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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긴즈버그 후임에 ‘보수’ 배럿…미국 연방대법원 ‘우클릭’하나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에이미 코니 배럿(48) 판사를 신임 연방대법관으로 지명했습니다. 같은달 18일 진보의 아이콘이자 미국 사회의 큰 별이었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이 별세한 지 불과 8일 만입니다.

이번에 신임 연방 대법관으로 지명된 배럿은 현재 제7연방 순회 고등법원 판사로 72년생입니다. 그가 임명된다면 1991년 43세의 나이로 대법관이 된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 이래 두 번째로 젊은 대법관이면서 역대 5번째 여성 대법관이 됩니다. 아울러 배럿은 미국 법조계에서 보수 성향을 가진 대표적 인물로 꼽히는데요, 성 소수자 이슈나 오바마 케어 등에 비판적이며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 이민정책에 우호적인 입장을 가졌습니다.

긴즈버그의 별세 이후 미 연방 대법관은 현재 8명 중 보수 5명에 진보 3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만약 배럿이 임명된다면 보수 6명에 진보 3명으로 한층 더 보수색이 짙어지게 됩니다. 8년의 임기를 보낸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명의 대법관을 임명하는 데 그친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중 보수 성향의 대법관을 3명이나 임명하게 될 수도 있는 겁니다.

배럿 판사는 “인준을 통과하면 내 진영 사람들을 위해 또는 나 자신을 위해 대법관 역할을 맡지 않겠다”며 "모든 미국인을 대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선 “긴즈버그의 모든 업적을 원점으로 되돌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배럿은 많은 이슈에서 긴즈버그 전 대법관과 정반대의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오바마케어와 낙태 문제 등이 가장 주목받고 있는 이슈입니다. 미 전역에선 낙태를 합법화한 1973년 연방 대법원의 ‘로 대 웨이드(Roe vs. Wade)' 판결이 뒤집힐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또한 연방 대법원은 다음달 10일 오바마케어에 대한 위헌소송 심리를 진행하는데, 배럿은 2012년 오바마케어 합헌 5대 4 판결에서 캐스팅 보트를 행사해 진보 대법관 손을 들어준 보수 성향 존 로버트 대법원장을 비판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연방 대법관 인준 문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와 인종차별 문제에 이어 3주 앞으로 다가온 미 대선의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미 연방 대법관은 종신직인 데다가 연방 대법원의 판결은 하위 판결의 기준이 됩니다. 즉, 대법관이 한번 임명되면 미국 사회의 중요한 판결 등에 두고두고 영향을 끼치게 돼 미 전역에서 중요한 이슈로 주목하고 있는 거죠.

CNN 등 외신에 따르면 현재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11월 3일 미 대선 이전에 배럿 판사의 임명을 마무리 짓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선 미 의회 상원에서 인준안이 통과돼야 하는데요, 현재 상원 의석은 공화당 53석 무소속을 포함한 민주당 47석입니다. 연방 대법관 인준안 통과 기준은 상원 의석의 과반인 51석 이상입니다. 공화당이 밀어붙이면 민주당 입장에선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우편투표의 신뢰성을 걸고 넘어지며 대선 불복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패배하고도 이를 재검표를 요구하면 그 판단을 연방 대법원에서 하게 됩니다. 이 때문에 현지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에게 유리한 판결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대법관 지명을 서두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지난 12일 열린 인준 청문회를 시작으로 배럿 앞에는 수많은 관문이 남아있습니다. 그가 연방 대법관으로 임명된다면 긴즈버그 전 대법관이 이뤄낸 주요 판결들이 원점으로 돌아갈까요. 보수색이 한층 더 짙어질 기로에 선 연방 대법원은 앞으로 미국 사회의 중요한 판결을 어떻게 내리게 될까요. 글로벌 줌업에서 묻고 설명합니다.

채인택 국제전문기자·함민정·석경민 기자 ham.minj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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