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김봉현 한마디에 춤추는 여야…여당은 "공수처" 야당은 "특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치권에서 라임ㆍ옵티머스 사태가 ‘공수처 대 특검’으로 확전 국면을 맞고 있다. “이강세 전 대표를 통해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5000만원을 전달했다”(8일, 법정진술)고 했던 라임 전주(錢主) 김봉현(46)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16일 “현직 검사와 야당 유력정치인에게도 로비했다”(16일, 옥중서신)고 추가 폭로한 데 따른 것이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오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 마련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입주청사를 방문해 소회를 밝히고 있다. 왼쪽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 [뉴스1]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오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 마련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입주청사를 방문해 소회를 밝히고 있다. 왼쪽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 [뉴스1]

여권 인사 연루설로 수세에 몰렸던 더불어민주당은 18일 “공수처 수사대상 1호는 김봉현 폭로사건이 되어야 한다”(최인호 수석대변인)며 역공에 나섰다. “(폭로된 검사에 대한) 법무부 감찰, 검찰 자체 조사에서 명백히 밝혀지지 않거나 서로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 나온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당은 특히 “통제받지 않는 검찰의 정치개입 시도를 공수처로 원천봉쇄 해야 한다”며 검찰을 직접 겨냥했다. 신영대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오전 서면 브리핑을 통해 “김 전 회장은 검찰이 짜 맞추기 수사를 시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실이라면 검찰이 정치개입을 시도한 또 다른 사례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신동근 민주당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검찰개혁과 공수처 설치가 왜 필요한지를 보여주는 전형적 사례”라며 “라임사건은 공수처에서 수사해야 한다”고 썼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 역시 전날(17일) 브리핑에서  “연일 ‘권력형 게이트’라고 외치던 국민의힘이 야당 인사와 검사에 대한 로비 의혹이 제기되자 침묵에 들어갔다”고 비판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뉴스1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뉴스1

민주당 공세에도 야당은 “특검이 답”이라며 기존 입장을 지켰다. 추가 폭로로 당 일각에서 불편한 기류가 감지되지만, 여당의 공세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취지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8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만약 국민의힘이 연관됐다하더라도 엄정 처벌을 요구한다. 청와대와 민주당이 특검을 거부할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 “검찰이 검사·야권 로비 의혹에 대해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이날 법무부 발표에 대해서도, 주 원내대표는 “적반하장”이라고 비판했다. 오히려 “예단과 편견 갖는 추미애 장관이 지휘하는 검찰에 (수사를) 맡길 수 없다. 특검하자”고 역공했다. 주 원내대표는 앞서 언론인터뷰에서 “민주당이 의석수를 가지고 (특검을) 깔아뭉개려고 한다. (불발되면) 장외투쟁도 고려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특검이 답이다”라고 주장했다. “미꾸라지 몇 마리가 검찰 물을 흐려 한 치 앞도 볼 수 없어 걱정이라면 특검이 있다”는 주장이다. 배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번 사건이 공수처가 빨리 만들어져야 하는 이유라는데 어이가 없다”며 “제1야당을 졸(卒)로 보고 막무가내로 법을 개정해서 여당 맘대로 하려 하고 있다. 어느 국민도 공수처를 중립적인 수사기관으로 인정치 않고 결과도 못 믿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라임·옵티머스 특위 위원들도 특검을 반대하는 자, 바로 그 자가 이 거대한 사기극의 주범”이라는 성명서를 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수천 명의 펀드 피해자들의 호소와 권력형 비리 의혹에 침묵으로 일관했던 여당이 사기 주역(김봉현 전 회장)의 자필문건 하나에 감읍하며 180도 태세 전환을 하고 있다”며 “진술을 취사선택해서 믿을 게 아니라 의혹을 밝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반드시 독립적 특검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김경협 민주당 의원은 이날 “공수처장 추천위원을 선임하고, 주호영 원내대표가 특검 결과에 직을 걸면 특검을 수용할 수 있다”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했다. 이와 관련 배현진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정치가 야바위도 아니고 무슨 뚱딴지 발언이냐. 인식의 수준이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주 원내대표는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에게 공식 제안이 온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논의해보겠다”고 말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