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작년엔 이상고온, 올핸 코로나···지자체 잇따라 겨울축제 취소

중앙일보

입력

“코로나19에 돼지열병까지”

지난 2월 16일 오후 강원 화천군 화천천에서 산천어축제 폐막행사로 불꽃쇼가 펼쳐지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 2월 16일 오후 강원 화천군 화천천에서 산천어축제 폐막행사로 불꽃쇼가 펼쳐지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겨울축제 땐 이상고온에 얼음이 얼지 않아 피해가 컸는데 이번엔 코로나19에 돼지열병까지…. 겨울을 어떻게 보낼지 막막합니다.”

화천군, 산천어 계약물량 190t 절반 이하로 줄여 #태백시, 눈축제 준비 과정서 예산 70~80% 소요 #코로나19로 축제 못 하면 예산 낭비 뻔해 고민

 강원 화천군에서 낚시점을 운영하는 정문영(81)씨는 요즘 고민이 많다. 이맘때면 산천어축제에서 판매할 낚시 장비를 구매하고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어야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축제 개최가 불투명해지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씨는 “화천지역 상인들은 산천어축제 기간 열심히 장사해 일년 치 월세를 마련하는 등 축제 개최가 생계에 큰 보탬이 돼 왔다”며 “지난 겨울엔 이상고온과 폭우에 화천천 얼음이 녹아 축제가 두 차례나 연기됐고, 얼음낚시도 중단되면서 어려움이 많았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이번 겨울축제가 코로나19와 돼지열병 영향으로 취소되면 지역경제에 큰 타격이 있을 것”이라며 “하루 빨리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돼 산천어축제를 개최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화천군 주민들 각종 악재에 울상

지난 2월 9일 강원 화천군 일원에서 열린 '2020 화천산천어축제'를 찾은 관광객들이 얼음이 얼지 않은 화천천에서 수상낚시를 즐기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월 9일 강원 화천군 일원에서 열린 '2020 화천산천어축제'를 찾은 관광객들이 얼음이 얼지 않은 화천천에서 수상낚시를 즐기고 있다. [연합뉴스]

 그동안 겨울축제를 꾸준히 개최해 온 강원지역 자치단체들이 코로나19 여파로 축제 개최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완화됐지만, 여전히 곳곳에서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특히 세계 4대 겨울축제로 꼽히며 매년 170만~18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산천어축제를 여는 화천군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축제 개최를 결정하고 준비에 나섰다가 코로나19 재확산 등 변수가 발생해 낭패를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화천군은 축제장에 쓰이는 산천어 계약 물량 190t을 절반 이하로 줄여 놓은 상태다.

 최문순 화천군수는 “코로나19 진행 추이를 지켜보는 상황으로 다음 달에는 개최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화천군민과 관광객의 건강과 안전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주민과 함께 충분히 논의 후 축제의 개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화천 산천어축제는 매년 1000억원 안팎의 경제 효과를 거두는 축제로 날씨가 추워지면 인구 2만4672명의 화천군 주민 대부분이 축제 준비에 나선다.

 태백시의 대표 겨울축제인 ‘태백산 눈축제’도 개최와 취소의 갈림길에 선 상황이다. 주요 프로그램인 대형 눈 조각 전시 작품을 만들려면 최소 2개월 전인 11월부터 대행사 선정 및 제설팀 구성 등 축제 개최 준비에 들어가야 해서다. 태백시는 시민 의견을 수렴하는 등 개최 여부를 두고 고민하고 있지만, 아직 명확한 방향은 잡지 못한 상황이다.

‘평창 송어축제’, ‘홍천강 꽁꽁축제’ 취소 결정

지난 1월 18일 태백산 눈축제 대형 눈 조각 작품 전시장인 태백산국립공원 당골광장이 관광객으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 태백시]

지난 1월 18일 태백산 눈축제 대형 눈 조각 작품 전시장인 태백산국립공원 당골광장이 관광객으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 태백시]

지난 1월 19일 태백산 눈축제 주 행사장인 태백산국립공원 당골광장 모습. [연합뉴스]

지난 1월 19일 태백산 눈축제 주 행사장인 태백산국립공원 당골광장 모습. [연합뉴스]

 태백산 눈축제의 경우 10억원 정도의 예산 중 준비 과정에서 70∼80%가 소요되기 때문에 개최를 결정했다가 코로나19 상황이 악화할 경우 막대한 혈세가 낭비될 수 있다. 태백시 관계자는 “앞으로 벌어질 코로나19 상황을 예측할 수 없어 고민이 많다”며 “이달 중에는 개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고심 끝에 겨울축제 취소를 결정한 자치단체들도 있다. 평창군은 지난달 초 코로나19 지역 확산 방지와 주민 안전을 위해 오는 12월부터 개최할 예정이던 ‘평창 송어축제’를 열지 않기로 했다. 한왕기 평창군수는 “군민 건강과 안전이 최우선이라 판단돼 불가피하게 축제 취소를 결정하게 됐다”며 “축제에 대한 전반적인 진단과 분석을 통해 글로벌 축제로 도약하기 위한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평창 송어축제는 2018년과 지난해 2년 연속 문화관광축제로 선정되는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역할을 했었다.

 홍천문화재단도 지난달 21일 이사회를 열고 ‘홍천강 꽁꽁축제’ 를 취소하기로 했다. 다만 이미 계약한 송어 20t의 활용 및 겨울철 지역경기 활성화를 고려해 강변주차장을 활용한 소규모 행사 가능성은 남겨둔 상황이다. 전명준 홍천문화재단 대표는 “축제를 개최하려면 환경영향평가 등 사전에 많은 준비를 해야 하는데 준비를 했다가 혹여나 코로나19로 축제를 못 하게 되면 주민 혼란이 불 보듯 뻔해 올해는 열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화천·평창=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