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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도 설악산서 사흘만에 돌아왔다…70대男 기적의 생존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잠들면 체온 떨어질까 쉼 없이 움직여  

지난 13일 서울에서 홀로 설악산을 찾아 등산하던 중 길을 잃은 70대 남성이 산행 사흘 만인 15일 기적적으로 생환하는 모습. [사진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

지난 13일 서울에서 홀로 설악산을 찾아 등산하던 중 길을 잃은 70대 남성이 산행 사흘 만인 15일 기적적으로 생환하는 모습. [사진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

홀로 설악산을 찾아 등산하던 중 길을 잃은 70대 남성이 산행 사흘 만에 기적적으로 구조됐다.

14·15일 설악산 아침최저기온 1.1도 #넥워머·패딩·모자 등 챙겨 체온 유지

 16일 강원도소방본부와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 등에 따르면 서울에 사는 A씨(77)는 지난 13일 시외버스를 이용해 홀로 설악산을 찾았다. A씨가 선택한 코스는 장수대를 시작으로 귀때기청봉을 넘어 한계령으로 하산하는 코스였다. 이 코스는 당일 산행이 어려운 코스로 A씨는 해가 지기 전 하산하지 못하고 산에서 길을 잃었다.

 가족들은 당일치기로 산행에 나선 A씨가 연락이 되지 않고 귀가하지도 않자 같은 날 오후 9시쯤 실종신고를 했다. 강원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실종신고 당시 설악산의 기온은 2.9도였다. 이어 14일과 15일 아침 최저기온이 1.1도까지 떨어진 상황이었다.

 A씨는 체온이 떨어질 것을 염려해 깊은 잠을 자지 않고 쉼 없이 움직였다. 넥워머와 패딩, 모자 등을 챙긴 덕에 체온을 유지할 수 있었다. 또 챙겨온 도시락과 행동식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보조배터리를 아껴가며 구조의 손길을 기다렸다고 한다.

챙겨온 도시락과 행동식으로 버텨

지난 13일 서울에서 홀로 설악산을 찾아 등산하던 중 길을 잃은 70대 남성이 산행 사흘 만인 15일 기적적으로 생환하는 모습. [사진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

지난 13일 서울에서 홀로 설악산을 찾아 등산하던 중 길을 잃은 70대 남성이 산행 사흘 만인 15일 기적적으로 생환하는 모습. [사진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

 이렇게 사흘을 헤맨 끝에 A씨는 15일 오후 5시29분쯤 간신히 통신 신호가 잡히는 곳을 찾았다. 이후 119에 문자로 ‘계곡 근처에 있는데 너무 춥다. 구조해달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신고를 받은 소방당국은 백담사 기지국으로 잡힌 신호를 바탕으로 119구조대와 설악산국립공원구조대, 경찰 등 70명을 7개 조로 나눴고, 수색을 벌인 끝에 4시간여 만에 귀때기골 인근에서 A씨를 발견했다.

 발견 직후 A씨는 구조대의 부축을 받아 산에서 내려왔다. 발견 당시 심한 탈진 증세를 보였으나 건강 상태는 비교적 양호했다. 김기창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 재난안전과 팀장은 “평소에 자기관리를 열심히 해 체격은 물론 체력과 정신력도 좋으셨다”며 “그렇지만 하루가 더 지났다면 큰일이 날뻔했다. 산을 평소에 많이 다니셔서 헤드랜턴과 보조배터리를 소지하고 계셨던 게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인제=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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