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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정책에 훈수 두겠단거냐" 재정준칙 꺼낸 이주열 때린 與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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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오른쪽)가 16일 한국은행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서 윤후덕 상임위원장에게 증인 선서문을 제출하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국정감사에서이 총재의 '재정준칙' 발언을 강하게 비판했다. [뉴스1]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오른쪽)가 16일 한국은행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서 윤후덕 상임위원장에게 증인 선서문을 제출하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국정감사에서이 총재의 '재정준칙' 발언을 강하게 비판했다. [뉴스1]

“재정준칙 발언을 왜 하셨는지 모르겠다. 한국은행 본연의 직접적인 업무는 아니잖나.”(정일영 민주당 의원)

“본연의 역할도 제대로 못 하면서 정부 정책에 훈수를 두겠다는 것이냐”(양경숙 민주당 의원)

16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에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한 발언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 총재가 이틀 전(14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직후 엄격한 재정준칙의 필요성을 언급한 걸 문제 삼았다. 당시 이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은 어느 나라보다 저출산과 고령화가 빨라 연금이나 의료비 등 의무지출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엄격한 준칙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 의원은 이날 “(코로나19로) 굉장히 불확실한 시대인데, 굳이 재정준칙을 지금 필요하다고 말하는 게 적절하다고 보냐. 금융통화위 회의 석상에서 그런 얘기가 있었냐”고 추궁했다. 양 의원은 “민감한 시기에 대안도 제시하지 않고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며 “‘너나 잘하세요’라는 유명한 영화 대사가 떠올랐다”고 했다.

민주당은 국가채무 등 재정지표가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하는 일종의 ‘재정 운용 가이드라인’인 재정준칙 도입에 반대해왔다. 이 총재의 14일 발언은 민주당 입장과 배치된다. 독립기관인 한국은행 총재가 여당 입장과 다른 얘기를 했다는 이유로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집중 비판을 받은 것이다.

이에 이주열 한은 총재는 “재정준칙을 언급할 때 무조건 엄격해야 한다고 한마디만 한 게 아니다”라며 적극 해명에 나섰다. 이 총재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어느 때보다도 적극적인 재정 정책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위기 요인이 해소된다면 평상시 준칙은 좀 엄격해야 한다. 이건 제 개인 주장이 아니라, 모든 전문가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재정 운영에 있어서 자기 규율을은 필요하다"며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정부의 시도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5일 '한국형 재정준칙'을 도입했지만, 시행 시점은 2025년으로 5년 유예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재정 운영에 있어서 자기 규율을은 필요하다"며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정부의 시도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5일 '한국형 재정준칙'을 도입했지만, 시행 시점은 2025년으로 5년 유예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민주당 의원들은 한국은행을 향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이광재 의원은 “(한국은행이) 미국처럼 고용 안정도 업무의 한 영역으로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고, 홍익표 의원도 “한은에서 통화정책을 재정 당국과 협조해서, 경제에 풀리는 돈이 실물경제로 가게 하는 게 중요하다”며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박홍근 의원은 “외국의 중앙은행들이 위기 상황에서 준(準)재정정책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에 비해 한국은행은 너무나 소극적”이라고 지적했다.

여당 의원들의 압박이 이어지자, 야당 의원들은 이 총재에 대한 응원에 나섰다.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은 “많이 곤혹스러우시죠”라고 말한 뒤 “부디 힘내달라. 한은 총재로서 정치 중립적이고 독립적인 그런 목소리를 앞으로 강하게 내달라”고 했다.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은 “기축 통화 국가가 아닌 우리나라에서 외국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위험하다. 엄격한 재정준칙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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