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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성과급 잔치'···해외주식 수익률 부풀려 배불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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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전주시 덕진구에 있는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 중앙포토

전북 전주시 덕진구에 있는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 중앙포토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가 해외주식 수익률을 부풀려 '성과급 잔치'를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이 국민연금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국민연금은 역대 최고 수준의 수익률을 달성하긴 했지만, 국민연금 기금운용역들이 부풀려진 초과수익을 근거로 성과급을 가져갔다.

기금운용역의 성과급은 초과수익률에 좌우된다. 그런데 기금운용본부가 해외 주식 투자를 늘리면서 해당 국가로부터 환급받는 배상세를 수익률에 반영해 초과수익을 높였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미국을 비롯해 해외 주식을 투자할 때 국가별 조세협약에 따라 배당세를 전액(또는 일부) 돌려받는다.

그러나 백 의원은 "배당세로 환급받은 돈은 국민연금이 운용을 잘해서 받은 것이 아닌데도, 초과수익률을 산정할 때 '거저' 돌려받은 돈까지 계산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미국 배당주 투자로 1000억원 수익이 났을 경우, 미국 정부로부터  배당세 30%(300억원)를 돌려받았다면, 이를 뺀 700억원이 진짜 수익이지만 국민연금은 300억까지 수익으로 계산했다는 것이다.

백 의원은 해외 주식 내용을 살펴보니, 배당세 감면 효과를 제외하면  2019년 기준으로 초과수익은 -0.10%포인트였지만, 국민연금은 0.3%포인트 초과수익률로 발표했다.

국민연금은 이같은 문제점을 인지하고 지난해 성과평가보상전문위왼회에 해당 사안을 안건으로 올렸지만 별다른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보건복지위원회의실에서 열린 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 등 2020 국정감사에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취약계층 코로나 확진자 관련 질의를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보건복지위원회의실에서 열린 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 등 2020 국정감사에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취약계층 코로나 확진자 관련 질의를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문제는 왜곡된 수익률로 기금운영역들이 성과급을 이미 지급받았다는 것이다.

지난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수익률을 공시하기 시작한 2001년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의 수익률 달성했다. 일등 공신은 해외 주식 부문이었다. 국민연금 기금의 전체 수익률은 11.34%였는데, 해외 주식 부문 성과가 31.64%로 가장 뛰어났다.

지난해 국민연금 기금운용역들은 총 155억4268만원, 운용역 1인당 평균 5651만원의 성과급을 받았다. 지난 5년 동안 성과급은 총 432억 8310만원이 지급됐다.

백 의원은 "한국투자공사도 국민연금처럼 똑같은 수익률을 활용해온 것으로 알려졌지만, 투자공사는 성과 측정 왜곡 가능성을 인지하고 차감 전 기준으로 변경했다"며 "국민연금도 기금위를 열고 벤치마크 조정 논의를 서둘러야 하다"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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