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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체형과는 잘 맞지 않지만..." 한국 의류 브랜드가 외국인 모델을 쓰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브라질에서 온 모델 지미(본명 Thiago Bento·22)는 어릴 때부터 패션모델을 꿈꿔왔습니다. 15살 때 아르바이트로 모델 활동을 시작한 그는 인스타그램에 자신의 활동사진을 올렸습니다. 2017년 그 사진을 본 캐나다의 한 유명 모델 에이전시가 정식 모델 데뷔를 제안해왔습니다. 그렇게 지미는 모델이 됐습니다. 2019년 9월 지미는 한국 모델 매니지먼트와 첫 계약을 맺고 한국에서 모델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ㅈㅂㅈㅇ] 외국인 모델은 다 어디서 오는 걸까

지미는 한국 생활을 사랑합니다. 그는 "막상 와보니 너무 좋고 기회만 된다면 계속 머물고 싶을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의류 브랜드 화보들을 보면, 지미처럼 한국에서 활동하는 외국인 모델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현중수 MDI 모델 매니지먼트 실장은 "국내에서 활동하는 외국인 모델은 대략 200~250명이고 에이전시 수는 대략 40개 미만 정도로 알고 있다"며 "외국인 모델 시장은 작은 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현 실장은 외국인 모델이 한국에 들어오는 과정에 대해 "해외 모(母)회사에서 모델 리스트를 국내 매니지먼트사에 보낼 때도 있지만 한국 매니지먼트가 먼저 요청하는 게 대부분"이라며 "지미의 경우, 모회사에서 한국으로 출국 가능한 모델 리스트를 보냈고 거기서 지미를 선택했다"고 말했습니다.

의류 인플루언서로 활동하고 있는 박준영(22)씨는 한국 브랜드가 외국인 모델을 쓰는 현상에 대해 "한국인 모델은 (모델에 대한) 분위기나 이미지를 쉽게 파악할 수 있어서 (모델 이미지에서 연상되는) 의도치 않은 선입견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누구나 다 잘 어울릴 수 있다는 중립적 의미로 외국인 모델을 많이 사용하는 거 같다"고 말했습니다. 박 씨는 "대신 국내 스파(SPA) 브랜드는 한국인 모델을 쓰니 더 친근한 느낌을 받는다"고 했습니다.

반면 의류학을 전공 중인 진효빈(23)씨는 "외국인 모델의 경우 한국인 평균 체형과 다르기 때문에 핏이 어떨지 예상이 안 가서 구매를 잘 안 하게 된다"며 "감성적으로 꾸며진 화보 덕에 초반에 눈길은 확 가지만 과연 매출까지 이어질지는 의문"이라고 답했습니다.

국내 패션업계가 외국인 모델을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양희준 삼성물산 패션홍보 프로는 "브랜드 이미지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양 프로는 "역사가 오래된 브랜드는 아직도 미국의 아이비리그, 이탈리아의 밀라노 등 기본 고유 컨셉이 있는데 이 컨셉에 가장 잘 어울리는 모델을 사용한다" 며 "실제로 이탈리아 브랜드는 이탈리아 모델을 쓰거나 이탈리아인스럽게 생긴 사람을 쓴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외국인 모델은 사람들에게 옷이 잘 맞을지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이미지를 보여주려고 하는 것"이라며 "외국인 모델한테 한국인 체형에 맞게 나온 옷을 입히면 잘 안 맞아서 뒤에 핀으로 맞춰놓는다"고도 했습니다.

우리가 입는 현대 옷들이 서양에서 유래했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있습니다. 양 프로는 "대부분 우리가 현재 입고 있는 게 서양 복식이다 보니 처음에 그 옷들이 잘 어울리던 사람들은 서양 사람들이었다"며 "그래서 88올림픽 이전에는 국내에 외국인 모델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지금은 외국인 모델만 선호하지 않는다"며 "시즌이 다가오면 디자이너, MD, 팀장, 사업부장 등이 다 같이 회의해서 컨셉에 따라 한국 모델을 쓸 거냐 외국 모델을 쓸 거냐를 정한다"고 말했습니다.

정희윤 기자 chung.he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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