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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0'에 뉴질랜드 아던 압승…남편은 사슴고기 나눠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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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현지시간) 저신다 아던(41) 뉴질랜드 총리의 집 앞에서 총선 결과를 기다리던 시민들과 기자들에게 아던 총리의 약혼자인 클라크 게이포드는 직접 잡은 물고기로 만든 요리와 사슴 고기를 대접했다.

아던의 노동당 24년 만에 단독 과반 달성 #WP, "유권자가 진정 원하는 것" 교훈 줘 #달라이 라마, "지혜·침착함·리더십에 찬사" #코로나 상황 속 경기 회복 등 난제 남아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18일 총선 승리 이후 소감을 말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18일 총선 승리 이후 소감을 말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워싱턴포스트(WP)는 18일 "뉴질랜드가 (지난 3월) 코로나 감염자가 102명에 불과할 때 봉쇄 조치를 내린 건 '정치적 도박'이었으나 결국 성과를 거뒀다"면서 "아던 총리의 파트너가 집에서 만든 요리를 집 밖에 있는 사람들과 나눠 먹을 정도로 뉴질랜드는 정상 생활로 돌아왔다"고 평했다.

이날 치러진 총선에서 아던 총리는 재집권에 성공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에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그가 재집권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BBC는 "이번 총선에서 박빙의 승부를 예상한 사람은 없다. 모든 여론조사에서 아던의 승리를 예측했다"면서 "관건은 아던 총리와 노동당이 얼마나 크게 승리할 것인가였는데, 이번 결과는 경이롭다"고 보도했다.

아던 총리의 약혼자인 클라크 게이포드(왼쪽)가 아던 총리의 집 앞에서 총선 결과를 기다리는 시민들과 기자들에게 자신이 손수 만든 음식을 대접하고 있다. 그와 아던 총리 사이엔 딸이 있다. [트위터 캡처]

아던 총리의 약혼자인 클라크 게이포드(왼쪽)가 아던 총리의 집 앞에서 총선 결과를 기다리는 시민들과 기자들에게 자신이 손수 만든 음식을 대접하고 있다. 그와 아던 총리 사이엔 딸이 있다. [트위터 캡처]

이번 선거에서 진보·중도좌파 성향의 여당 노동당은 49% 득표율을 얻어 24년 만에 단독 과반을 달성했다. 아던 총리의 노동당은 3년 임기의 국회의원 120명을 뽑는 총선에서 64석을 얻어 35석을 얻는 데 그친 국민당을 크게 이겼다. 뉴질랜드는 집권당 대표가 총리가 되는 내각책임제를 채택하고 있다.

WP는 "가을·겨울로 접어들면서 코로나 재확산에 직면한 정부들에게 아던 총리의 승리는 '유권자들은 정부가 전염병을 억제하기를 진정으로 원하고 있다'는 교훈을 준다"고 진단했다.

"아던 총리의 인기가 총선 승리 이끌어"   

이번 총선은 뉴질랜드 정당 역사를 새로 썼다는 평이 나온다. 뉴질랜드가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분배하는 혼합비례대표제를 도입한 1996년 이후 한 정당이 의회 과반을 점유하는 건 24년 만에 처음이다. 또 노동당은 50년 만에 가장 높은 득표율(49%)을 얻었다. 반면 야당인 보수·중도우파 성향의 국민당은 27%를 득표하는 데 그쳤다.

지난 14일 아던 총리가 시민과 사진을 찍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14일 아던 총리가 시민과 사진을 찍고 있다. [AP=연합뉴스]

아던 총리는 노동당의 승리 연설에서 "노동당은 오늘 지난 50년 역사 중 가장 큰 지지를 받았다"고 기쁨을 표현했다. 그러면서도 "이 지지를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겠다. 모든 뉴질랜드 국민을 위해 일하는 정부가 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지난 2017년 총선에서 노동당은 46석을 얻어 군소 정당들과 연립해 겨우 과반을 달성한 바 있다. BBC는 "노동당의 승리는 아던 총리의 인기가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AP통신은 "그가 선거 유세장에 나타나면 사람들은 마치 록스타가 등장한 것처럼 몰려들고 환호성을 지르며 함께 사진을 찍자고 했다" 전했다.

