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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코로나 사망자 4월의 5배 될 수도”…‘세컨드 웨이브’ 먹구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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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7호 02면

글로벌 2차 팬데믹 오나

15일 로마에서 마스크를 쓴 의료진이 코로나 검사를 하고 있다. [로마 EPA=연합뉴스]

15일 로마에서 마스크를 쓴 의료진이 코로나 검사를 하고 있다. [로마 EPA=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안정세를 보이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전 세계에서 고삐 풀린 듯 확산되고 있다. 누적 감염자 수가 유럽에서 700만 명, 미국에서 800만 명을 넘어선 가운데 사망자가 지난 4월의 5배에 달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코로나 ‘세컨드 웨이브(두번째 물결)’의 먹구름이 전세계를 뒤덮고 있다.

하루 유럽 12만, 미국 4만 명대 확진 #파리, 사상 세 번째로 야간 통금 #마드리드 봉쇄, 독일선 술집 폐쇄 #국내 신규 환자는 47명 ‘안정적’ #소규모 집단감염 이어져 요주의

세계보건기구(WHO)는 15일(현지시각) “최소 9개 유럽 국가에서 신규 확진자가 역대 최대를 보였다”며 “만약 효과적 대책이 없다면 수개월 내 일일 사망자가 이전 고점인 지난 4월의 4∼5배에 이를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스 클루게 WHO 유럽 담당 국장은 “지난 한 주간 유럽 내 신규 확진자가 역대 최대를 보였으며, 사망자도 하루 1000명을 넘어서면서 코로나19가 주요 사망 원인 중 5번째로 꼽히는 등 중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세대 간 사회적 접촉이 늘어나 고령층 및 취약 연령층에서 감염이 퍼지면 상황이 극단적으로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1차 확산 당시와는 달리 이번 주 대다수 국가에서 통제 강화에 나서고 있어 사망자를 수백 명에서 수천 명 줄일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 클루게 국장의 진단이다.

누적 확진자 유럽 700만, 미국 800만 명

WHO 집계에 따르면 유럽 53개국에서 누적 확진자가 지난 9∼10일을 기점으로 700만 명을 넘어섰으며, 일일 확진자도 사상 처음으로 12만 명을 초과했다. 15일 기준 일일 확진자가 역대 최대를 보인 곳은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등 10개국이다. 프랑스에서는 이날 일일 확진자가 2만 명을 넘어섰으며, 영국, 러시아 등에서도 1만 명대를 나타냈다.

유럽 각국은 봉쇄조치 강화에 나섰다. 프랑스는 파리를 비롯해 9개 도시에 오는 17일부터 야간 통행금지를 실시한다. 적어도 4주간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시행되는 통행금지를 어기면 135유로(약 18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반복적으로 어기면 최고 1500유로(약 200만원)까지 벌금을 매긴다. 르몽드는 “파리 시내의 야간 통행금지는 2차 대전 당시 나치 점령기와 1950년대 알제리 전쟁에 이어 세 번째이며, 전쟁 중이 아닌 시기로는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영국 런던시는 이번 주말부터 여러 가족이 실내에서 만나는 것을 금지했다. 포르투갈 정부는 비상사태보다 한 단계 높은 국가재난사태를 선포했고 5인 이상 모임을 금지했다. 스페인은 수도 마드리드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도시 전체를 봉쇄했다. 독일 역시 술집의 야간 영업을 금지하기로 결정했고, 네덜란드는 지난 14일부터 한 달간 모든 식당과 술집을 폐쇄했다.

