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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카의 부활, 타다금지법 떨치고 12번째 유니콘 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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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타다·쏘카 운영사인 쏘카가 1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국내 12번째 유니콘 기업이 됐다. 사진은 지난 4월 서비스 종료를 앞두고 차고지에 주차된 타다 차량. [연합뉴스]

타다·쏘카 운영사인 쏘카가 1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국내 12번째 유니콘 기업이 됐다. 사진은 지난 4월 서비스 종료를 앞두고 차고지에 주차된 타다 차량. [연합뉴스]

코로나19를 뚫고 새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이 나왔다. 주인공은 타다·쏘카 운영사인 차량공유 업체 쏘카.

차량구독·택시가맹사업 등 돌파구 #1조대 가치 인정, 600억 투자 유치 #코로나로 공유경제 타격 속 성과 #쏘카, 모빌리티 종합플랫폼 목표 #카카오·SKT와 국내시장 몸집대결

쏘카는 18일 에스지프라이빗에쿼티(SG PE)와 송현인베스트먼트로부터 6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회사에 따르면, 이번 투자에서 쏘카는 1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국내 12번째 유니콘의 탄생으로, 지난해 12월 제약업체 에이프로젠이 11호 유니콘으로 등재된 후 10개월 만이다. 쏘카의 대형 투자 유치도 8개월 만으로, 현재까지 투자받은 누적 금액은 약 3300억원이다.

의미가 큰 것은 쏘카가 국내 모빌리티 업계는 물론 공유경제 분야에서 나온 첫 유니콘 기업이기 때문이다. 이제까지는 온라인 상거래(쿠팡·무신사·위메프), 뷰티(엘앤피코스메틱·GP클럽), 게임(크래프톤), 제약(에이프로젠) 등 분야에서 나왔다.

올해 1월 말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되자, 차량·숙박 공유업체가 타격을 크게 입었다. 타인과 접촉을 꺼리는 시대에 공유경제가 살아남겠느냐는 근본적 회의가 제기됐다. 그러나 점차 실적이 회복되고 투자도 다시 살아나는 추세다.

세계 최대 승차 공유 업체 우버는 지난 5월 인력의 25%를 감원했다. 차량공유 매출이 전년의 4분의 1 토막이 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음식 배달 매출이 2배로 뛰었다.

‘러시아의 구글’로 불리는 얀덱스는 지난달 1억5000만 달러(약 1720억원)를 추가 투자해, 얀덱스-우버의 차량공유 합작사인 MLU의 일부 사업부를 독립시키고 자사 지분을 늘렸다. 코로나19로 주춤했던 차량공유 이용량이 예년 수준으로 회복되고, 자율주행 등 사업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쏘카에서는 코로나19 이후 장기대여와 차량구독 이용이 늘었다. 차를 월 단위(1~36개월)로 빌려쓰는 ‘쏘카플랜’은 3월 계약 건수가 전월보다 143% 늘었고, 코로나19 수도권 확산이 시작된 8월엔 계약률이 2배가 됐다. 쏘카가 조사한 소비자의 장기간 이용 목적 1위는 ‘출퇴근’(45.4%). 일상에 차량공유가 들어온다는 의미다. 해외여행 대신 국내 여행 수요가 늘어난 것도 호재였다.

‘타다금지법’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회사에는 초대형 악재였지만 규제로 인한 사업 불확실성이 사라진 측면이 있다. 실제 타다 베이직 종료로 쏘카와 택시업계의 갈등 요소가 사라졌다. 타다는 기존 택시 사업자와 연계해 가맹 택시 사업도 한다. 운영 중인 준고급 택시 ‘타다 프리미엄’에 이어, 가맹택시 ‘타다 라이트’도 연내 출시할 계획이다. 쏘카는 타다 베이직에 사용하던 카니발 차량 중 100대를 지난 6월 쏘카·타다 앱에서 특별 판매했다. 90분 만에 다 팔렸다. 자사 앱의 ‘중고차 판매 플랫폼’ 가능성을 확인한 쏘카는 중고차 시장 진출도 검토하고 있다.

그간 국내 모빌리티 스타트업의 몸집 확장은 쉽지 않았다. 정치적으로 논쟁을 일으켰고, 규제 개선은 느렸다. 그러나 산업의 가능성은 여전하다. 국내 큰 손은 해외 모빌리티 스타트업으로 향했다. 현대차·SK·네이버 등 국내 대기업이 동남아 모빌리티 업체 그랩에 투자한 금액이 1조원가량이다. 15일에는 SK텔레콤이 T맵 사업부를 분사해 T맵모빌리티를 설립하고, 우버와 합작해 차량호출 벤처도 차린다고 발표했다. 우버는 두 회사에 총 1억5000만 달러(약 1730억원)를 투자한다.

앞으로는 ‘모빌리티 종합 플랫폼’을 둘러싼 큰 싸움이 펼쳐질 전망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모바일 앱(카카오T) 하나로 택시·대리기사·자전거·주차·셔틀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타다 역시 연내 대리기사·가맹택시 서비스를 출시하며 ‘종합 모빌리티 플랫폼’을 지향한다. 카카오-쏘카-SKT 3개사의 경쟁 구도로 보이지만, SK는 쏘카의 2대 주주이기도 하다. SK는 양사의 합작사인 쏘카말레이시아의 지분 29%를 지난달 쏘카로부터 150억원에 추가 인수하기도 했다.

유니콘 등재 자체가 성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국내 3호 유니콘이었던 옐로모바일은 2018년 이후 두 차례나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 의견 거절’을 받으며 추락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이번 쏘카의 유니콘 등극이 모빌리티 산업 대형화의 시초가 될지 주목하고 있다.

심서현 기자 sh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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