지난 10일 시민들과 사진을 찍는 아던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0일 시민들과 사진을 찍는 아던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그의 재집권 소식에 세계 지도자들은 트위터를 통해 축하 인사를 전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기후 변화 등 여러 문제를 놓고 아던 총리와 함께 일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전 세계 여성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일, 공평한 백신 보급 등을 위해 함께 일하며 캐나다와 뉴질랜드의 우정이 계속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아던 총리의 재집권을 축하하며 달라이 라마가 트위터에 올린 글. [달라이 라마 트위터 캡처]

아던 총리의 재집권을 축하하며 달라이 라마가 트위터에 올린 글. [달라이 라마 트위터 캡처]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는 "힘든 시기에 아던 총리가 보여준 타인에 대한 존중, 연민, 침착함 뿐 아니라 용기·지혜·리더십에 찬사를 보낸다"고 했다.

강력한 봉쇄 조치, 리더십으로…"코로나와 싸움 승리" 

뉴질랜드는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 사태 속에서 '코로나 청정국'이란 명성을 얻었다. 그 비결로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봉쇄 조치'가 꼽힌다.

코로나19 확진자가 28명이던 지난 3월 19일 외국인의 입국을 전면 금지했고, 확진자가 102명으로 늘어난 같은 달 23일엔 필수 사업장을 제외한 모든 상점과 학교의 문을 닫았다. 이후에도 5주간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시행했다.

아던 총리와 그의 약혼자 게이포드가 노동당의 총선 승리에 환하게 웃고 있다. [EPA=연합뉴스]

아던 총리와 그의 약혼자 게이포드가 노동당의 총선 승리에 환하게 웃고 있다. [EPA=연합뉴스]

아던 총리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국민에게 수시로 상황을 사실대로 알리고 방역 지침을 명확하게 전달했다. 뉴질랜드 보건부는 전체 인구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100만 건이 넘는 광범위한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시행했다.

한 달 넘게 지역사회 감염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아 아던 총리는 지난 6월 "코로나와의 싸움에서 승리했다"고 선언했다. 이후 약 100일 만에 오클랜드에서 지역사회 감염자가 발생하자 곧바로 오클랜드 전역을 봉쇄하고, 당초 9월 열릴 예정이었던 총선도 연기하는 등 방역 고삐를 조여 또다시 성과를 거뒀다.

3주 연속 지역사회 감염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고, 기존 지역 감염자도 완치되면서 오클랜드 봉쇄령을 해제했다. AP통신은 "뉴질랜드에선 더는 마스크 착용이나 거리 두기가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평했다.

최악 경기침체 회복이 관건…"3주 만에 지역감염 1명 발생" 

인구 약 482만명인 남반구 섬나라 뉴질랜드에선 지금까지 누적 확진자 1883명, 누적 사망자 25명이 각각 발생했다.

17일 노동당과 아던 총리 지지자들이 총선 승리에 환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7일 노동당과 아던 총리 지지자들이 총선 승리에 환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번 총선 승리로 아던 총리와 노동당이 추진하는 정책은 더욱 힘이 실릴 전망이다. 아던 총리는 고소득자에 대한 소득세율을 인상하고, 교육 평준화를 위해 힘쓰겠다고 했다.

하지만 BBC는 아던 총리의 노동당의 앞날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 전망했다. 뉴질랜드는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 침체에 빠졌고, 코로나19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어떻게 경제를 되살릴지가 큰 숙제다. 또 노동당이 아던 총리의 인기에만 의존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뿐만 아니라, 18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뉴질랜드 보건부는 "뉴질랜드에서 3주 만에 처음으로 지역사회 감염자 한 명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이 발표는 아던 총리의 노동당이 총선에서 압승한 이후 나왔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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