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티머스자산운용의 ‘키맨(핵심인물)’으로 꼽히는 양호 전 나라은행장이 “검찰에서 정확한 사실을 진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양 전 행장은 15일 기자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오늘 보도된 대로 조만간 검찰에서 (나를)소환하게 되면 정확한 사실을 진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 전 행장은 “언론에서 전화나 카톡을 (많이)보내 일일이 답하기 어렵다”면서 “이규철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에게 연락해달라”고 청하기도 했다. 이 변호사는 현재 구속기소 된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의 변호를 맡고 있다.
양 전 행장이 옵티머스 관련 의혹에 대해 입을 연 건 지난 7월 이후 처음이다. 당시 양 전 행장은 옵티머스의 펀드사기 의혹이 불거지자 “(나는)상근직원이 아니기 때문에 전혀 몰랐다”며 연루 의혹을 부인했다. 양 전 행장은 2017년부터 옵티머스의 고문을 지냈다. 같은 해 9월에는 옵티머스 주식 14%가량을 보유하면서 최대주주로 올라서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양 전 행장이 옵티머스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특히 양 전 행장은 경기고 동문인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등 정관계 인맥을 활용해 로비를 활발하게 진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전 부총리 역시 옵티머스에서 고문을 지냈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이 지난 12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양 전 행장과 김재현 대표 간 전화 녹취록에 따르면 양 전 행장은 지난 2017년 11월 9일 김 대표로부터 금융감독원이 옵티머스에 우호적으로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는 취지의 보고를 받은 뒤 “내가 이 전 부총리를 월요일 4시에 만나기로 했는데, 괜히 부탁할 필요가 없겠다. 사정 봐 가면서 하면 되겠다”고 말했다. 이 전 부총리를 통해 금감원에 민원을 전달하려고 한 정황이라는 게 야권의 주장이다.
한편 양 전 행장이 금감원에 직접 로비를 시도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녹취록에 따르면 같은 해 10월 20일 양 전 행장은 금감원 모 검사역과의 통화에서 “제가 11월 2일 최흥식 금감원장을 만날 일이 있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기 사무실 비서에게 차량 번호를 문의하면서 “금감원에서 VIP대접을 해 준다고 해서”라고 설명한 사실도 드러났다. 앞서 한 언론은 옵티머스가 무자본 M&A(인수합병)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해덕파워웨이의 투자자를 인용해 양 전 행장이 정관계 인사를 다수 거론하며 “옵티머스에 돈을 많이 유치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검찰 역시 금융권 로비 의혹과 관련해 양 전 행장의 역할을 주목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검찰이 조만간 양 전 행장과 이 전 부총리를 직접 소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