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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유랑동물 자동급식기 설치 실험에 찬반 논란 후끈

중앙일보

입력

중국에서 최근 버려진 강아지나 고양이에게 사료를 챙겨주는 자동 급식기 실험이 진행돼 눈길을 끌고 있다. 유기견이나 유기묘를 중국에선 통틀어 유랑(流浪)동물이라고 하는데 ‘유랑동물 자동 급식기’가 처음 등장한 건 지난 11일이다.

버려진 강아지나 고양이 배고픔 달래줄 #유랑동물 자동급식기 상하이 처음 등장 #1위안이나 빈 페트병 급식기 투입하면 #길냥이 한끼분 사료 자동으로 나와 #“전국 확산하면 좋겠다” 지지자 있지만 #"환경과 위생 문제있다" 반론 만만찮아

지난 11일 중국 상하이의 한 상가에 처음 등장한 ‘유랑동물 자동급식기’. 1위안이나 빈 페트병 등을 넣으면 길냥이 등의 배고픔을 해결할 한끼분 사료가 나온다. [중국 신경보망 캡처]

지난 11일 중국 상하이의 한 상가에 처음 등장한 ‘유랑동물 자동급식기’. 1위안이나 빈 페트병 등을 넣으면 길냥이 등의 배고픔을 해결할 한끼분 사료가 나온다. [중국 신경보망 캡처]

이날은 상하이 공익단체의 지원으로 길냥이 등 유랑동물을 입양할 수 있는 ‘상하이 입양일’로, 행사가 벌어진 한 상가에 처음으로 유랑동물 자동 급식기가 선을 보였다. 개발자는 올해 25세의 류솨이(劉帥)다.

중국 신경보(新京報)의 지난 16일 보도에 따르면 그는 외국의 유랑동물 자동 급식기 관련 보도를 보다가 “중국에도 이런 게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직접 제작했다고 한다. 그는 “이것도 창업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유랑동물 자동급식기’ 위에 설치된 투입구에 빈 페트병이나 1위안을 넣으면 버려진 강아지나 고양이의 한끼분 사료가 자동으로 나온다. [중국 바이두 캡처]

‘유랑동물 자동급식기’ 위에 설치된 투입구에 빈 페트병이나 1위안을 넣으면 버려진 강아지나 고양이의 한끼분 사료가 자동으로 나온다. [중국 바이두 캡처]

디자인에서 제조까지 약 두 달 반의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생김새는 자동판매기와 닮았다. 유랑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전면에 설치된 투입구에 1위안이나 빈 페트병 등을 넣으면 아래 배식구에 유랑동물의 한 끼 분 사료가 나온다.

자동 급식기 뒷부분은 움푹 팬 곳이 있어 유랑동물이 쉴 수도 있다. 류솨이는 행사 기간 많은 시민이 관심을 보였고 체험 행사에도 참여했다고 밝혔다. 또 그가 올린 영상에는 5일 동안 2만 5000여 명의 팬이 생겼고 65만 2000여 명이 ‘좋아요’를 눌렀다.

지난 10일 상하이에 처음 등장한 ‘유랑동물 자동급식기’. 1위안이나 빈 페트병을 넣으면 사료가 나오는 자동판매기 모습. [중국 바이두 캡처]

지난 10일 상하이에 처음 등장한 ‘유랑동물 자동급식기’. 1위안이나 빈 페트병을 넣으면 사료가 나오는 자동판매기 모습. [중국 바이두 캡처]

문제는 행사가 끝난 뒤 '실전 배치'를 하면서 시작됐다. 류솨이는 유랑동물 자동 급식기를 상하이 훙커우(虹口)구 바오위안(寶元) 주택단지의 한 구석진 곳에 놓고 관련 동영상을 올렸는데 이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중국인의 관심을 끌었다.

바오위안 주택단지 주민위원회는 뒤늦게 이를 알고 허가 없이 설치된 자동 급식기 철거를 요구해 현재는 다른 설치 장소를 찾는 중이다. 이와 함께 중국 인터넷 공간에선 유랑동물 자동 급식기 설치를 둘러싸고 찬반 논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중국 상하이에서 첫 선을 보인 유랑동물 자동급식기. 25세 청년 류솨이가 두달 반 동안 1만 위안의 비용을 들여 제작했다. [중국 텅쉰망 캡처]

중국 상하이에서 첫 선을 보인 유랑동물 자동급식기. 25세 청년 류솨이가 두달 반 동안 1만 위안의 비용을 들여 제작했다. [중국 텅쉰망 캡처]

“전국 각지에 설치되면 버려진 강아지나 길냥이 등이 더는 배고프지 않겠다”는 지지 의사 표시에서 “감시카메라를 설치해 누가 사료에 독을 넣거나 사료를 훔쳐가는 걸 막아야 한다”는 건의도 올라온다.

반면 “자동 급식기에 돈을 넣다가 유기견에 물리면 누가 책임지나”, “유랑동물 개체 수가 늘어나며 여러 위생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등과 같은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또 “쥐나 다람쥐 등 다른 동물도 꼬일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버려진 강아지나 고양이의 끼니를 해결해 줄 ‘유랑동물 자동급식기’ 설치 문제와 관련해 중국에서는 찬반 논쟁이 뜨겁게 벌어지고 있다. [중국 텅쉰망 캡처]

버려진 강아지나 고양이의 끼니를 해결해 줄 ‘유랑동물 자동급식기’ 설치 문제와 관련해 중국에서는 찬반 논쟁이 뜨겁게 벌어지고 있다. [중국 텅쉰망 캡처]

상하이 푸단(復旦)대 생명과학학원 연구원 왕팡(王放)은 “유랑동물의 분변 처리와 다른 야생동물 접근 방지, 유랑동물이 사람에 상해를 입히는 경우 등과 같은 여러 문제점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류솨이는 현재 유랑동물 자동 급식기를 개선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우선 100대가량을 만들어 상하이에서 운영하며 시민들의 반응을 살펴본 뒤 다시 문제점을 개선한 뒤 이후 전국으로 확대 설치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버려진 강아지나 고양이를 위한 유랑동물 자동급식기가 환경이나 위생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도 많다. [중국 신경보망 캡처]

버려진 강아지나 고양이를 위한 유랑동물 자동급식기가 환경이나 위생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도 많다. [중국 신경보망 캡처]

문제는 자동 급식기 한 대를 만드는 데 1만 위안(약 170만원) 정도가 드는데 자신의 자금력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류솨이는 토로하기도 했다. 중국의 유랑동물 자동 급식기 배치 실험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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