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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바이든 ‘우크라 스캔들’ 재점화…막판 뒤집기 총력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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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7호 08면

[최익재의 글로벌 이슈 되짚기] 미 대선 D-17

15일 미국 플로리다의 한 식당에서 손님들이 따로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전 부통령 토론회를 지켜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5일 미국 플로리다의 한 식당에서 손님들이 따로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전 부통령 토론회를 지켜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막판 뒤집기에 사활을 걸었다. 다음달 3일 대선까지 남은 기간은 불과 17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와의 지지율 격차를 좁히는 게 지상과제다. 16일 전국 지지율은 트럼프 대통령이 42.3%를 기록해 바이든 후보(51.7%)에게 9.4%포인트 뒤져 있다. 워싱턴 정가에선 “이젠 어느 정도 대세가 굳어진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미 선거조사 업체인 ‘파이브서티에이트’에 따르면 지난 15일 현재 바이든이 승리할 가능성은 87%에 달했다.

판세 바꿀 마지막 카드는 #4년 전 힐러리 잡은 네거티브 전략 #보수표 결집, 경합주서 승리 노려 #추가 경기 부양책 협상에도 전력 #대선 전 백신 보급은 어려울 전망 #3차 TV토론, 샤이 트럼프에 기대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4년 전 싹쓸이했던 플로리다·미시간·애리조나 등 거의 모든 경합주에서 밀리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최근 들어 플로리다·노스캐롤라이나·미네소타 등에서 소폭이나마 격차가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보수층의 결집이 구체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대세를 뒤집기엔 역부족일 것이란 평가도 적잖다.

AP통신 등은 “트럼프의 마지막 희망은 4년 전처럼 경합주에서 깜짝 승리를 최대한 거두는 것뿐”이라며 “이는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후보를 이겼던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한 표라도 더 얻은 후보가 해당 주의 선거인단을 모두 가져가는 ‘승자 독식’ 제도의 맹점을 노린 것이다. 이럴 경우 전국 지지율에서 지더라도 대권을 거머쥘 수 있다.

트럼프 진영으로선 여전히 보수표 결집과 중도표 잠식이 핵심 전략이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지난 14일엔 공화당 소속의 찰리 베이커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제 트럼프 대통령에게 남은 카드는 별로 없다. ▶우크라이나 스캔들 ▶연방대법관 임명 ▶추가 경기 부양책 ▶코로나 백신 ▶샤이 트럼프 정도인데 그나마도 효과가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이 중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스캔들’ 재점화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간 트럼프 측은 바이든 후보가 부통령 재임 당시인 2016년 아들 회사와 관련한 우크라이나 검찰의 수사를 막기 위해 부당하게 압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바이든 후보가 이를 부인하자 흐지부지됐다.

이와 관련, 뉴욕포스트는 지난 14일 “우크라이나 에너지 기업에서 일했던 바이든의 아들이 회사 고위층을 바이든에게 소개한 내용이 담긴 e메일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측이 제공한 정보였다. 하지만 트럼프의 의도대로 네거티브 전략이 통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트럼프는 4년 전에도 유사한 전략으로 톡톡히 재미를 봤다. 대선 일주일을 남겨두고 연방수사국(FBI)이 클린턴 후보의 e메일 스캔들에 대한 재조사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당시 클린턴 후보가 개인 e메일을 통해 국가 기밀을 주고받았다고 맹비난했다.

에이미 코니 배럿 연방대법관 지명자 인준 이슈도 트럼프에겐 호재다. 최근 열린 인준 청문회에서 배럿 지명자는 오바마 케어와 여성 낙태권, 총기 소지, 동성 결혼 등에 대해 보수적인 견해를 밝혔다. 트럼프 진영이 민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선 직전에 대법관 인준을 마무리하려는 것은 논쟁적인 이슈를 통해 보수층을 결집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추가 경기 부양책이 대선 전에 빛을 볼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경기 부양책 규모를 놓고 백악관은 1조8000억 달러(약 2060조원)를, 민주당은 2조2000억 달러를 주장하며 맞서왔다. 하지만 최근 양측 협상이 진전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에게 “우리가 제시한 안보다 더 큰 규모의 부양책도 수용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민주당이 요구하는 전 국민에 대한 코로나19 검사 방안도 수용하기로 했다. 코로나 사태 이전 경제 분야는 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큰 치적 중 하나였다. 그만큼 그로서는 대선 전 경기 부양책 집행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번 대선의 최대 변수인 코로나 사태를 진정시킬 백신 보급은 대선 전엔 어려울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백신이 대선 전에 나와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 대선에 미칠 영향을 감안해서다. 그러나 미 식품의약국(FDA)이 최근 발표한 코로나 백신 긴급 사용 승인 기준에 따르면 임상시험 종료 후 최소 두 달간의 추적·관찰이 필요하다. 임상 참가자들이 백신 최종분을 맞은 시점이 지난달 말이기 때문에 일러야 다음달 말이나 돼야 일반인 접종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공화당 일각에선 ‘샤이 트럼프’에 대한 기대도 접지 않고 있다. 숨은 트럼프 지지자들이 대선 때 새롭게 드러날 것이란 주장이다. 하지만 현지 여론조사 업체들은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이들은 “현재 집계되고 있는 여론조사에 저학력 백인들 의사가 충분히 반영돼 있다”며 “샤이 트럼프였던 유권자들이 이미 지난 4년간 나름대로 정치색을 드러냈기 때문에 지금껏 숨어 있는 유권자는 거의 없다”고 주장한다.

궁지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에게 오는 22일 열리는 3차 TV토론이 갖는 의미는 크다. 코로나19를 극복한 ‘수퍼맨’임을 홍보할 사실상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대선 직전 판세를 뒤흔들 만한 ‘옥토버(10월) 서프라이즈’는 쉽지 않을 듯하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선 판도를 바꿀 만한 카드가 마땅찮을 것이란 의미로, 이럴 경우 바이든 후보의 승세가 굳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워싱턴 정가에서 “옥토버 서프라이즈를 굳이 꼽는다면 트럼프의 코로나 감염 정도가 아니겠느냐”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최익재 기자 ij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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