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설

불공정한 학종, 입시정책 투명하게 다시 짜라

중앙일보

입력 2020.10.15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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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교육부가 발표한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실태조사 결과는 대입 관리가 얼마나 허술한지 보여줬다. 무엇보다 공정해야 할 입시가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는 현실에 개탄스럽기 짝이 없다.

노무현 정부 도입 후 갈수록 ‘금수저’‘깜깜이’
공정한 평가 되려면 타당성·신뢰성 확보해야

이를테면 자기소개서에 부모 직업과 외부경력을 쓰면 반드시 ‘0점’ 처리해야 하는데, 이 내용을 기재하고도 최종합격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서울대조차 2018학년도 입시에서 외부경력인 어학성적을 기재한 응시자를 부적격 처리하지 않아 문제가 됐다.

성균관대는 2016학년도 논술우수전형에 교직원 자녀가 지원한 사실을 알고도 해당 직원에게 시험감독을 맡겼다. 고려대는 2019학년도 수시전형에서 친인척과 지인 등이 지원한 교수 9명이 입학전형에 참여했다.

노무현 정부 때 입학사정관제로 처음 도입한 학종은 실시 단계부터 논란이 많았다. ‘부모 찬스’가 만연하고 평가 기준이 불투명해 ‘금수저’ ‘깜깜이’ 전형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럼에도 모든 정권이 학종 확대를 공약으로 내걸면서 겉만 번지르르한 모래성처럼 부피만 커졌다.

물론 취지는 좋다. 전국 수십만 아이들을 수능으로 줄 세워 대학에 입학토록 하는 것은 시대에 맞지 않는다. 반면에 학생 저마다 갖고 있는 재능을 살려주고, 다양한 인재를 키운다는 관점에선 학종이 효과적이다.

하지만 목표가 아무리 좋아도 평가 과정에서 객관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수 없는 시험은 수험생·학부모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없다. 올림픽에서 선수들이 마음 놓고 기량을 펼칠 수 있는 것은 규칙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선 아무리 경기 내용이 좋아도 스포츠라 부르지 않는다.

학종의 본고장인 미국에선 1920년대 처음 논의를 시작한 후 1930년대부터 도입했다. 본격 실시까진 십수 년이 더 걸렸다. 그러나 우리는 도입한 지 13년밖에 안 됐는데 서울대가 전체 신입생 10명 중 8명을 학종으로 뽑을 만큼 짧은 시간에 ‘학종 산성’을 쌓았다.

공정한 시험엔 두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하나는 개인의 적성과 소질을 얼마나 잘 평가할 것인가(타당성), 또 하나는 평가 과정이 얼마나 객관적이고 투명한가(신뢰성)다. 수능은 신뢰성이 높지만 타당성은 낮다. 반면에 학종은 신뢰성은 낮은 대신 타당성이 높다. 그러나 각종 ‘부모 찬스’가 횡행하는 현실에서 지금은 신뢰성은 물론 타당성마저 의심된다.

특히 학종 확대로 명문대에 입학하는 고소득층 자녀들이 대폭 증가했다는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학종이 ‘계층 세습’의 통로 역할까지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학종 대수술은 불가피하다. 취지가 좋았다 해도 수험생과 학부모로부터 믿음을 얻지 못하는 입시제도는 존립 명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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