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35m 공중에 매달린 심청…빛으로 물들인 궁궐 환상 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4일 밤 서울 종로구 경복궁 경회루에서 '2020년 제6회 궁중문화축전'의 일환으로 '경회루 판타지-궁중연화'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가을에 열리는 행사는 예매 오픈 2분 만에 전석 매진됐다. [뉴스1

지난 14일 밤 서울 종로구 경복궁 경회루에서 '2020년 제6회 궁중문화축전'의 일환으로 '경회루 판타지-궁중연화'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가을에 열리는 행사는 예매 오픈 2분 만에 전석 매진됐다. [뉴스1

조선 여인의 버선코 같은 경회루 처마를 마주보며 심청이 매달린 타워크레인이 치솟았다. 그 아래 연못 수상무대에선 용궁 속 어머니가 “어서 바깥세상으로 가라”고 노래하고 있다. 인당수에 빠진 심청이 ‘연꽃 환생’으로 나아가는 장면이다. 너울너울 숲속 멀리 사라지는 심청의 모습에 관객들이 추위도 잊고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지난 14일 밤 경복궁 경회루에서 지켜본 ‘경회루 판타지-궁중연화’의 공연 모습이다.

올해 첫 가을에 선보이는 궁중문화축전 #빛·소리·미디어가 어우러진 치유의 시간

‘경회루 판타지’는 국내 대표적인 궁궐 활용 축제인 궁중문화축전(이하 축전)의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행사다. 개최 6년 만에 처음으로 봄 아닌 가을에 열리는 이번 축전에서 유일한 유료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올해 코로나19로 인해 수용인원이 한껏 쪼그라든 티켓은 지난 7일 예매 오픈 2분 만에 전 회차(17일까지 총 8회)가 매진됐다. 최근 촬영을 위해 경복궁을 방문했던 방탄소년단의 RM도 주최 측(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한국문화재재단)에 “수없이 예매 실패했다”고 털어놨을 정도다. 요즘 젊은 세대의 데이트 코스 1순위로 꼽힌다는 축전의 대표 행사 ‘경회루 판타지’와 ‘창경궁, 빛이 그리는 시간’을 지난 14일 둘러봤다.

관련기사

 ◆워터스크린에 비친 인당수의 심청=국보 224호인 경회루를 향해 길이 70m짜리 크레인 팔(지브)이 뻗는 대담한 공연이다. 45도 각도로 뻗었을 때 지상에서 높이는 35m 정도. 심청이 용궁에서 세상으로 돌아올 때, 어머니 곽씨 부인이 달의 정령으로 등장할 때, 엔딩 장면에서 거북이를 탄 심청이 관객을 향해 꽃비를 뿌릴 때 등 총 3회 사용된다. 조선시대 임금이 외국 사신을 접대하던 누각의 위용에 걸맞은 스케일이다.

제6회 궁중문화축전의 꽃으로 불리는 '경회루 판타지-궁중연화'의 한 장면. 경복궁 경회루를 배경으로 고전소설 심청에다 한국적인 가?무?악을 결합한 1시간짜리 멀티미디어 퍼포먼스다. [사진 한국문화재재단]

제6회 궁중문화축전의 꽃으로 불리는 '경회루 판타지-궁중연화'의 한 장면. 경복궁 경회루를 배경으로 고전소설 심청에다 한국적인 가?무?악을 결합한 1시간짜리 멀티미디어 퍼포먼스다. [사진 한국문화재재단]

제6회 궁중문화축전의 꽃으로 불리는 '경회루 판타지-궁중연화'의 한 장면. 경복궁 경회루를 배경으로 고전소설 심청에다 한국적인 가?무?악을 결합한 1시간짜리 멀티미디어 퍼포먼스다. [사진 한국문화재재단]

제6회 궁중문화축전의 꽃으로 불리는 '경회루 판타지-궁중연화'의 한 장면. 경복궁 경회루를 배경으로 고전소설 심청에다 한국적인 가?무?악을 결합한 1시간짜리 멀티미디어 퍼포먼스다. [사진 한국문화재재단]

‘궁중연화’라는 부제가 붙은 올해 공연은 고전소설 심청에다 한국적인 가‧무‧악을 결합했다. 1시간짜리 복합 멀티미디어 퍼포먼스다. 스토리를 압축해 6장으로 구성하되 심청이 인당수에 몸을 던지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이어지는 용궁 장면은 EL라이트(발광체)를 이용한 화관무와 LED 부채로 표현된 산호초 등 화려하게 꾸몄다.

