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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남대 전두환 동상 철거 ‘핑퐁게임’…토론회 후 “조례안 보류”

중앙일보

입력

한 발 뺀 충북도의회…충북도 결정 관건 

청남대에 설치된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동상. [연합뉴스]

청남대에 설치된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동상. [연합뉴스]

충북 청주에 있는 청남대 내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동상 철거를 위한 조례 제정이 무산됐다.

충북도 철거 방침→의회 조례 발의→‘상정 보류’ #토론회서 찬반 의견 팽팽…6개월 째 갈등 지속 #

 충북도의회 행정문화위원회는 18일 “‘충청북도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 조례’는 숙의가 필요하다는 다수 의원의 의견에 따라 보류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며 “앞으로 이 조례안에 대해 법제처나 고문변호사를 통해 법적 검토 후에 상정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조례안 상정과 별개로 청남대 대통령 동상 문제처럼 충북도가 행정행위를 함에 있어 도민의 비판을 받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잘못된 안내문이나 전시물을 즉시 교체할 것을 이시종 충북지사에게 권고한다”고 덧붙였다.

 충북도의회가 조례 상정을 보류함에 따라 청남대 내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동상은 당분간 자리를 지키게 됐다. 의회가 검토한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 조례는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전직 대통령의 기념관과 동상 건립, 기록화 제작 등 기념사업을 중단하거나 철회할 수 있도록 한 게 골자다. 이 조례가 제정될 경우 내란 및 내란 목적 살인죄로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17년을 선고받은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동상은 철거가 가능했다.

 청남대 동상 철거 논란은 지난 5월 충북도가 전·노 전 대통령 동상 철거 방침을 정하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동상 철거를 뒷받침한 법적 근거가 부족하자, 이상식 충북도의원이 지난 6월 관련 조례를 대표 발의했다. 이 조례를 두고 충북 지역은 “군부 정권을 미화하는 동상을 철거할 수 있게 됐다”는 찬성 여론과 “청남대가 이념 논쟁의 장으로 변질해서는 안 된다”며 철거를 반대하는 여론으로 나뉘었다. 충북도의회가 추가 의견 수렴을 위해 지난 14일 진행한 토론회에서도 찬반 의견은 팽팽했다.

지난 14일 오후 충북도청 대회의실에서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 조례’ 제정 관련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뉴스1]

지난 14일 오후 충북도청 대회의실에서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 조례’ 제정 관련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뉴스1]

“군부정권 동상 철거” VS “이념논쟁 변질 안돼”

 충북도의회가 ‘상정 보류’로 입장을 선회한 것은 동상 철거에 따른 반발 여론 때문이다. 지난주 토론회에서 “조례가 없어도 충북도 재량에 의해 동상 철거가 가능하다”는 법률 자문도 한몫했다. 윤자영 충북도 고문변호사는 토론회에서 “동상을 만든 것도 조례 없이 만들었기 때문에 관광진흥법에 위배만 되지 않는다면 전직 대통령 예우법과 무관하게 동상 철거가 가능하다고 본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충북도의회가 조례 제정을 뒤로 미루면서 동상 철거 문제는 다시 충북도의 판단에 따라 정해질 가능성이 크다. 충북도 관계자는 “조례안이 상정 보류된 것과 행문위가 권고한 내용 등에 대해 내부적으로 논의한 뒤 향후 방향을 결정하겠다”며 “동상 철거와 관련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남쪽의 청와대’란 뜻의 대통령 옛 별장인 청남대는 1983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지시로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에 조성됐다.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충북도로 관리권을 넘기면서 민간에 개방됐다. 충남도는 청남대 관광 활성화 목적으로 2015년 이승만·박정희·전두환·노태우 등 역대 대통령 10명의 동상을 세웠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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