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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국기록이 없다? 옵티머스 문건이 소환한 ‘이혁진 미스터리’

중앙일보

입력

“이혁진 전 대표가 뭘 타고 베트남에 갔는지 밝혀내겠다.”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이 16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이혁진 전 옵티머스 자산운용 대표의 해외도주 배경을 두고 한 말이다. 옵티머스는 ‘이혁진-김재현’ 대표 시절로 나뉘는데 현재 서울중앙지검의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는 김재현 대표 체제를 주로 겨냥한 수사다. 이 전 대표는 횡령·성범죄 등으로 조사를 받던 2018년 3월 22일 베트남으로 출국해 문재인 대통령의 베트남·아랍에미리트 순방 일정을 따라다닌 뒤 미국으로 도주했다. 현재 수원지검에서 기소중지 처분한 상태다.

이 전 대표의 ‘수사 중 도주 미스터리’가 새삼 주목받는 데에는 김 대표가 지난 5월 10일 작성한 ‘펀드 하자 치유 관련’ 문건(이하 ‘하자 치유’ 문건)의 영향이 크다. 6페이지 분량의 문건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이혁진이 민주당과의 과거 인연을 매개로 민주당 유력인사 및 정부 관계자에게 거짓으로 탄원. (중략) 이혁진 문제의 해결 과정에서 도움을 줬던 정부 및 여당 관계자들이 프로젝트 수익자로 일부 참여 되어 있고, 펀드 설정 및 운용 과정에서도 관여가 되어 있다.”

이혁진 전 옵티머스자산운용 대표가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과 함께 찍은 사진. [성일종 미래통합당 의원실 제공]

이혁진 전 옵티머스자산운용 대표가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과 함께 찍은 사진. [성일종 미래통합당 의원실 제공]

이 전 대표는 2012년 19대 총선에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 전신) 공천을 받아 서울 서초갑에 출마했다가 낙선하고, 같은 해 12월 문재인 당시 대선 후보의 금융정책특보로 활동하는 등 현 여권 인사와 교류한 이력이 있다.

이 전 대표가 해외로 빠져나가는 과정이 석연치 않은 점을 두고 야당 의원·보좌진 사이에선 “여권 유력 인사의 도움을 받은 게 아니냐. 이혁진 전 대표의 출국 기록이 없다고 한다”, “검찰 서류에도 ‘출국지 미상’으로 나온단다”, “문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출국한 게 아니냐” 등 확인되지 않은 설이 흘러나오는 중이다. 그는 지난 7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도 비행기 탑승 관련 여러 증빙 자료(베트남 내 이동 및 베트남에서 아랍에미리트 이동)를 보여줬지만 한국에서 베트남으로 출국한 근거는 공개하지 않았다.

문건 공개를 계기로 옵티머스 전·현직 대표 간 인연도 조명되고 있다. ‘하자 치유’ 문건에는 “2017년 4월 친구인 홍모씨 소개로 이혁진을 처음 만나 전문 경영인을 제안받았다”고 나와 있다. 대형 연예기획사 대표였던 홍씨는 이 전 대표와 상문고 동문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의 법무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추 장관의 발언 태도 등과 관련한 야당의원들의 의사진행발언을 듣고 있다. 오종택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의 법무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추 장관의 발언 태도 등과 관련한 야당의원들의 의사진행발언을 듣고 있다. 오종택 기자

‘하자 치유’ 문건을 보면 한양대 동문인 둘(이혁진·김재현)은 만남 초기 옵티머스에 대한 공동 경영을 체결하며 의기투합했다. 하지만 이후 주식양도 계약 및 지급금 문제 등으로 틀어지기 시작했고, 2018년에는 회삿돈 횡령 등으로 소송전을 하고 임시주총에서 육탄전까지 벌이면서 멀어졌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에 나와 이 전 대표의 송환 문제에 대해 “범죄인 인도 청구를 하기 위해 상대국과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이 전 대표의 신병을 확보하는 대로 옵티머스 설립 초기의 정·관계 로비 의혹을 확인할 계획이다. 이 전 대표는 임종석 대통령 외교안보특보와 한양대 동기인 점을 내세워 설립 과정에서 금융당국 등의 특혜를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 등을 받고 있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서울 서초구갑에 민주통합당 후보로 출마했을 당시 이혁진 전 대표 [뉴시스]

지난 19대 총선에서 서울 서초구갑에 민주통합당 후보로 출마했을 당시 이혁진 전 대표 [뉴시스]

이 전 대표는 최근까지도 여러 언론에 “김재현 대표와 금융 모피아에 회사를 강탈당했다”, “최종구 당시 금융위원장에게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문 대통령 해외 순방길을 사비로 따라갔다” 등 해명성 인터뷰를 했다. 그는 현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김치 판매와 배달 사업을 하고 있다.

한편 김 대표가 구속되기 두 달 전 쓴 ‘하자 치유’ 문건에는 옵티머스의 고문단(이헌재·채동욱·양호·김진훈 등)이 회사 운영과정에서 고비 때마다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겨 있다. 이는 김 대표 자신을 옥죄는 단서로도 작용하는 중이다. 업계에선 인지도가 낮고 규모가 작은 옵티머스 자산운용사가 특정 증권사(NH 투자증권 등)의 판매에 힘입어 3년여간 1조 5000억 원어치 펀드를 판 점 등을 이유로 고문단을 통한 정관계 로비 가능성이 거론된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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