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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는 비즈니스’…현대차·LG화학, 배터리 재활용 손잡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과 구광모 ㈜LG 대표가 지난 6월 충북 청주시 LG화학 오창공장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 LG그룹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과 구광모 ㈜LG 대표가 지난 6월 충북 청주시 LG화학 오창공장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 LG그룹

현대자동차그룹과 LG화학이 폐배터리 활용을 위해 손잡는다. 최근 전기차 코나 일렉트릭 화재 건으로 두 기업 간에 미묘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지만, ‘비즈니스는 비즈니스’라는 게 두 회사의 공식 입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9일 제4차 산업융합 규제특례 심의위원회(규제 샌드박스)를 열어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 활용사업’ 3건을 포함한 총 10건의 안건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규제 샌드박스란 어린이들이 자유롭게 모래 장난을 칠 수 있도록 해준다는 의미에서 비롯된 말이다. 기존 규제와 상관없이 특정 조건에서 일단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하고, 향후 문제가 될 때 규제하게 된다.

완성차 1위-배터리 1위 BaaS 시동

현대차그룹 산하 물류기업인 현대글로비스와 LG화학은 이번 규제 샌드박스에서 전기차 택시에 대한 배터리 대여사업을 승인받았다. 현대글로비스가 보유한 전기차 배터리를 전기차 택시회사인 KST모빌리티(마카롱 택시)에 빌려주고, 2~3년 뒤 나오는 폐배터리는 LG화학이 전기차 급속 충전용 ESS(에너지 저장 시스템)로 제작한다.

전기차 배터리 렌탈·사용 후 재사용 시스템.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전기차 배터리 렌탈·사용 후 재사용 시스템.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택시는 일반 승용차보다 주행 거리가 길어 전기차의 수명이 빨리 줄어든다. 통상 2~3년 후 배터리 교체가 필요한데 이 사업을 통해 택시 회사는 보다 저렴한 가격에 택시를 사들일 수 있다. 전기차 보조금을 받더라도 전기차는 기존 LPG 차량보다 비싸지만, 배터리값을 제외하고 구매하면 비슷한 가격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다. 배터리 비용은 리스를 통해 나눠 지불한다.

지금까지는 지자체가 전기차 보조금을 주기 때문에 대기환경보전법 규정에 따라 폐배터리를 반납하게 돼 있었다. 하지만 폐배터리는 재사용 여부나 성능·안전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아 효율적인 재활용이 어려웠다. 이번 규제 샌드박스 통과로 배터리를 이용한 서비스(BaaS·Battery as a Service)의 문이 넓어진 셈이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배터리 활용사업은 배터리-자동차-서비스사 간 협력을 통해 새로운 사업 모델을 창출한 사례로, 연대와 협력의 산업전략 관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코나 일렉트릭의 화재 원인을 놓고 현대차그룹과 LG화학이 미묘한 갈등을 빚고 있지만, 국내 완성차 1위 업체와 배터리 1위 업체의 협력은 꼭 필요하다는 게 두 회사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두 회사는 조만간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본격적인 BaaS 확대에 나설 예정이다.

현대자동차와 LG화학은 최근 전기차 코나 일렉트릭의 화재로 미묘한 갈등을 빚고 있다. 사진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와 LG화학은 최근 전기차 코나 일렉트릭의 화재로 미묘한 갈등을 빚고 있다. 사진 현대자동차

ESS·캠핑용 배터리 활용… 수소트램도 통과

이 밖에 현대자동차는 자체 보유한 사용 후 배터리를 활용해 태양광 발전설비와 연계한 ESS 컨테이너 실증 특례 사업을 할 수 있게 됐다. 폐배터리는 전기차에 사용하기엔 효율이 떨어지지만 70~80%가량 배터리 충전이 가능해 에너지 저장장치로는 활용할 수 있다. 자동차용 배터리를 재가공해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한 전력을 결합해 더 큰 용량의 ESS로 활용하는 것이다.

또 자동차 폐차 및 부품 재활용 기업인 굿바이카는 지자체가 보유한 폐배터리를 사들여 작은 용량의 보조 배터리로 만든 뒤 캠핑용 배터리(파워뱅크)로 만드는 사업을 시범 실시한다. 전국 지자체에는 현재 사용 후 배터리 200여개를 보관 중인데 에너지경제연구원은 2029년까지 이렇게 활용하지 못하는 폐배터리가 8만 개가량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환경부와 국가기술표준원은 폐배터리의 성능·안전 기준을 마련할 예정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배터리 대여업체가 수요처(전기차 택시회사)에 임대하고, 사용한 배터리를 활용해 전기차 급속 충전이 가능한 ESS를 다시 제작하는 등 앞으로 급증할 사용 후 배터리 활용의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현대로템이 개발한 수소전기트램. 사진 현대로템

현대로템이 개발한 수소전기트램. 사진 현대로템

이날 규제 특례 심의위에선 현대로템이 신청한 수소전기트램의 시험 주행 사업을 승인했고, 창원산업진흥원이 신청한 통합형 수소충전소 구축사업도 통과시켰다. 현행법상 수소전기차만 충전할 수 있는 수소충전소에서 수소전기트램·수소전기트럭·수소전기버스·수소전기건설기계·수소전기드론 등을 충전할 수 있게 됐다.

또 ▶QR코드 인식 스마트 주차로봇(마로로봇테크) ▶산업단지 지율주행 순찰로봇(도구공간) ▶병원용 의료폐기물 멸균분쇄기기(메코비) 등도 실증 특례 승인을 받았다. LS전선이 신청한 배선기구 7종은 임시 허가를 받았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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