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놀라운
동물의 언어
에바 메이어르 지음
김정은 옮김
까치
2010년 월드컵에서 경기결과를 정확히 예측해 화제가 됐던 족집게 문어를 기억하시나. 신기한 문어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라 문어의 언어능력을 얘기하려는 거다. 문어는 대부분의 신경 세포가 다리에 몰려 있어 뇌와 별개로 작동하며 미각과 촉각을 느낀다고 한다. 두족류(頭足類)라는 분류 명칭에 걸맞게 문어는 다리로 생각하는 동물이라고 할 수 있는데, 두족류들은 복잡한 피부색 변화를 통해 인간의 예상보다 광범위한 의사소통을 한다는 것이다.
빼어난 언어 능력을 갖춘 예외적인 동물 사례는 이 책에 차고 넘친다. 1978년 한 심리학자가 회색앵무가 학습을 통해 언어 능력을 습득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회색앵무는 150개가량의 어휘를 익혔고 50개의 사물을 식별했다. “더 크다” “더 작다” 같은 개념까지 이해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분야의 끝판왕은 찌르레기다. 찌르레기의 노래에서는 하나의 구조가 다른 구조의 일부가 되는, 그러니까 한 문장이 다른 문장의 일부가 되는 재귀적 구조가 발견된다고 한다. 가령 “새끼 찌르레기가 배가 고프다고 운다”, 이런 식의 문장을 말할 수 있다는 거다.
하지만 방대한 근거 자료에도 불구하고 동물에게 언어능력이 있다고 단정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사회성 동물의 DNA에서 언어 유전자를 찾겠다는 학자도 있지만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동물들 사이의 의미 있는 의사소통을 구성하는 요소가 무엇인지를 인간이 결정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인간이 정의한 언어 틀에 동물들의 의사소통을 짜 맞추려 하지 말고 그들의 내면을 들여다 봐야 한다는 얘기다. 저자가 보기에 동물들은 늘 인간에게 뭔가를 이야기하고 있다.
신준봉 전문기자/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infor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