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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톡에 데인 중국, IT 수출 규제법으로 미국에 맞불 놓는다

중앙일보

입력

미국 달러 vs 중국 위안. 승자는 누구일까.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달러 vs 중국 위안. 승자는 누구일까.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이 17일 전략물자와 첨단기술 수출 규제법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이 참석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에서다. 미국이 틱톡ㆍ앤트그룹 등 중국 기업에 대해 규제에 나선 것에 대한 맞불 성격이 강하다. 블룸버그 통신 등은 중국 체제 특성상 만장일치 수준으로 가결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법의 골자는 중국 기업이 전략 물자와 첨단 기술을 수출할 때, 중국의 국가 안보를 해칠 가능성이 있는 경우 당국이 수출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금수기업(블랙리스트) 명단 작성도 포함돼있다. 법안은 또 “어떤 국가도 수출 관리를 남용해 중국의 안전과 이익에 위해를 가하는 경우 중국도 상응하는 조처를 할 수 있다”고 적시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미국의 전방위적인 압박에 대응해 중국의 물자와 기술의 보호를 확대하기 위한 법안”이라고 전했다. 이 법안은 17일 통과 뒤 2021년부터 바로 시행될 예정이다.

중국 베이징(北京) 소재 글로벌법률사무소의 칭렌 변호사는 블룸버그에 “중국 당국이 미국에서 교훈을 배웠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미국이 적대국을 수출규제로 다루는 것처럼 중국도 비슷한 장치를 마련한 셈”이라고 풀이했다. 중국식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전략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지난해 일본 오사카 G20 당시 모습. 이들은 한때 서로를 ’친구“라고 불렀다. [중국 신화망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지난해 일본 오사카 G20 당시 모습. 이들은 한때 서로를 ’친구“라고 불렀다. [중국 신화망 캡처]

앞서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본사 바이트댄스(ByteDance)를 둔 동영상 앱 틱톡에 대해 미국 사용자의 개인정보 보호 등을 이유로 금지 명령을 내렸다. 중국 당국이 기업에 소비자의 정보 열람을 요구할 수 있다는 기존 법률 조항 등을 이유로 들면서다. 이후 틱톡은 미국 오라클 등과의 합작 형태로 미국 기업으로 탈바꿈하는 전략을 택했고, 현재도 협상이 진행 중이다. 중국 IT의 대표주자로 5세대(5G) 기술을 선도하는 화웨이(華爲) 역시 미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제재 역풍을 맞고 있다.

틱톡이 본사를 중국에서 미국으로 이전할 전망이다.

틱톡이 본사를 중국에서 미국으로 이전할 전망이다.

뿐만 아니다. 마윈(馬雲)의 야심 찬 핀테크 기업 앤트그룹에 대해서도 미국 국무부는 14일(현지시간) 거래 제한 기업 명단에 올리는 제재 안을 검토하고 있다. 사상 최대 규모인 350억달러(약 40조850억원)에 달하는 기업공개(IPO)를 앞둔 앤트그룹에 찬물을 뿌리는 격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런 조치는 미국 내에서도 비판을 받고 있다. 민주당뿐 아니라 공화당 진영에서도 마찬가지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부 부장관을 지낸 금융인 로버트 졸릭 골드만삭스 의장은 지난 8일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에 대한 수출 규제는 사보타주(고의적 방해행위)”라며 “트럼프는 중국과의 신냉전에서 지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중국 베이징의 앤트그룹 본사.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베이징의 앤트그룹 본사.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의 새 수출규제법안은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맞불 성격이지만 도리어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수출을 통해 성장하는 중국 경제의 발목을 스스로 잡는 형국이 될 수 있어서다. 블룸버그는 “중국은 현재 세계 최대 규모의 수출을 하는 국가”라며 “중국의 이런 조치가 도리어 일자리 창출 등에 좋지 않은 결과를 줄 수 있다”고 전했다.

중국 내에서도 이런 목소리가 나온다. 중국 상무부 산하 연구기관의 메이신유 연구원은 블룸버그에 “우리는 국제 시장에서의 중국의 (수출국) 이미지를 소중하게 여긴다”며 “중국은 수출 규제의 범위를 마음대로 늘리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 대외무역경제대학교의 판추이 교수도 “경제 안보와 국익에 대한 위협을 규제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기업 간의 자유로운 경쟁을 저해하는 일은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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