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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45억 헬릭스미스, 고위험자산 2600억 투자해 큰 손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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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지난해 9월 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가 ‘엔젠시스(VM-202)’ 미국 임상 3-1상 실패 결과 설명에 앞서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9월 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가 ‘엔젠시스(VM-202)’ 미국 임상 3-1상 실패 결과 설명에 앞서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한때 코스닥 시가총액 순위 2위에 올랐던 바이오 기업 헬릭스미스(옛 바이로메드)가 최악의 경우 상장 폐지될 위기에 처했다. 이 회사가 지난 5년간 팝펀딩 등 고위험자산에 투자해 큰 손실을 본 것으로 드러나면서다. 약 6만4000명에 달하는 헬릭스미스 소액주주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한때 코스닥 시총 2위 바이오업체 #팝펀딩 등에 최소 300억 넘게 물려 #주식 하한가, 2800억 증자 빨간불 #6만4000명 소액주주들 피해 우려

헬릭스미스는 지난 16일 장 마감 이후 2016년부터 5년간 사모펀드·사모사채·파생결합증권(DLS) 등 고위험 자산에 2643억원을 투자했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매출(45억원)의 60배에 가까운 규모다. 같은 기간 투자한 상품만 68개에 달한다. “바이오 기업이 아니라 투자운용사였느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손실이 적지 않았다. 헬릭스미스는 옵티멈자산운용과 코리아에셋투자증권이 운용한 ‘팝펀딩’ 관련 사모펀드에 390억원을 투자했지만, 회수한 자금은 64억원에 그친다. 팝펀딩은 올 중순 1000억원 넘는 환매 중단 사태를 일으킨 개인 간 거래(P2P) 업체로 현재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팝펀딩은 지난 7월 폐업했다. 투자위험 1등급인 아너스 전문투자형 사모부동산투자신탁 2호에는 74억원을 투자해 51억원만 회수했다. 또한 환매 중단 사태를 일으킨 독일 헤리티지 DLS에도 25억원을 투자해 한 푼도 회수하지 못했다. 회사 측은 "부실 자산 외에 추가로 상환 중단 및 지급 지연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19일 헬릭스미스 주가는 하한가(2만1550원)를 기록했다.

헬릭스미스 최근 실적

헬릭스미스 최근 실적

헬릭스미스가 추진 중인 2861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이 회사가 19일 기준 시가총액(5768억원)의 절반에 달하는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이유는 관리종목 지정을 피하기 위해서다. 이 회사의 지난해 자기자본 대비 법인세 비용 차감 전 계속사업 손실비율은 54.4%였다. 이 비율이 최근 3년 중 2개년도에서 50%를 초과하면 관리종목에 편입된다. 올 상반기 기준 비율은 33.25%다.

관련 업계에선 소액주주들을 볼모로 잡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소액주주는 "대주주(김선영 대표)도 이번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는데, 유상증자에 실패하면 관리종목에 편입될 수 있다며 개미들의 참여를 압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경우 더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빠질 수 있다. 자금 조달 길이 막히고, 금융기관의 차입금 만기연장이나 상환 압박이 이어질 수 있어서다. 최악의 경우 매매거래 정지나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될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고 당장 대규모 실적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45억원, 영업손실은 383억원이었다. 올 상반기 매출 역시 23억원에 그쳤다. 매출 대부분은 바이오신약이 아닌 다래 추출물로 만든 건강기능식품이다. 특히 지난해 9월 유전자치료제 엔젠시스(VM202)가 임상시험 3상에 실패하며 기대감도 꺾였다.

이와 관련, 제약·바이오업계의 한 전문가는 "국내 바이오 기업 중에는 헬릭스미스처럼 본업보다 투자로 당장 이익을 내려는 곳이 적지 않다”며 "헬릭스미스가 거래 정지 중인 제2의 신라젠 사태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헬릭스미스 관계자는 "잘못된 선택으로 위험도가 높은 상품에 투자해 손실이 발생해 송구스럽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다만, 모든 상품에 손실이 발생한 것이 아니며, 향후 면밀한 관리를 통해 회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태윤 기자 pin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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