[신화=연합뉴스]

[신화=연합뉴스]

당연히 트럼프 대통령의 대만 방문이 실현될 가능성은 작다. 미국 대선은 3주도 안 남았다. 트럼프는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에게 큰 지지율로 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 해외에 간다니.

트럼프 대통령의 대만 방문설을 보도한 일본 신문 내용을 보도한 중국 사이트.[환구망 캡처]

트럼프 대통령의 대만 방문설을 보도한 일본 신문 내용을 보도한 중국 사이트.[환구망 캡처]

기사를 쓴 곳이 일본의 석간 스포츠신문 유칸후지(夕刊富士)란 점도 신뢰도가 떨어진다. 극우성향 산케이신문이 발행하는 이 매체는 확인되지 않는 ‘파격적(?)’ 사실을 선정적으로 보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정작 놀란 건 미국에 적극적으로 다가가던 대만 정부다. 보도가 나온 직후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강력히 부인했다. 트럼프 대통령 측 반응이 나오지 않았음에도 선제적으로 나섰다. ‘오보’ 하나로 전쟁에 휩싸이지 않겠다는 의지가 분명해 보인다. 안 그래도 중국은 미국의 친대만 정책으로 이를 갈고 있지 않은가.

이번 사건, 해프닝으로 끝날 확률이 높다. 

지난 6일 일본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 주먹 인사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6일 일본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 주먹 인사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하지만 이번 트럼프 대만 방문설 기사와 별개로 일본은 미·중 관계에서 최근 이중적인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살펴보자. 일본은 현재 미국의 반중 군사 연대에서 주축이 되는 나라다. 일본이 스스로 택했다. 2010년대 초 센카쿠 열도 영유권을 놓고 중국과 분쟁을 벌이며 자신들만으론 중국군에 대항하기 어렵다는 걸 절감했다. 미국의 등에 타 중국에 대항하겠다는 생각을 굳혔다. 2018년 발표한 일본 방위 계획에서 중국의 군사위협에 대응해 미·일 동맹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대만해협과 남중국해를 놓고 미국과 중국은 으르렁대고 있다. 일본의 방위 계획에 의하면 보다 적극적으로 미국 편에 나설 것 같다.

그런데 그렇지 않았다. 

지난 6일 일본에서 열린 쿼드(Quadrilateral Security Dialogue, QUAD)를 2차 회의에 참석한 인도,일본, 호주, 미국 외무장관들.[AP=연합뉴스]

지난 6일 일본에서 열린 쿼드(Quadrilateral Security Dialogue, QUAD)를 2차 회의에 참석한 인도,일본, 호주, 미국 외무장관들.[AP=연합뉴스]

지난 6일 일본에서 열린 쿼드(Quadrilateral Security Dialogue, QUAD)를 2차 회의를 보자. 지난해 9월 미국·일본·호주·인도가 결성한 4자 안보 대화다. 중국에 감정이 좋지 않은 규합해 대중 강경책을 펼치려는 미국의 구상이 담겨있다.

하지만 회의는 아무 소득 없이 끝났다.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실현을 위해선 더 많은 나라와의 연대가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정도의 하나 마나 한 이야기만 나왔다. 다른 누구보다 미국의 뜻에 힘을 실어줄 거로 보였던 일본이 뜨뜻미지근했다.

일본이 왜 그랬는지는 열흘 뒤에 알려졌다.

6일 일본 도쿄에서 만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오른쪽)과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AP=연합뉴스]

6일 일본 도쿄에서 만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오른쪽)과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AP=연합뉴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16일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이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클린네트워크'에 참여를 유보하겠다는 뜻을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밝혔다고 보도했다.

클린네트워크는 5G, 모바일 앱, 클라우드 컴퓨팅 등 디지털 분야에서 화웨이와 ZTE 등 중국 기업을 배제하자는 미국 측 제안이다. 일본의 이 같은 입장은 전격적이다. 이전까지 적극적 동참 의사를 직간접적으로 밝혀왔기 때문이다.

일본 결정엔 경제가 작용했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요미우리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클린네트워크에 참여해 중국 정부로부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당할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일본의 중국 경제 의존도가 높다는 점을 고려했다.

트럼프의 재선 여부가 불투명한 것도 고려했다.

[AP=연합뉴스]

[AP=연합뉴스]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면 반중기조를 유지하더라도 트럼프의 정책인 클린네트워크는 사라질 수도 있다고 보는 거다. 이와 반대로 시진핑 주석의 일본 방문이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을 직접 자극할 필요는 없다는 판단도 한 것으로 보인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미국과 중국 국기 사이에 있는 캐리커처.[SCMP 캡처]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미국과 중국 국기 사이에 있는 캐리커처.[SCMP 캡처]

결국 정치 군사는 미국, 경제는 중국의 등에 얹고 가겠다는 게 일본 생각이다. 일본 언론은 트럼프의 대만 방문설을 보도하지만, 일본 정부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 중이다. 자신은 아무 피해를 보지 않겠다는 심산이다. 약삭빠른 일본이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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