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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50대는 말이지"…나도 언니가 필요하다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김현주의 즐거운 갱년기(47) 

친구를 만나 저녁을 먹었다. 오랫동안 함께 일했던(족히 20년은 된 듯하다) 디자이너인데, 코로나로 인한 거리두기로 한번 보자는 약속을 계속 미루던 차였다. 추석 연휴 이후 안부도 나눌 겸 친구의 사무실에 들렀고 식사 자리를 갖기로 했다. 마침 친구와 함께 있었던 후배도 합류하게 되었다.

“현주, 오늘 이 친구가 생일이래. 서른아홉 살 생일!” “와, 특별한 날인데 이렇게 한참 언니들하고 저녁 먹어서 되겠어? 하하.” 그간의 근황과 가족 이야기, 같이 일하던 동료들이 어떻게 지내는지를 들으며 식사를 하던 중 후배가 이야기를 꺼냈다. “서른이 될 때는 아무 느낌이 없었는데, 내년에 마흔이 된다고 생각하니 여러 가지 생각이 많아져요. 두 분은 안 그러셨어요? 계속 이렇게 지내도 되는 것인지, 불안하기도 하고요.”

이후 ‘으음, 40대는 말이지’란 말로 50대 두 언니의 첨언이 시작됐다. 40대는 그동안의 커리어를 바탕으로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고, 성과를 냈던 부분에 집중해 확장해야 할 때다. 40대에는 무조건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50대 이후 체력과 지구력을 가져가기 어렵다. 40대 중반까지는 30대와 별다른 차이를 못 느낄 수 있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신체적 정서적으로 더는 젊지 않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이렇게 우리는 각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제 곧 마흔을 맞을 후배가 알고 있으면 좋을 만한 사례들을 끄집어냈다.

‘40대는 말이지’란 말로 50대 두 언니의 첨언이 시작됐다. 40대는 그동안의 커리어를 바탕으로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고, 성과를 냈던 부분에 집중해 확장해야 할 때다. [사진 unsplash]

‘40대는 말이지’란 말로 50대 두 언니의 첨언이 시작됐다. 40대는 그동안의 커리어를 바탕으로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고, 성과를 냈던 부분에 집중해 확장해야 할 때다. [사진 unsplash]

“이거 조언을 가장한 ‘라떼는’ 인데, 하하. 우리가 맞았던 40대와 자기가 경험할 40대는 다를 거야. 어쨌든 자신을 믿고 매 순간 가장 즐겁게 살 수 있는 방법에 몰두하면 되지 않을까.”
“너무 도움이 되는 이야기들이었어요. 저는 두 분이 아직도 이렇게 현역으로 일하시는 게 보기 좋아요. 이런 언니들이 있다는 게 든든하고요.”
“맞아! 나도 요즘은 담백한 조언을 해 줄 수 있는 언니를 만나고 싶어. 지금의 내 시기를 어떻게든 잘 지내온.”

지나고 나면 보이는 것이 있다. 남편과 아이와의 관계, 직장생활, 건강, 가족과 친구들, 만남과 헤어짐, 오해와 용기 등 경험할 당시에는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급급해 놓치고 있던 큰 흐름이 10년쯤 지난 뒤에는 보이기 시작하고, 이것이 아쉬움과 안타까움으로 남기도 한다. 그래서 영감과 자극, 격려를 해주는 선배, 소위 멘토가 필요하다. 멘토는 개인적으로 아는 분이 될 수도 있고, 미디어를 통해 접한 분일 수도 있다. 내가 지향하는 삶의 결을 유지하며 살아가고 있기만 하다면 말이다.

지금의 나도 마찬가지다.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정서적인 안정감도 이전보다 덜 하고, 즐거운 일을 찾아가는 새로운 시도도 안 하게 되곤 한다. 그러니까 본격적으로 50대 갱년기를 통과하는 지금, 이 시기를 잘 견뎌낸 후 그다음 시간을 용기 있게 맞이했던 언니를 만나 허심탄회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어떤 마음으로, 어떤 시도를 하며, 어떻게 지내야 좋을지 물어보고 싶다. 아니 그저 그녀들의 지난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놓쳤던 부분들을 스스로 찾아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자신이 가지고 있던 문제나 상황에 대해 갑자기 깨닫고 각성하는 순간을 ‘아하! 모멘트(Aha! Moment)’라고 한다. ‘아! 맞다’를 외치게 되는 순간, 이런 경험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 순간을 찾기 위해 누군가를 만나고 책을 읽고 여행을 한다. 얼마 전 나에게도 그런 순간이 벌어졌다.

우연히 넷플릭스에서 ‘나를 바꾸는 용기’라는 제목의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고, 바로 클릭을 해 대중심리학자 브레네 브라운의 강연 프로그램을 시청하게 되었다. 『진정한 나로 살아갈 용기』, 『리더의 용기』 등 책의 서평 기사를 통해 이름은 알고 있던 작가이지만 직접 그녀의 글을 읽어 보거나 그 유명한 그녀의 TED강연(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본 TED 강연 중 하나)을 들어본 적이 없기에 마침 좋은 기회라 생각했다.

브레네 브라운은 "용감하게 산다는 건 실패한다는 걸 안다는 거예요"라고 말한다. [사진 넷플릭스]

브레네 브라운은 "용감하게 산다는 건 실패한다는 걸 안다는 거예요"라고 말한다. [사진 넷플릭스]

브레네 브라운은 휴스턴 대학 사회복지대학원에서 ‘전심전력(wholeheartedness)’을 연구했다. 전심전력이라니 얼마나 멋진 말인가! 이후 그녀는 ‘전심전력’을 가지고 살아가는 데 방해나 도움이 되는 여러 감정, 이를테면 부끄러움(shame), 용기(courage), 진실함(authenticity), 약함(vulnerability) 등까지 연구의 폭을 넓혔고 이것에 관해 책을 쓰고 강의를 하고 있다.

“용감하게 산다는 건 실패한다는 걸 안다는 거예요”라는 그녀의 이야기처럼 자신이 불완전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것을 용감하게 드러내야 내가 달라지고 그로 인해 나의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내가 마주하는 일의 과정이 달라져 결국 각자가 원하는 진짜 행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강의의 주된 내용이었다. 가족관계, 하는 일 등 자신이 경험한 생활을 일례로 들며 본인이 놓쳤던 것, 깨달았던 것, 그래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유쾌하게 전달해 주는 언니를 우연히 만나게 된 것이다.

“제가 확신할 수 있는 건요. 인생을 용감하게 살고, 경기장에서 살기를 선택하고, 고생길을 각오해야 한단 거예요. 넘어질 거고 실패할 겁니다. 마음이 아플 거예요. 선택이에요. 매일 내리는 선택이죠. 매일 두 땅에 발을 딛고 서기 전에 제가 하는 말이에요. ‘오늘 나는 편안함보다 용기를 선택하겠다’, ‘내일을 약속할 수는 없지만, 오늘 용감하기를 선택하겠다’” 용기 있게 현재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다시 앞으로 나가자. 미리 두려워하지 말자. 나는 취약한 사람이고 언제든 실패할 수 있다는 걸 인정하자. 그리고 현재에 감사하자. 지금 필요한 언니의 고마운 멘트였다.

우먼센스 편집국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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