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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그 영화 이 장면

교실 안의 야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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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김형석 영화평론가

김형석 영화평론가

코로나19로 인해 해외여행을 하기 힘들어진 요즘, 영화를 통해서나마 외국을 접할 수 있는 건 작은 위안이다. 영화는 관객을 낯선 공간으로 이끄는 ‘창’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영화들이 지명을 제목으로 내세우기도 하며, 어떤 지역은 영화 때문에 관광지가 되기도 한다.

최근 영화들 중 ‘이국적 풍경’이라는 관점에서 인상적인 작품은 ‘교실 안의 야크’였다. 극장가에서 희귀하게 만나는 부탄 영화인 ‘교실 안의 야크’는 해발 4800m에 인구 56명의 작은 마을 루나나가 배경이다. 내용은 간단하다. 교사 유겐(셰랍 도르지)의 꿈은 호주에 가서 가수로 사는 것이지만 오지로 발령받았고, 처음엔 불만으로 가득 찬다. 하지만 아이들의 순박한 눈망울과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마음이 변하고, 떠나야 할 시간이 왔을 땐 애틋한 이별의 감정을 나눈다.

교실 안의 야크

교실 안의 야크

‘교실 안의 야크’는 도시에서 근시안으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탁 트인 전망의 공간이 지닌 깊이와 청량감을 선사한다. 특히 유겐과 마을 아가씨 살돈(켈든 라모 구룽)이 앉아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산과 마을과 구름이 어우러진, 천국 같은 이미지이며 은은한 로맨스의 광경이다. 이외에도 이 영화에서 카메라가 닿는 모든 곳은, 1년 가까이 ‘격리’ 상태에서 살아가고 있는 코로나 시대의 사람들에게 힐링의 비주얼이다. 언제 이 상황이 끝날지 알 수 없지만, 이런 영화가 있기에 조금이나마 견딜 힘을 얻는다.

김형석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