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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지자고? 너 낙태했잖아···남성 협박수단 악용된 낙태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부가 낙태죄를 일부 유지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임신 14주까지는 특별한 사유가 없어도 임신중절 수술을 받을 수 있지만, 그 이후는 주기에 따라 조건부 허용 또는 전부 불법으로 하자는 겁니다.

이슈언박싱

여성단체 등은 낙태죄 전면 폐지를 주장합니다. 이들은 산모 스스로 자신의 몸에 대해 결정할 권리를 강조합니다. 낙태죄가 실제로는 남성은 외면한 채 임신한 여성만 옭아매는 식으로 악용되는 현실도 지적합니다.

낙태 판결 80개 분석해보니

현실은 어떨까요. 중앙일보는 최근 6년간의 낙태죄 관련 판결문 80여 개를 전부 분석했습니다. 먼저 정부가 입법 예고한 법안으로도 사실상 낙태죄 폐지효과가 있다는 말은 어느 정도 맞았습니다. 지난 2015년부터 올해까지 낙태죄 관련 사건 중 절반 이상이 임신 14주 이내에 중절 수술을 받은 사례였습니다.

임신 23주째였던 10대 여학생이 임신중절 수술을 음성적으로 받다가 숨지는 일도 있었습니다. 판결문에 따르면 수술 전 기본 검사도 제대로 되지 않는 등 수술 환경은 매우 열악했습니다. 이 여학생의 경우 양육 환경이 갖춰지지 않은 데다 태아의 장애가 의심돼 사회·경제적 사유가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지금이라면 불법 수술을 받지 않아도 됐을 겁니다.

보복ㆍ협박 악용도 많았다

반면 낙태죄가 남성의 복수나 괴롭힘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사례도 많았습니다. 2017년 20대 남성이 여자친구와 헤어지자 그를 낙태죄로 수사기관에 고발하고 수술한 의사에게서도 600만원을 뜯어낸 사건이 있었습니다. 재판부는 “자신이 낙태를 의뢰해놓고 자해공갈단이나 다름없다”며 그를 꾸짖었습니다.

낙태를 한 여성의 지인이 “기록에 남지 않도록 내가 대신 벌금을 내주겠다, 나도 낙태 방조죄로 벌금을 내야 하니 돈을 달라”고 하며 4000만 원을 갈취해 사기죄로 실형을 받기도 했습니다.

32주 낙태도 있었다 

임신중절을 오로지 개인의 선택에만 맡기는 게 맞는지 고민하게끔 하는 사건도 있습니다. 태아가 점점 사람의 형태를 갖춰가는 임신 25주 이후의 낙태에 관한 문제입니다.

지난 2015년 32주 태아를 유도분만한 뒤 약물을 주입시키는 방식으로 낙태를 한 의사와 산모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습니다. 수십 년간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낙태죄, 실제 법정에 오른 그 면면은 어땠을까요? 이슈언박싱 영상을 통해 확인하세요.

박사라ㆍ정진호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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