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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저출산·고령화로 지출 급증, 엄격한 재정준칙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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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이주열. [뉴시스]

이주열. [뉴시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엄격한 재정준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4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다. 이날 간담회에서 이 총재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른 저출산과 급속한 고령화 진전으로 연금이나 의료비 등 의무 지출이 급증할 것”이라며 “태생적으로 (한국이) 비(非)기축통화국이란 점은 재정 운용에 있어 상당한 리스크(위험)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국가채무를 억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재정준칙 감사기구 둬야” 지적에 #기재부 “느슨한 준칙 아니다” 강조 #한은, 기준금리 0.5%로 3연속 동결

재정준칙에 대한 이 총재의 훈수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세부 방향까지 조언했다. “재정총량 지표에 대한 목표가 단순하고 명쾌해야 하고, 재정준칙의 시행을 강제할 수 있는 법적 구속력이나 투명한 감사기구를 둬야 한다”고 밝혔다.

기재부가 지난 5일 발표한 ‘한국형 재정준칙’은 빠져나갈 구멍이 너무 많은 데다 시행 시점도 문재인 정부 임기 후인 2025년으로 미뤄놨다는 이유에서 ‘맹탕’ 논란에 휩싸였다. 이 총재의 발언을 두고 기재부 내부에선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정치·경제계 할 것 없이 비판 여론이 일고 국감에서도 난타당한 상황인데, 한은에서까지 훈수 두기에 나선 데 대해서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이 총재의 발언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면서도 “2025년 시행 예정이긴 하나 2024년 (부채 비율) 전망을 고려하면 상당한 재정 건전화 노력이 필요하며, 절대 느슨한 준칙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0.5%로 유지해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했다. 한은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1.25%였던 기준금리를 0.5%까지 빠르게 낮춘 뒤, 7월부터 이날까지 세 번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금리를 내리지 않은 건 비교적 안정적인 금융시장 상황을 고려한 판단이다. 부동산·주식 등 자산시장 과열 논란이 끊이지 않는 점도 고려했다. 이 총재는 “11월에도 기준금리 인하 기대는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이 총재는 급증하는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도 표명했다. 이 총재는 “3분기 연속 가계부채 증가율이 높아지고, 특히 6월 이후 주택 거래나 주식 투자 자금 수요가 늘면서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가계 대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며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어느 정도 증가는 불가피하지만, 최근 증가세는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길어진 저금리로 부실한 한계기업이 제때 정리되지 않고 있다는 목소리에 대해선 “조급히 구조조정을 하는 경우엔 생존 가능한 기업까지도 같이 피해를 보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조현숙·장원석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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