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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호구시광? 상견니?…왜 中·대만 드라마 제목은 외계어 같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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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일소흔경성? 치아문단순적소미호? 상견니?

[사진 바이두바이커]

[사진 바이두바이커]

먼저 고백한다. 기자는 중국 드라마(중드) 문외한이다. 재미있게 본 중드나 대만 드라마(대드)를 떠올리면 ‘황제의 딸’, ‘판관 포청천’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중국을 공부하고 취재해 기사를 쓰면서 중국 드라마에 대한 관심이 최근 커졌을 뿐이다. 이미 중드와 대드의 매력을 잘 아는 마니아가 이 글을 보면 언짢을 수 있어 하는 말이다. 잘 모르는 사람이 함부로 이야기한다고 느낄 것 같아서다.

넷플릭스, 왓챠, 웨이브.[앱 아이콘 캡처]

넷플릭스, 왓챠, 웨이브.[앱 아이콘 캡처]

그럼에도 이야기를 꺼내본다. 지금은 콘텐트 스트리밍 전쟁 시대다. 넷플릭스, 왓챠, 웨이브 등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ver The Top·OTT)에 포털사이트와 IPTV까지 참전했다. 이들은 드라마와 영화를 쏟아내며 고객 모집에 나서고 있다.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중국 드라마와 대만 드라마는 중요한 콘텐트 공급원 중 하나가 됐다.

치아문단순적소미호.[사진 바이두바이커]

치아문단순적소미호.[사진 바이두바이커]

그렇기에 관심이 없던 이들도 중국 드라마를 접할 기회가 많아졌다. 알고리즘이 추천해 주기 때문이다. 기자도 그랬다. 구독한 넷플릭스와 왓챠가 화면에 띄워줬다. 그때 본 드라마 제목에서 들었던 의문과 호기심. 기자만 가진 건 아닐 거라 생각한다.

이 글 가장 처음에 쓴 세 개의 한글 단어는 중국과 대만 드라마의 제목이다. 이걸 보고 의미를 곧바로 이해한 사람은 드물 것이다.

[상견니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상견니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의아했다. 분명 한글로 쓰였는데 뜻을 알 수가 없다. 솔직히 미미일소흔경성에선 사람 이름(미미)이(나중에 알아보니 맞았다.), 치아문단순적소미호에선 이빨(치아)이, 상견니에선 ‘상견례’가 떠올랐을 뿐이다.

물론 사진과 소개 자막을 보고 추측은 했다. 중국과 대만 드라마이니 중국어 원문 제목(한자)을 한국어 독음으로 그대로 옮겼겠네. 그래도 외계어 같다고 느껴진 건 어쩔 수 없었다.

나중에 찾아보고 알았다. 

[상견니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상견니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미미일소흔경성(微微一笑很倾城)은 ‘웨이웨이(微微)의 미소는 아름답다’, 치아문단순적소미호(致我们单纯的小美好)는 ‘순수하고 아름다운 우리의 어린 시절’, 상견니(想見你)는 ‘네가 보고 싶어’란 뜻인 것을. 풀이를 보고 나니 이해가 됐다. 드라마의 성격과 분위기에 어울리는 제목이었구나.

그래서 이상했다. 한국인도, 그렇다고 한문이 아니라 중국인도 알아듣지 못하는 한글 제목. 왜 쓸까.

이런 전통이 갑자기 생겨난 건 아닌 것 같다. 

[사진 네이버 무비]

[사진 네이버 무비]

한국에서 인기를 끈 홍콩·중국 영화를 보자. 대부분 원문 제목을 한국어 독음으로 옮겼다. 정무문, 영웅본색, 동방불패 등등. 한자 문화를 공유한다는 특성이 있어 가능한 일이다. 네티즌 중에는 이런 관행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고 추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 영화는 제목이 대부분 짧은 사자성어, 한 단어 등으로 구성돼 있다. 그래서 어색하지 않았고, 이해가 어렵지 않았다. 최근에 나오는 중국 드라마도 사극에선 제목의 어색함이 덜하다.

니호구시광. [사진 바이두바이커]

니호구시광. [사진 바이두바이커]

문제는 현대 중국어 문장으로 구성된 제목이다. 중국 드라마 ‘니호구시광’을 보자. 한글만 읽으면 전혀 이해가 안 된다. 하지만 원문(你好旧时光)을 보자. 웬만한 한국 사람도 아는 중국어 ‘니하오(你好)’ 가 눈에 뜨인다. 원문 제목의 뜻은 ‘안녕, 옛날이여’다. 현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에서 이런 상황이 잦을 수밖에 없다.

한자를 그대로 표기할 수도 있지. 무엇이 문제냐고 이야기할 수 있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영어 제목을 제외하면 한국에 정식으로 수입되는 웬만한 외국 드라마와 영화는 원문 표기를 그대로 제목으로 쓰지 않는다. 한국어로 번역하거나, 아예 다른 제목을 단다. 물론 흥행 때문이다. 시청자가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 보다 많은 사람이 찾는 걸 기대한 거다.

현대 중국 드라마와 영화에서 이런 시도가 없는 게 아니다.

[넷플릭스 캡처]

[넷플릭스 캡처]

앞서 말한 치아문단순적소미호는 넷플릭스에서 ‘아름다웠던 우리에게’란 제목으로 방영됐다. 국내에서도 꽤 인기가 있었던 대만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那些年. 我們一起追的女孩)’ 도 원문을 한국어로 번역해 개봉했다.

[사진 네이버 무비]

[사진 네이버 무비]

중국 드라마 문외한의 어이없는 말일 수 있다. 하지만 중국 드라마가 한국에서 흥행하려면 이런 문외한에게 다가가야 하지 않을까. 마케팅 차원에서 고민할 문제라고 본다. 콘텐트를 제작한 업체가 됐든, 넷플릭스와 같은 플랫폼 사업자가 됐던 말이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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