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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살 네이버, 코로나19 물 들어온 김에 ‘B2B 노 젓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1살 네이버가 ‘소비자와 친한 기업’에서 ‘기업과 거래하는 기업’으로 변신을 서두른다. 검색·광고 위주의 사업을 인프라·기술 중심으로 옮기겠다는 것이다. ‘커머스와 B2B를 동력으로 재도약한다’라는 네이버의 청사진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가속화되는 모양새다.

네이버의 B2B를 하나로

15일 네이버의 클라우드 사업 담당 자회사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NBP)은 사명을 ‘네이버클라우드’로 바꾸고 네이버의 B2B 역량을 통합한다고 밝혔다. 네이버 계열사나 사내법인(CIC)에 흩어져 있는 B2B 사업을 모아 전담하는 B2B의 컨트롤타워를 맡겠다는 얘기다. 이름도 ‘네이버가 하는 클라우드 사업’임을 직관적으로 나타낸다. 개별적으로 B2B 사업을 하던 사내법인 클로바(인공지능 개발)와 손자회사 웍스모바일(기업용 업무 도구 개발)은 하던 사업을 네이버클라우드에 넘기고 앞으론 기술 개발만 한다.

B2B 강화는 네이버가 지난해부터 공언한 바다. 지난해 4월 1분기 실적발표에서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커머스와 B2B를 글로벌 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며 “3년 내 큰 도약”을 장담했다.

코로나19 이후 급성장한 네이버 ‘IT플랫폼’ 매출.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코로나19 이후 급성장한 네이버 ‘IT플랫폼’ 매출.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코로나19로 ‘물 들어올 때 노 젓자’

코로나19로 속도가 붙었다. 일상의 각 활동이 비대면으로 이뤄지고, 디지털 전환이 교육ㆍ쇼핑ㆍ금융ㆍ소상공인까지 모든 분야에 가속화됐다. 그 기반이 되는 클라우드와 IT 인프라 구축 같은 B2B 수요가 크게 늘었다. 네이버는 이번 결정에 대해 “최근 네이버의 기술 플랫폼을 찾는 기업·기관들이 늘어, 일원화된 창구로 고객의 디지털 전환을 돕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이 분야에서 네이버의 매출은 올 들어 급성장했다. 클라우드와 간편결제, 기업용 업무 도구를 주축으로 하는 ‘IT 플랫폼’ 분야 매출은 지난해 1분기 992억원에서 지난 2분기 1802억원으로 5분기 만에 80% 성장했는데, 여기서 클라우드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가장 크다. 일본에서는 이미 네이버의 기업용 메신저 ‘라인웍스’가 현지 시장 38.7%를 점유해 1위를 달리고 있다.

정부 '디지털뉴딜' 국내 클라우드 업체에 기회

문재인 정부의 하반기 주요 경제정책인 디지털뉴딜도 국내 클라우드 업체에는 호재다. 공공기관의 인프라를 클라우드로 전환하기로 해 대형 일감이 쏟아질 전망이다. 정부는 또 제조ㆍ물류ㆍ헬스케어ㆍ교육ㆍ복지 분야의 클라우드 플랫폼을 개발하는 ‘클라우드 플래그십 프로젝트’에도 예산 250억원을 지원한다. NBP는 KT·NHN과 컨소시엄을 이뤄 교육 분야 클라우드 플랫폼 개발사로 선정됐다. 정부는 2024년까지 5개 산업 분야의 클라우드 플랫폼 개발을 더 지원할 예정이다.

밖으로는 아마존, 안으로는 카카오와 경쟁

경쟁자는 쟁쟁하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오라클 같은 글로벌 거대 기업들도 한국 클라우드 시장을 노린다. 세계 클라우드 점유율 1위 업체인 아마존은 2016년 서울 데이터센터를 연 이후 계속 확장 중이다. MS는 2017년 서울·부산에, 구글은 지난 2월 서울에 데이터센터(리전)를 개소했다. 오라클도 지난해 서울, 올해 춘천 리전을 열어 한국 사업 확장에 나섰다.

국내 업체 간 경쟁도 치열하다. 카카오는 지난해 12월 인공지능(AI) 전문 자회사 카카오엔터프라이즈를 설립하며 AI와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한 B2B 사업 본격화를 선언했다. 지난 9월에는 메신저 기반 기업용 협업 툴 '카카오워크'를 선보였고 다음 달 기업용 유료 서비스를 출시한다.

네이버의 전략은 분야별 맞춤형 클라우드다. 금융이나 의료같이 글로벌 기준과 다른 국내 규제가 있는 영역에서 이를 충족하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내놓는 등 글로벌 대형업체가 한국 상황에 맞게 대응하기 어려운 틈새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박원기 NBP 대표는 “글로벌 사업자들이 깊게 다루지 못한 영역을 세분화해 하나하나 공략해 나가면서 그들과의 확실한 차별화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심서현 기자 sh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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