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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에게는 동물의 언어가 있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707호 21면

이토록 놀라운 동물의 언어

이토록 놀라운 동물의 언어

이토록 놀라운
동물의 언어
에바 메이어르 지음
김정은 옮김
까치

2010년 월드컵에서 경기결과를 정확히 예측해 화제가 됐던 족집게 문어를 기억하시나. 신기한 문어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라 문어의 언어능력을 얘기하려는 거다. 문어는 대부분의 신경 세포가 다리에 몰려 있어 뇌와 별개로 작동하며 미각과 촉각을 느낀다고 한다. 두족류(頭足類)라는 분류 명칭에 걸맞게 문어는 다리로 생각하는 동물이라고 할 수 있는데, 두족류들은 복잡한 피부색 변화를 통해 인간의 예상보다 광범위한 의사소통을 한다는 것이다.

빼어난 언어 능력을 갖춘 예외적인 동물 사례는 이 책에 차고 넘친다. 1978년 한 심리학자가 회색앵무가 학습을 통해 언어 능력을 습득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회색앵무는 150개가량의 어휘를 익혔고 50개의 사물을 식별했다. “더 크다” “더 작다” 같은 개념까지 이해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분야의 끝판왕은 찌르레기다. 찌르레기의 노래에서는 하나의 구조가 다른 구조의 일부가 되는, 그러니까 한 문장이 다른 문장의 일부가 되는 재귀적 구조가 발견된다고 한다. 가령 “새끼 찌르레기가 배가 고프다고 운다”, 이런 식의 문장을 말할 수 있다는 거다.

하지만 방대한 근거 자료에도 불구하고 동물에게 언어능력이 있다고 단정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사회성 동물의 DNA에서 언어 유전자를 찾겠다는 학자도 있지만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동물들 사이의 의미 있는 의사소통을 구성하는 요소가 무엇인지를 인간이 결정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인간이 정의한 언어 틀에 동물들의 의사소통을 짜 맞추려 하지 말고 그들의 내면을 들여다 봐야 한다는 얘기다. 저자가 보기에 동물들은 늘 인간에게 뭔가를 이야기하고 있다.

신준봉 전문기자/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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