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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 과일향과 낯선 애플워치…우리 아이만 아는 '이것' 정체는

중앙일보

입력

다양한 디자인의 액상형 전자담배 제품들. 게임기와 스마트 워치, USB, 화장 파우더 케이스 등 여러 형태로 청소년을 유혹한다. 왕준열

다양한 디자인의 액상형 전자담배 제품들. 게임기와 스마트 워치, USB, 화장 파우더 케이스 등 여러 형태로 청소년을 유혹한다. 왕준열

애플워치, 닌텐도 게임기, 포르쉐 차 키….
이러한 상품들을 모두 산다면 어마어마한 돈이 나갈 겁니다. 하지만 몇만 원으로 이들을 한꺼번에 가질 수 있다면? 당연히 사겠다는 사람이 대부분일 겁니다. 요즘 청소년들이 많이 구매한다는 액상형 전자담배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1020세대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대리만족'시켜주는 것이죠.

[영상]청소년 애용하는 액상형 '전담' #학부모가 잘 모르는 신종, 감별법 정리

정작 학부모들은 우리 아이의 흡연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자녀 노트북에 꽂혀있는 USB, 그리고 교복에 들어있는 파우더 케이스 등이 담배라는 걸 알긴 어렵죠. 아이에게서 과일, 초콜릿 같은 '낯선' 냄새가 느껴지지만 무심코 지나가는 때도 잦습니다. 예전엔 담뱃갑으로 흡연 여부를 따졌지만, 세상은 빨리 변해갑니다.

# 기상천외한 액상형 전자담배 제품의 실체, 영상으로 확인하세요.

액상형 전자담배는 역한 냄새가 덜하고, 디자인이 화려하다는 점을 내세웁니다. 하지만 지난해 가향 제품을 중심으로 인체 유해성 논란이 불거졌고, 사용중지 권고 같은 정부 대책도 나왔죠.

그래도 여전히 온라인 세상에서 청소년을 유혹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세가 주춤하면서 19일부터 각급 학교 등교 인원이 확대됐습니다. 등하굣길에서 몰래 신종 담배를 사용하는 학생들도 늘어날 겁니다.

하지만 청소년기 이른 흡연은 건강과 학업 모두에 '마이너스'가 됩니다. 이성규 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전 국가금연지원센터장)과의 문답을 바탕으로 신종 담배 감별법을 정리했습니다.

지난해 서울 시내의 한 전자담배 가게에 액상형 전자담배가 진열돼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서울 시내의 한 전자담배 가게에 액상형 전자담배가 진열돼있다. 연합뉴스

아이 방서 유난히 달콤한 향? 흡연 의심해야

아이가 쓰는 전자담배, 부모가 찾기 가장 어려운 것은.
시계가 제일 대표적이지만 USB 형태도 많아요. 제품을 USB 포트에 꽂아서 충전합니다. 부모님은 아이 근처에서 담배 냄새 맡은 적이 없고, 컴퓨터에서 충전하면 USB라고만 생각하지 설마 담배라고는 생각 못 하세요.
특이한 담배 제품을 유형별로 설명한다면.
니코틴 액상 팟을 넣어 들고 다니면 자동차 키로 생각할 수 있는 제품이 있죠. 좋은 차 브랜드 스티커를 같이 팔아 명품 브랜드도 붙일 수 있어요. 원하는 취향 따라서 사용할 수 있는 거죠. 또한 하얀 연기를 내뿜는(베이핑) 커다란 기기도 있어요. 3세대 전자담배, 탱크형이라고 부르죠. 담배 연구만 15년 해왔는데 진짜 이런 제품은 한번 써봐야지 그런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학부모를 위한 전자담배 감별법을 알려준다면.
▶아이 방에서 과일ㆍ초콜릿 등 달콤한 향기가 난다 ▶아이 가방ㆍ옷 등에 모르는 전자제품, 안약병이 있다 ▶아이 소지품 중에 처음 보는 코일ㆍ배터리가 보인다 ▶아이가 평소보다 돈을 많이 쓰고 사용처도 불분명하다 ▶아이 기분이 자주 바뀌고 짜증, 불안 등이 늘었다(사춘기 증상과 유사하니 주의 필요) ▶아이가 자주 두통이나 어지러움을 호소한다 등 6가지 체크포인트를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
청소년기 흡연은 성인보다 더 위험할까.
니코틴이 어린 시기 몸 속에 들어오면 성장해야 할 부위가 성장 못 하거나 (성장) 속도가 느려집니다. 특히 이성적인 판단 하는 전두엽 부위에 문제가 생길 수 있죠. 뇌가 다 성장한 성인기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아이들이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도 청소년 흡연, 부모 흡연과 관련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스마트 워치 형태의 액상형 전자담배 제품을 보여주는 이성규 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전 국가금연지원센터장). 왕준열

스마트 워치 형태의 액상형 전자담배 제품을 보여주는 이성규 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전 국가금연지원센터장). 왕준열

'내로남불' 없는 금연, 부모 자녀 같이 끊어야 

청소년 흡연을 막기 위해선 어른들의 노력이 중요합니다. 대개 엄마, 아빠가 흡연자면 자녀도 따라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막으려면 부모의 금연 의지가 필요합니다. 부모는 담배를 막 피우면서 아이한테만 끊으라는 식의 '내로남불'은 통하지 않아서죠. 이성규 센터장은 "부모부터 금연하는 게 자녀 흡연 예방의 중요한 지점"이라고 말합니다.

그렇다고 액상형 전자담배만 안 피우면 될까요. 그건 아닙니다. 이 센터장의 당부입니다.

"'액상형 전자담배 위험합니다' 그러면 '궐련 피우라는 이야기냐' 하시는데 절대 아닙니다. 궐련으로 다시 돌아가라는 이야기가 아닌 거죠. 궐련과 동시에 사용하지 않아야 하고, 액상형만 쓴다고 해도 점점 사용량 줄이면서 금연하셔야 합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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