압권은 무대 뒤쪽에 설치된 높이 30m 가량의 워터스크린. 대형 압력 노즐로 경회루 물을 분수처럼 뿜어 올려서 즉석 스크린을 만들고 여기에 프로젝터로 영상을 쏜다. 물에 빠진 심청, 심학규의 회상 장면 등을 사전 촬영해 보여준다. 진옥섭 한국문화재재단 이사장은 “중국 장이머우(張藝謨) 감독의 호수 공연 부럽지 않게 우리 식으로 풀어냈다”고 강조했다.

제6회 궁중문화축전의 꽃으로 불리는 '경회루 판타지-궁중연화'의 한 장면. 경복궁 경회루를 배경으로 고전소설 심청에다 한국적인 가?무?악을 결합한 1시간짜리 멀티미디어 퍼포먼스다. [사진 한국문화재재단]

제6회 궁중문화축전의 꽃으로 불리는 '경회루 판타지-궁중연화'의 한 장면. 경복궁 경회루를 배경으로 고전소설 심청에다 한국적인 가?무?악을 결합한 1시간짜리 멀티미디어 퍼포먼스다. [사진 한국문화재재단]

심청 역의 김나니는 크레인 와이어에 매달려 공중 부양하는 장면을 직접 소화하는 담력을 보였다. 그를 포함한 젊은 소리꾼 6명과 무용수 50여명이 판소리 심청가를 현대적으로 편곡한 가락에 맞춰 흥을 돋운다. 심학규가 딸을 그리워하며 통곡하는 장면에선 절로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지난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 경회루에서 '2020년 제6회 궁중문화축전'의 일환으로 '경회루 판타지-궁중연화'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엔딩 장면에서 심청 역의 소리꾼 김나니가 크레인에 연결된 거북이 모형을 타고 관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지난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 경회루에서 '2020년 제6회 궁중문화축전'의 일환으로 '경회루 판타지-궁중연화'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엔딩 장면에서 심청 역의 소리꾼 김나니가 크레인에 연결된 거북이 모형을 타고 관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뉴스1]

경민선 작가의 대본‧작사를 바탕으로 연출한 조형제 감독은 “심청이 빠져죽으려고 했다가 왕후가 되고 아비의 눈도 뜨게 하는 스토리를 통해 현재 코로나19로 힘든 국민들이 위로받길 바란다”고 말했다.

축전 측은 16일과 17일 이틀간 공연을 공식 유튜브와 한국문화재재단 네이버tv를 통해 무료 생중계한다(오후 8시). 이어 사전촬영분을 추가해 고화질로 재편집한 완성본을 26일부터 나눠서 총 6편으로 업로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빛으로 수놓은 창경궁 달빛산책=가을이면 오색단풍이 연못 수면에 거울처럼 비치는 창경궁 춘당지를 달빛 아래 만난다.

제6회 궁중문화축전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창경궁, 빛이 그리는 시간'의 한 장면. 창경궁의 아름다운 연못 춘당지와 연결된 숲길을 빛과 미디어 영상으로 밝히는 신비로운 전시다. [사진 한국문화재재단]

제6회 궁중문화축전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창경궁, 빛이 그리는 시간'의 한 장면. 창경궁의 아름다운 연못 춘당지와 연결된 숲길을 빛과 미디어 영상으로 밝히는 신비로운 전시다. [사진 한국문화재재단]

홍화문(정문)으로 입장해 우측 광덕문을 지나면 축전 자원봉사자(일명 ‘궁둥이’)들이 청사초롱을 들고 안내한다. 이 입구에서부터 춘당지까지 구불구불 이어지는 약 300m의 숲길 전체가 빛과 미디어로 꾸며진 야외 전시공간으로 변신했다.

