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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수영대회 마스코트 ‘수리ㆍ달이’ 쓰고 싶은데…국제연맹 반대에 제동

중앙일보

입력

2036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됐던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의 개최지인 광주광역시가 대회 마스코트였던 ‘수리·달이’를 지자체 상징물로 지정하려 했지만, 국제수영연맹(FINA) 반대에 가로막혔다. 전 세계 10억명이 시청한 수영선수권대회의 성공을 활용하려던 계획이 무산된 것이다.

전 세계 10억명이 시청, 흑자 남긴 성공적 대회 평가 #강원도도 평창 올림픽 ‘수호랑·반다비’ 활용 시도 무산

'국제대회 마스코트 쓰고 싶은데…'

지난 15일 광주광역시청에 설치돼있는 광주세계수영선수권 대회 마스코트인 '수리·달이'.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15일 광주광역시청에 설치돼있는 광주세계수영선수권 대회 마스코트인 '수리·달이'. 프리랜서 장정필

 17일 광주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2월과 7월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마스코트인 ‘수리·달이’를 광주시 상징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해달라는 공식 요청을 FINA 측에 전달했다. 세계수영선수권대회는 하계·동계 올림픽 및 월드컵과 함께 4대 메가 스포츠 이벤트로 손꼽힌다.

 FINA의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운영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7월과 8월 대회가 열리는 동안 145개 국가에서 10억9000만명이 대회를 관람했다. 4조2853억원이 투입됐던 평창 동계 올림픽, 2조376억원이 들어간 인천 아시안게임보다 훨씬 적은 2036억원의 사업비로 156억원의 흑자까지 냈다.

 광주시 관계자는 “광주에서 열린 국제대회가 전 세계 미디어에 집중적으로 노출됐는데 비슷한 홍보 효과를 내려면 얼마나 많은 예산을 투입해야 할지 모른다”며 “광주를 쉽게 알리려면 성공한 대회의 마스코트를 활용하자는 판단에 따라 추진된 일”이라고 말했다.

"국제대회 마스코트 저작권 연맹 귀속"

지난해 6월 11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1전시장 앞 광장에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를 홍보하는 대회 마스코트인 수리와 달이 조형물이 설치돼 시민들이 상징물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지난해 6월 11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1전시장 앞 광장에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를 홍보하는 대회 마스코트인 수리와 달이 조형물이 설치돼 시민들이 상징물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하지만 FINA의 답변은 ‘NO(노)’였다. FINA 측은 “개최도시 협약에 따라 세계수영선수권대회를 위해 제작된 상징물은 비상업적 홍보 목적으로만 연맹의 허가를 받아 사용할 수 있다”는 공식 입장을 광주시에 전달했다. 수리·달이 캐릭터에 ‘광주시 로고’를 붙여 사용하는 방안도 저작권이 FINA에 있기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하다.

 광주시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상징물관리위원회를 통해 수리·달이 캐릭터를 비상업적 용도로만 사용하는 방안도 논의했지만, 비효율적이란 결론이 나왔다. 다양한 캐릭터 상품으로 제작할 수 있어야 마스코트의 활용·파급력이 생기는데 비상업적 용도로만 제한되면 유명무실한 방안으로 전락한다는 판단이었다.

 국제대회 마스코트를 지자체 상징물로 사용하려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평창 동계 올림픽을 개최했던 강원도가 대회 마스코트였던 ‘수호랑·반다비’를 지자체 상징물로 사용하려 했었다.

유사 캐릭터 활용시 저작권 시비 등 우려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2018년 1월 3일 오후 강원도 춘천시 강원도청 앞에 설치된 평창 동계올림픽 마스코트 수호랑과 반다비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2018년 1월 3일 오후 강원도 춘천시 강원도청 앞에 설치된 평창 동계올림픽 마스코트 수호랑과 반다비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강원도 역시 IOC(국제올림픽위원회)에 수호랑과 반다비의 강원도 마스코트 지정 가능성을 공식 문의했지만, 저작권이 IOC 측에 귀속돼 비슷한 대체 캐릭터인 ‘범이&곰이’를 지난해 10월부터 사용하고 있다.

 광주시도 강원도처럼 수리·달이와 비슷한 캐릭터를 사용하는 방안도 고민했지만, 결국 접었다. 다만 광주세계수영선수권 대회의 후속 사업인 수영진흥센터·야외수영장·기념관 건립 및 자체 수영대회 개최 때는 수리·달이 캐릭터의 원형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수리와 달이를 대체하는 유사 캐릭터를 만들어도 이름과 홍보 전략을 따로 세워야 하는 별도의 마스코트가 될 수밖에 없다”며 “만약 유사한 캐릭터라고 내세워 홍보에 사용하다가 FINA에서 저작권을 문제삼을 경우 법적 분쟁에 들어갈 수도 있다”고 했다.

광주광역시=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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