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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美 6만, 프랑스 3만 확진…한국도 날씨 추워지면 늘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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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미국 뉴욕시의 코로나19 감염률이 급증한 가운데 지난 8일 브루클린 지역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코 면봉 샘플을 채취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뉴욕시의 코로나19 감염률이 급증한 가운데 지난 8일 브루클린 지역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코 면봉 샘플을 채취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유럽과 미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세가 심각하다.
유럽의 경우 지난봄 첫 번째보다 훨씬 거센 두 번째 파도를 맞고 있다.

유럽 등 코로나 확산세 심각 #“실내활동 늘어난 영향일 가능성”

프랑스 보건부는 17일(현지 시각)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가 3만2427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탈리아에서는 같은 날 코로나19 확진자가 1만925명 증가했다.

영국에서도 매일 1만 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네덜란드도 17일 8114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독일과 체코 등 유럽 곳곳에서 연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숫자 기록이 깨지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야간 통행금지가 실시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7일 프랑스 북부 릴에서 경찰이 통행 금지 시간에 순찰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프랑스에서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야간 통행금지가 실시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7일 프랑스 북부 릴에서 경찰이 통행 금지 시간에 순찰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4월과 7월에 이어 최근 세 번째 파도를 맞은 미국에서도 15일 하루 신규 확진자가 약 두 달 만에 6만 명을 넘어섰다.

이에 비해 남반구인 브라질에서는 17일 신규 확진자 수가 2만2792명을 기록했다.
7월 29일 7만869명까지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줄어든 것이다.

3월과 8월 두 번의 파도를 맞았던 호주도 최근 코로나19 확산세가 둔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북반구와 남반구의 상황이 엇갈리는 것과 관련 일부에서는 계절의 변화 때문이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가을을 맞아 기온이 떨어지는 북반구는 코로나19가 점차 확산하고, 겨울을 넘긴 남반구는 점차 기온이 오르면서 코로나19 기세도 꺾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최근 하루 수십 명 확진자가 발생하는 한국의 상황은 어떻게 될까.
겨울이 다가오면서 확진자가 늘어날 가능성은 없을까.

바이러스 자체는 고온에 약해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전자현미경으로 스캔해 지난달 말 공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이미지. 환자의 몸에서 추출한 바이러스 샘플을 실험실에서 배양했다. EPA=연합뉴스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전자현미경으로 스캔해 지난달 말 공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이미지. 환자의 몸에서 추출한 바이러스 샘플을 실험실에서 배양했다. EPA=연합뉴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등장한 지난 10개월 동안 다양한 실험이 진행됐는데, 일단 바이러스 자체는 높은 온도에 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공개된 호주 질병 대응센터 연구팀의 논문에 따르면 코로나19 바이러스는 20도 온도 조건일 때 유리·스테인리스·종이·지폐 등 다양한 표면 위에서 최대 28일 동안 생존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온도가 40도일 경우는 생존 시간이 48시간 미만으로 줄었고, 반감기(감염성 있는 바이러스 숫자가 반으로 줄어드는 시간)도 1.7~2.7일에서 몇 시간으로 단축됐다.

미국 프린스턴 대학 등의 연구에서도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온도가 높을 때 안정성이 떨어졌다.
온도가 10도이고 상대습도가 40%일 때는 바이러스 반감기가 24시간 이상이었다.

반면, 온도가 27도이고 상대습도가 65%일 때는 반감기가 1시간 반에 불과했다.
미국 연구팀은 "이런 결과는 식품 가공 공장과 같이 서늘한 실내 환경에서 슈퍼전파 사례가 발생하는 이유를 설명해준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확산은 기온과 관련 없어

지난 14일 마스크를 착용한 관광객들이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 회랑을 지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방문객 수가 크게 줄었다. AFP=연합뉴스

지난 14일 마스크를 착용한 관광객들이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 회랑을 지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방문객 수가 크게 줄었다. AFP=연합뉴스

하지만 실제 코로나19 확산은 기온과 뚜렷한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당장 남미 브라질은 확진자가 줄고 있으나, 아르헨티나는 계속 늘고 있다.

미국 내 카운티를 대상으로 1~6월 코로나19 확진자 수와 기온·열지수(Heat Index)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매우 약한 양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오히려 기온이 오를수록 확진자가 미미하게 늘어났다는 의미다.

중국 푸단대 연구에서도 8개국 202개 지역을 분석했는데, 기온과 기초 감염 재생산지수(Ro, 전염병 감염자 1인에 의해 발생하는 2차 감염자의 수)는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는다는 결과를 얻었다.
상대습도나 풍속(風速), 자외선 등도 기초 재생산지수와는 크게 관련이 없었다.

코로나19 기초 감염 재생산지수와 기온(왼쪽), 상대습도가 뚜렷한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음을 보여주는 그래프.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골고루 분포한다. 자료: 중국 푸단대 등.

코로나19 기초 감염 재생산지수와 기온(왼쪽), 상대습도가 뚜렷한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음을 보여주는 그래프.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골고루 분포한다. 자료: 중국 푸단대 등.

미국 하버드대학에서도 중국 도시들의 코로나19 확산 사례를 분석한 결과, 기온 등 환경 변수만으로는 기초 감염 재생산지수의 차이를 설명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했다.

