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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 낮춘 아바도…최고 지휘자의 품격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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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7호 20면

아바도 평전

아바도 평전

아바도 평전
볼프강 슈라이버 지음
이기숙 옮김
풍월당

10년 전만 해도 우리에겐 고전음악에 관한 읽을거리가 별로 없었다. 바흐, 모차르트, 베토벤 등 주요 음악가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책조차 마땅치 않았다. 고전음악은 듣기와 함께 읽기를 같이 해야 한다는 점에서 우리의 음악적 토양은 매우 척박했다.

근래 들어서는 많이 나아졌다. 대학과 전문출판사의 노력으로 읽을거리가 한결 풍요로워졌다. 최근에는 풍월당의 역할이 두드러진다. 클래식 음반점으로 출발한 풍월당은 2017년 『브람스 평전』을 시작으로 최근 『인간 바그너』 『슈베르트 평전』을 내더니 곧이어 『아바도 평전』을 내놓았다. 조만간 『슈만 평전』도 나온다고 한다. 평전(評傳)은 깊은 연구에 평론까지 더해지는 장르라 무게감이 다르다.

지휘자 클라우디오 아바도(1933~ 2014)는 우리나라 클래식 애호가들도 사랑하는 음악가다. 말년에 루체른 음악제에서 매년 지휘한 말러의 교향곡 영상물을 하나씩 사 모으던 일이 엊그제 같은데 그는 떠나고 없다. 대신 책 한 권이 선물처럼 나왔다. 작가는 독일의 저명한 음악평론가 볼프강 슈라이버다. 30년 넘게 아바도의 예술 행로에 동행했으니 평전의 저자로 적격이다. 연대기 형식의 이 책은 아바도의 삶을 생생하게 되살려 냈다.

아바도는 지휘계에서 최고로 꼽는 다섯 개 포디엄을 차례로 점령했다. 밀라노 라 스칼라, 런던 심포니, 빈 필, 빈 국립 오페라, 베를린 필이 그것이다. 그렇게 화려한 이력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역설적으로 자신을 낮췄기 때문이다. 책 마지막 장 ‘죽음과 변용’에서 저자가 목격한 아바도의 모습은 세심한 인격체다. “무대로 입장할 때 그는 지휘의 ‘왕홀’인 지휘봉을 눈에 안 보이게 쥐었다. 연주를 시작하기 직전에야 무심한 듯이, 그러나 빠르게 꺼냈다.” 이런 아바도를 저자는 ‘조용한 혁명가’라고 회고했다.

아바도는 2013년 루체른에서의 마지막 콘서트에서 브루크너 9번 교향곡과 슈베르트 8번 교향곡을 연주했다. 둘 다 ‘미완성’이다. 이 선곡도 자신의 삶에 겸손한 태도로 보인다. 그러나 그가 떠난 뒤 우리는 ‘가장 품위 있었던 지휘자’로 아바도를 그리워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choi.jeongd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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