처음 만나는 건 오묘한 레이저 터널인 ‘시간의 문’. 수천수만 가닥의 레이저 불빛으로 터널 형태를 만들고 포그(fog)를 분사해 마치 드라이아이스 같은 효과를 삼면 벽에 줬다.

제6회 궁중문화축전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창경궁, 빛이 그리는 시간'의 한 장면. 창경궁의 아름다운 연못 춘당지와 연결된 숲길을 빛과 미디어 영상으로 밝히는 신비로운 전시다. [사진 한국문화재재단]

제6회 궁중문화축전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창경궁, 빛이 그리는 시간'의 한 장면. 창경궁의 아름다운 연못 춘당지와 연결된 숲길을 빛과 미디어 영상으로 밝히는 신비로운 전시다. [사진 한국문화재재단]

이 문을 통과하면 짙은 어둠 속에 펼쳐진 3개의 ‘빛의 스크린’이 기다린다. 너비 6~7m, 높이 약 3m의 일종의 그물망 스크린인데 야외에서 프로젝터 투사를 하기 위한 특수용도라고 한다. 이 화면에 불로장생을 상징하는 열가지 사물인 십장생이 차례차례 등장한다. 해와 산, 돌, 소나무 틈으로 학과 사슴, 거북이가 느릿느릿 돌아다닌다. 마치 투명화면으로 영상을 보는 듯한 신비한 체험이다.

제6회 궁중문화축전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창경궁, 빛이 그리는 시간'의 한 장면. 창경궁의 아름다운 연못 춘당지와 연결된 숲길을 빛과 미디어 영상으로 밝히는 신비로운 전시다. [사진 한국문화재재단]

제6회 궁중문화축전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창경궁, 빛이 그리는 시간'의 한 장면. 창경궁의 아름다운 연못 춘당지와 연결된 숲길을 빛과 미디어 영상으로 밝히는 신비로운 전시다. [사진 한국문화재재단]

사방에서 무빙 레이저 불빛을 받은 나무줄기와 잎새가 반딧불처럼 반짝인다. 3D 매핑 기법으로 뽑아낸 사슴과 폭포수도 함께 어우러진다. 숲길 바닥에 깔린 무지갯빛 자갈돌은 형광네온으로 빛난다. 주재연 총감독은 “희토류를 활용한 도료를 덧칠해 UV라이트를 비춰줌으로써 축광 효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제6회 궁중문화축전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창경궁, 빛이 그리는 시간'의 한 장면. 창경궁의 아름다운 연못 춘당지와 연결된 숲길을 빛과 미디어 영상으로 밝히는 신비로운 전시다. [사진 한국문화재재단]

제6회 궁중문화축전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창경궁, 빛이 그리는 시간'의 한 장면. 창경궁의 아름다운 연못 춘당지와 연결된 숲길을 빛과 미디어 영상으로 밝히는 신비로운 전시다. [사진 한국문화재재단]

제6회 궁중문화축전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창경궁, 빛이 그리는 시간'의 한 장면. 창경궁의 아름다운 연못 춘당지와 연결된 숲길을 빛과 미디어 영상으로 밝히는 신비로운 전시다. [사진 한국문화재재단]

제6회 궁중문화축전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창경궁, 빛이 그리는 시간'의 한 장면. 창경궁의 아름다운 연못 춘당지와 연결된 숲길을 빛과 미디어 영상으로 밝히는 신비로운 전시다. [사진 한국문화재재단]

이렇게 도착한 춘당지는 얼음궁전처럼 화사하게 반짝인다. 연못 가운데 작은 섬을 중심으로 신비로운 영상이 흩날리듯 펼쳐진다. 꿈인 듯 마술인 듯 빠져드는 치유의 시간이다.

‘창경궁, 빛이 그리는 시간’은 10월25일까지 매일 저녁 총 5회차 진행되는데 사전예약분은 이미 매진됐다. 대신 2회차(7시20분)와 4회차(8시)는 각 25명씩 현장 입장객을 받는다. 매일 오후 6시30분 창경궁 현장 매표소에서 선착순으로 예약할 수 있다. 자세한 프로그램은 궁중문화축전 홈페이지(www.royalculturefestival.org)와 유튜브(https://url.kr/JIL1Tt) 참조.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