대서양 건너 미국에서도 로이터 통신의 자체 집계 결과 같은 날 누적 확진자가 800만 명을 넘어섰다. 누적 사망자는 21만여 명을 넘어선다. 지역별로는 위스콘신주에서 이날 신규 확진자가 4000명 나온 것을 포함해 10개 주에서 역대 최대를 나타냈다. 하루 확진자 수가 4만6000명에 달한다. 미국에서는 아직 본격적인 봉쇄 강화 움직임은 없지만, 주별로 부분적인 조치들이 나올 수 있다는 분위기다.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는 “코로나로 21만 명이 넘는 사람이 숨진 상황인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바이러스가 부활절까지 없어질 것, 여름이 되면 사라질 것’이라며 아무것도 안 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코로나 확산 우려로 미국과 유럽 증시도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지수는 19.80포인트(0.07%) 내린 2만8494.20에 거래를 마쳤다. 3거래일 연속 하락세다. 미국 실업 지표가 악화된 것도 투자 심리에 악영향을 미쳤다. 미국 노동부는 지난주 실업보험 청구자 수가 전주보다 5만3000명 늘어난 89만8000명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실업보험 청구자 수는 3주 만에 다시 증가세를 기록했으며, 월스트리트저널이 집계한 예상치 83만 명보다 많았다. 유럽과 미국에서 코로나 상황이 심각해진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

미국의 신규 부양책 협상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 제안(1조8000억 달러)보다 부양책 규모를 키울 수 있다면서 대선 전 타결 가능성도 내비쳤다.

반면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부양책 증액 반대 견해를 재차 밝히면서 규모도 5000억 달러가 적절하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전문가들은 변동성이 큰 장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UBS의 마크 해펠 글로벌 자산 운용 최고투자책임자는 “백신 사용 가능 시점과 미국 부양책의 규모 및 도입 시기, 대선 결과 등의 불확실성 요인으로 인해 시장의 변동성이 몇 주간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유럽 주요국 증시 역시 코로나 재확산과 미국의 추가 경기 부양책 합의 지연 우려로 일제히 2%안팎으로 하락했다.

때아닌 집단면역 논쟁에 휩싸인 백악관

이런 와중에 백악관은 ‘집단면역’ 논쟁에 휘말렸다. 발단은 영국 옥스퍼드대와 미국 하버드대 등의 감염·공중 보건 전문가들이 지난 4일 내놓은 ‘그레이트 배링턴 선언’이다.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작은 마을 그레이트 배링턴에서 작성된 이 선언문은 봉쇄 정책이 아동 예방 접종률 감소, 심혈관 질환 악화, 암 검진 감소 등에 따라 장기적으로 공중 보건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선언문에는 “코로나19 사망 위험이 적은 사람들은 일상생활을 하며 자연 감염을 통해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을 갖도록 하고, 노인 등 고위험군을 집중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른바 ‘집단면역’과 ‘집중 보호’다.

그러자 지난 13일에는 백악관이 집단면역을 전략으로 삼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뉴욕타임스(NYT)의 보도가 나왔다. 논란이 일자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15일 집단면역 제안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파우치 소장은 “(집단면역을 하면) 병에 걸려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과학계에서도 그레이트 배링턴 선언을 반박하고 나섰다. 영미와 유럽 학자 79명은 ‘존 스노우 성명’을 통해 “자연 감염을 통한 코로나19 통제 정책은 결점이 많다”고 반박했다. 존 스노우는 1850년대 런던을 콜레라 유행에서 해방시킨 감염병 학자다. 이들은 “젊고 건강한 사람이라도 만성 코로나에 시달릴 수 있을 뿐 아니라 어떤 사람이 이에 취약한지, 면역력이 생기더라도 얼마나 유지되는지 아직 모른다는 점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날 우리나라의 코로나 신규 환자는 감소했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는 16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환자가 47명 발생했다고 밝혔다. 총 누적 환자는 2만5035명이다. 암호화폐 관련된 서울 강남구 ‘성지하이츠 3차 오피스텔’, 중랑구 이마트 상봉점 등 소규모 집단감염이 이어지고 있다. 또 독감(인플루엔자)과 코로나의 동시 유행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중국 우한대학 연구팀은 이날 독감과 코로나에 동시에 걸릴 경우 증세가 훨씬 심각해질 수 있다는 동물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전략기획반장은 “추석과 한글날 연휴가 끝난 지 아직 1주 정도 밖에 안 되는 시점이기 때문에 잠복기를 고려하면 지역 사회에 바이러스가 잠복해 있을 가능성도 있다”며 “다음 주까지는 방역수칙을 준수하면서 긴장감을 풀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김창우·김나윤 기자, 세종=김민욱 기자 changwoo.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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