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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옵티머스 사태 몰랐다"던 양호 前행장 "檢서 사실 진술할 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옵티머스자산운용의 ‘키맨(핵심인물)’으로 꼽히는 양호 전 나라은행장이 “검찰에서 정확한 사실을 진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장풀)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공개한 양호 전 나라은행장 관련 녹취록을 살펴보고 있다. 오종택 기자

현장풀)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공개한 양호 전 나라은행장 관련 녹취록을 살펴보고 있다. 오종택 기자

양 전 행장은 15일 기자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오늘 보도된 대로 조만간 검찰에서 (나를)소환하게 되면 정확한 사실을 진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 전 행장은 “언론에서 전화나 카톡을 (많이)보내 일일이 답하기 어렵다”면서 “이규철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에게 연락해달라”고 청하기도 했다. 이 변호사는 현재 구속기소 된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의 변호를 맡고 있다.

양 전 행장이 옵티머스 관련 의혹에 대해 입을 연 건 지난 7월 이후 처음이다. 당시 양 전 행장은 옵티머스의 펀드사기 의혹이 불거지자 “(나는)상근직원이 아니기 때문에 전혀 몰랐다”며 연루 의혹을 부인했다. 양 전 행장은 2017년부터 옵티머스의 고문을 지냈다. 같은 해 9월에는 옵티머스 주식 14%가량을 보유하면서 최대주주로 올라서기도 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옵티머스 펀드사기' 사건 수사팀 인력 대폭 증원 지시를 내린 가운데 1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옵티머스자산운용 사무실이 굳게 닫혀 있다. 뉴스1

윤석열 검찰총장이 '옵티머스 펀드사기' 사건 수사팀 인력 대폭 증원 지시를 내린 가운데 1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옵티머스자산운용 사무실이 굳게 닫혀 있다. 뉴스1

그러나 최근 양 전 행장이 옵티머스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특히 양 전 행장은 경기고 동문인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등 정관계 인맥을 활용해 로비를 활발하게 진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전 부총리 역시 옵티머스에서 고문을 지냈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이 지난 12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양 전 행장과 김재현 대표 간 전화 녹취록에 따르면 양 전 행장은 지난 2017년 11월 9일 김 대표로부터 금융감독원이 옵티머스에 우호적으로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는 취지의 보고를 받은 뒤  “내가 이 전 부총리를 월요일 4시에 만나기로 했는데, 괜히 부탁할 필요가 없겠다. 사정 봐 가면서 하면 되겠다”고 말했다. 이 전 부총리를 통해 금감원에 민원을 전달하려고 한 정황이라는 게 야권의 주장이다.

한편 양 전 행장이 금감원에 직접 로비를 시도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녹취록에 따르면 같은 해 10월 20일 양 전 행장은 금감원 모 검사역과의 통화에서 “제가 11월 2일 최흥식 금감원장을 만날 일이 있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기 사무실 비서에게 차량 번호를 문의하면서 “금감원에서 VIP대접을 해 준다고 해서”라고 설명한 사실도 드러났다. 앞서 한 언론은 옵티머스가 무자본 M&A(인수합병)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해덕파워웨이의 투자자를 인용해 양 전 행장이 정관계 인사를 다수 거론하며 “옵티머스에 돈을 많이 유치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검찰 역시 금융권 로비 의혹과 관련해 양 전 행장의 역할을 주목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검찰이 조만간 양 전 행장과 이 전 부총리를 직접 소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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