연구팀은 "중국 전역에 부과된 비약물적 개입(도시 봉쇄 등과 같은)으로 인해 코로나19 전파가 급격히 감소한 것을 확인했다"면서 "이는 과감한 공중 보건 개입 없이 기온과 습도만 상승한다고 확진자 수가 줄어들지는 않을 것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실내에서 전파되는 바이러스

지난 8월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무회의장에 관계자들이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한 비말 차단 투명 칸막이를 설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월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무회의장에 관계자들이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한 비말 차단 투명 칸막이를 설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감염자의 침방울을 통해 전파된다.
통상적으로 감염자와 1.5m 이상 거리를 유지한다면 감염될 확률이 낮지만, 그렇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

덴마크 공과대학의 국제 실내환경·에너지센터 소속인 아르센 K. 멜리코프 박사는 최근 '빌딩과 환경' 저널에 기고한 논문에서 "일반적인 실내 환경에서 감염자와 노출된 사람 사이에는 최대 1.5m 거리까지 단거리 노출이 발생하고, 감염자와 1.5m 이상 떨어졌을 때도 장거리 노출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물론 단거리 노출이 장거리 노출과 비교하면 감염 위험은 훨씬 높다.

실제로 지난 3월 서울 구로 콜센터에서는 실내 전파로 인해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던 직원 90여 명이 집단으로 감염됐다.

2월 중국 광저우의 음식점에서는 에어컨 바람 탓에 바이러스가 실내에 퍼졌고, 지난 1월 19일 중국 저장성 닝보시에서는 같은 버스를 타고 불교 행사에 참석한 신도들이 집단 감염되기도 했다.

하루 생활의 95% 이상을 실내에서 보내는 현대 도시인들 입장에서는 실외 기온이나 습도보다 실내 공기 중에 떠다니는 바이러스가 더 위험한 셈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지난 5일 코로나19가 환기가 잘 안 되는 실내 등 이례적인 환경에서 공기를 통해 감염될 수 있다고 인정했다.
CDC는 지난달 코로나19가 공기를 통해서도 전염될 수 있다고 홈페이지에 올렸다가 사흘 만에 "실수였다"며 이를 삭제했다가 이 같은 내용으로 최종 수정했다.

너무 춥거나 더운 계절이 문제

더위가 한창인 지난 8월 초 서울 시내 한 커피전문점에서 시민들이 커피를 마시고 있다. 불특정한 사람이 모이는 장소에서 음식 섭취나 대화 등으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을 경우 코로나19가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 뉴스1

더위가 한창인 지난 8월 초 서울 시내 한 커피전문점에서 시민들이 커피를 마시고 있다. 불특정한 사람이 모이는 장소에서 음식 섭취나 대화 등으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을 경우 코로나19가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 뉴스1

최근 유럽과 미국의 코로나19 확산은 바깥 기온 자체가 바이러스 생존에 직접 영향을 줬기 때문이라기보다는 기온이 낮아지면서 사람의 행동 패턴이 달라진 게 원인일 가능성이 있다.
사람들 실내 활동 늘어나고 창문을 열고 환기하는 경우가 줄면서 감염 늘어났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미국 일리노이대학 기계공학과 명예교수인 타이 뉴웰은 미국 사례를 들어 기온이 섭씨 10도 이하일 때와 21도 이상일 때 코로나19 확산이 잘 된다고 주장한다.
쌀쌀하거나, 더울 때 사람들은 외출하지 않고 실내에 머무는데, 이때 환기가 잘 안 되면 코로나19가 퍼진다는 설명이다.

대신 기온이 10~21도일 때는 야외 활동도 많아지고, 창문도 자주 열어 코로나19가 준다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의 경우 추웠던 지난 2월과 무더웠던 8월에 대규모 확산이 있었다.
한국은 지난 한 달 동안 전체적으로 일일 확진자가 100명을 밑돌고 있다.

공교롭게도 지난달 20일 이후 서울의 평균기온은 21도 아래로 떨어졌고, 18일에도 평균기온이 13.6도를 기록했다.
서울은 현재 뉴웰 교수가 제시한 '안전 기온 범위'에 드는 셈이다.

마스크 착용으로 감염 막아야

서울 구로구 1호선 신도림역 앞 버스정류장에서 마스크를 한 시민들이 버스에서 내려 출근길 발걸음을 바쁘게 옮기고 있다. 뉴스1

서울 구로구 1호선 신도림역 앞 버스정류장에서 마스크를 한 시민들이 버스에서 내려 출근길 발걸음을 바쁘게 옮기고 있다. 뉴스1

문제는 다가오는 겨울이다.

11월 중순부터는 평균기온이 10도 이하로 떨어질 전망이고, 날씨가 쌀쌀해지면 코로나19 감염 다시 기승을 부릴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한국인의 경우 마스크를 잘 착용하고, 손 씻기와 소독 등 개인위생에 힘쓰고 있는 만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차장은 지난 18일 브리핑에서 "집단감염의 발생 수는 줄고 있으나, 경계심을 풀면 언제, 어디서든 감염 확산이 나타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백신 혹은 치료제가 개발될 때까지 코로나19 유행의 장기화는 불가피하며 세계적으로도 유행이 더욱 확산하는 추세"라며 국민의 협조를 당부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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