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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수의 노후준비 5년 설계] 은퇴 후 함께 갈 친구 네트워크 만들어 놓았나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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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서명수

서명수

‘호위대 모델’이라는 것이 있다. 미시간대 심리학과의 로버트 칸과 토니 안토누치 교수가 개발한 개념으로 사회적 네트워크가 노년의 행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보여준다. 먼저 1차 네트워크. 가족이나 친한 친구가 여기에 포함된다. 2차 네트워크는 학교 동창이나 동네 이웃, 지인 등으로 구성된다. 3차 네트워크는 직장 등 공적 활동으로 맺어진 인연이다.

현역시절에는 3차 네트워크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은퇴하면 가장 빨리 소멸하는 과정을 밟는다. 2차 네트워크 역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동창 모임에 나가봤자 자기 형편과 맞지 않은 사람들과 만나거나 이야기하는 것이 불편해 참석이 뜸해진다. 새로 2차 네트워크를 만들기도 어렵다. 나이 들면 자기중심적이고 타인에 대해 비판적이 돼 상처를 주기 쉽고 받기도 쉬워지기 때문이다.

은퇴하면 가장 신경 써야 할 게 나와 가장 가까이 있는 1차 네트워크다. 그중에서도 은퇴 후 함께 갈 친구는 더 깊이 사귀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정으로 통하는 사회다. 돈이 없어도 친구가 많으면 마음만큼은 부자다. 친구는 자아 가치를 확인하거나 자기검증 수단으로도 작용하기 때문에 걱정이 있거나 고독할 때 가족보다 먼저 찾는 경향이 강하다. 몇 년 전 한 은퇴연구소는 관계, 소득, 시간을 3대 노후 키워드로 꼽았다. 이중 관계에서는 홀로와 친구가 가족이나 자녀보다 더 중요한 우선순위에 올라 주목을 끌었다. 노후에는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친구와 어울리는 것이 주된 관심사란 이야기다.

가족이나 친구, 공동체와 연결된 사람일수록 행복감이 높고 건강하게 오래 산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무엇보다 친구 관계를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한때 친했지만 서로 바쁘게 지낸다는 핑계로 내며 사이가 뜸해진 친구가 있다면 먼저 다가가 손을 내밀자. 그 기나긴 은퇴생활을 재미없고 무미건조하게 보내지 않으려면 말이다.

서명수 객원기자 seo.myo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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