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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지 태양광과 양삼 재배…생명살림 운동으로 기후위기 극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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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강찬수
강찬수 기자 중앙일보 환경전문기자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더불어 홍수와 가뭄, 산불 등 기후 재앙이 인류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 출범 50년을 맞은 새마을운동이 기후 위기 극복 국민운동에 나섰다. 그 중심에는 2018년 취임 이후 생명 살림 운동을 주창해온 정성헌 새마을운동 중앙회장이 있다. 지난 6일 경기도 성남 새마을연수원에서 그를 만나 생명살림운동과 기후 위기 극복 방안에 관해 물었다.

정성헌 새마을운동 중앙회장 인터뷰 #생명공동체 살리는 게 시대 과제 #농민 소득 높아야 농지도 보존돼 #CO₂ 흡수하고, 퇴비·사료 활용 #새마을이 앞장 서 국민운동으로

새마을운동의 활동 상황은.
“중앙회와 전국 18개 시·도 지부조직(이북5도 포함), 228개 시·군·구 지회조직에서 200만 회원이 참여하고 있다. 일선 읍·면·동에는 새마을지도자와 부녀회, 새마을금고, 새마을문고, 직장·공장까지 9200개 조직이 있다. 새마을지도자만 17만 명이다.”
생명살림운동은 어떤 것인가.
“기후 위기, 생명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1건(建), 2식(植), 3감(減) 운동이다. 농지에 태양광 발전소를 짓고, 나무와 양삼(케나프, Kenaf)을 심고, 화석에너지와 비닐·플라스틱, 수입고기를 30%씩 줄이자는 것이다. 2018년 2월 중앙회장에 선출된 후부터 많은 분과 대화를 나눴는데, 새마을운동이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그해 6월 이사회에 생명살림운동을 제안, 동의를 얻었다.”
생명살림운동을 추진하는 이유는.
“운동이란 게 그 시대 가장 절실한 것을 해결하자는 것이다. 1970년대는 가난했으니까 새마을운동이었다. 지금은 먹고살 만한데, 미세먼지로 공기가 오염되고, 물도 사서 먹고, 먹거리도 형편없는 상황이 아닌가. 하늘이, 땅이, 바다가 죽어간다. 죄 없는 생물들까지 다 죽인다. 인간이 각성해서 생명공동체를 살려내야 한다. 인간의 위대한 점은 그걸 각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환경 운동만 하면 그 자체도 못 이룬다. 운동은 한 단계 높은 것을 추구할 때 해낼 수 있다. 환경을 넘어 생명으로, 평등을 넘어 평화로, 인권을 넘어 공경으로 가야 한다.”
정성헌 새마을운동 중앙회장이 새마을연수원 내에 심은 양삼을 살펴보고 있다. 양삼은 이산화탄소 흡수 속도가 뛰어난 작물이다. 강찬수 기자

정성헌 새마을운동 중앙회장이 새마을연수원 내에 심은 양삼을 살펴보고 있다. 양삼은 이산화탄소 흡수 속도가 뛰어난 작물이다. 강찬수 기자

생명살림운동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1970년대 가톨릭농민회(가농) 사무국장으로 일했는데, 농약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 효소 농법(일종의 미생물농법)을 강조했고, 개인적으로도 유기농업을 시작했다. 광주 5·18 민주화운동을 겪으면서 이런 엄청난 폭력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농촌사회의 민주화와 생명공동체 운동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구체적인 실천을 위해 우리 밀 살리기 운동을 맡아 진행했다. 이후에 DMZ(비무장지대) 평화생명운동과 생명살림운동에 계속 관심을 쏟고 있다.”
생명살림운동의 핵심 사업이 유기농 태양광인데 비판은 없나.
“농사를 지으면서 그 위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전력생산도 같이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왜 농지에다 왜 태양광을 설치하느냐고 묻는데, 유기농 태양광을 해야 땅도 살고, 이산화탄소도 줄이고 농가소득은 높이고, 농지도 보존할 수 있다. 농사를 포기하면 도시 사람들이 땅을 사서 이익 목적으로 사용한다. 유기농 태양광을 안 하면 산을 깎고, 산사태도 난다. 제대로 설치를 하면 강풍·폭우에도 끄떡없다. 법을 마련해 유기농 태양광을 해야 하는 이유다. 정부의 그린 뉴딜에도 이런 걸 포함해야 했다. 이곳 새마을연수원에도 1600㎡(500평) 밭에 70㎾ 규모의 태양광 시설을 설치했다. 앞으로 전국 3700개 마을에 3개 정도씩 시범 설치할 계획도 있다.”
양삼(케나프) 재배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이유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게 무엇보다 시급하다. 양삼은 1년생 초본으로 온실가스 흡수 능력이 상수리나무의 10배 수준이다. 이를 파쇄해서 농지나 학교 텃밭 등에 퇴비로 사용하고, 펠릿으로 만들어 소 사료로 활용할 생각이다. 종이로, 자연 플라스틱으로 만들 계획도 있다. 올해 전국 347곳에 심었다. 부산 사하구에서는 양삼이 자라면서 인근 공단 악취까지 제거해 많은 관심을 받았고, 내년에는 부산시와 함께 재배 면적을 대폭 늘릴 예정이다.”
농약 비료 사용량

농약 비료 사용량

운동 기금 500억 원을 모금하게 되면 어디에 사용하나.
“500만 명의 시민이 생명살림운동에 참여하는 게 목표다. 3·1운동 당시 2000만 조선 동포 중에서 200만이 참가했다. 이 운동에도 국민 10%가 참여해야 사회가 바뀔 것이다. 매달 납부하는 것이 아니라 1인당 1만원 이상 한번 내는 것이다. 돈을 내야 확실하게 참여한다. 기금은 전국 공통과제 추진과 각 지역 사업을 지원하는 데 사용된다. 기금은 집행위원회를 따로 두고 투명하게 관리할 것이다.”
국민운동의 성공을 자신하는 이유는.
“지난 2년 간 강사 교육을 운영하고 있다. 현장운동가 1만 명을 별도로 선발해 새마을지도자 17만 명과 함께 움직이면 국민 대중운동으로 확산할 수 있을 것이다. 새마을운동이 가장 잘하는 게 봉사활동인데, 세상을 좋게 하는 봉사활동만으로는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 봉사활동 경험과 바탕에 진짜 국민운동이 접목돼야 한다. 우리 국민은 강하다. 우리 국민이 스스로 바뀌면 선한 영향력이 생기고, 사회도 바꿀 수 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