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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티머스 윤석호, 청와대 아내 통해 사태 막겠다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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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1조원대 펀드 사기 의혹을 받는 옵티머스자산운용 경영진이 검찰 수사에 대비한 도주 시나리오 문건을 만들기 직전인 올해 4월께 “청와대에 얘기해서 막아보겠다”는 취지의 대화를 나눈 정황이 확인됐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13일 옵티머스 사내이사 윤석호(43·사법연수원 41기·구속기소) 변호사의 아내로,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근무했던 이모(36·사법연수원 41기) 변호사를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했다. 이 변호사는 오는 23일 출석한다.

옵티머스 전직 간부와 경영진 측 #“도주 시나리오 만들기 전에 말해” #문 대통령 “수사에 성역 없다 #청와대, 검찰에 적극 협조하라” #중앙지검 내부서도 4명 추가투입 #다스 수사 검사 등 금융통 포진 #윤석호 아내 ‘국정원 직원 감금’ 관련 #이광철과 함께 강기정 등 변호 활동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라임·옵티머스 사건과 관련해 “빠른 의혹 해소를 위해 청와대는 검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라”고 지시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14일 전했다. 이들 사건과 관련한 문 대통령의 첫 언급이다. 검찰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윤 변호사는 옵티머스에 자금 압박이 시작되던 지난 4월 경영진에 “청와대에 있는 아내에게 얘기해 사태를 막아보겠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한다. 당시는 아내인 이 변호사가 금융감독원 등을 관장하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근무(지난해 10월~올해 6월)할 때다.

옵티머스 전직 간부는 “윤 변호사는 옵티머스 내에서 각종 서류 결재권을 갖고 있었다”며 “환매 중단 사태를 예견하고 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청와대나 금감원을 통해 막아보겠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말했다. 옵티머스 경영진 측도 “윤 변호사가 당시 부인 얘기를 하고 다니는 걸 들었다”고 전했다.

최근 공개된 문건에 따르면 옵티머스 경영진은 그로부터 한 달여 뒤 대책 회의를 열고 경영진 중 누가 사기 행각을 주도했다고 검찰에 진술할지, 금융감독원 등 어느 기관에 로비해야 할지를 논의했다. 컴퓨터 파일과 폐쇄회로TV(CCTV) 장면 삭제 방안도 담겨 ‘커버 시나리오’라는 용어가 쓰였다. 옵티머스 펀드는 지난 6월 환매가 중단됐고, 검찰은 해당 문건을 지난 7월 경영진 기소 당시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했다. 하지만 검찰은 지난 7월 이 변호사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조사한 뒤 로비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며 수사를 마무리했다.

이 변호사는 청와대 근무 직전인 지난해 3~10월 옵티머스가 무자본 인수합병(M&A)했다는 의혹을 받는 선박 부품 제조업체 해덕파워웨이의 사외이사로 근무했다. 전직 금감원 팀장 변모씨도 같은 시기 해덕파워웨이 감사로 영입됐다. 옵티머스 전직 간부는 “자금을 움직이는 핵심이 아니면 시끄러운 회사 사외이사를 맡지 않는다”며 “이 변호사가 오히려 남편을 옵티머스에 꽂아준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가 사외이사를 맡은 지 2개월 뒤인 2019년 5월 전 경영진과 관계가 있던 박모(57)씨가 폭력조직인 국제PJ파 부두목 조규석(61)씨에게 살해당했다. 조씨는 도피 9개월 만인 지난 2월 체포돼 조사실로 이동하는 중에 취재진에게 “이번 사건은 주가 조작과 무자본 M&A의 폐해”라고 주장했다.

옵티머스 수사팀 두 배로…최순실 캔 특수통 등 5명 수혈 

이 변호사는 2018년 6월부터 1년4개월 동안 농어촌공사 비상임이사도 지냈다. 농어촌공사는 지난 1월 사내근로복지기금을 통해 30억원을 옵티머스에 투자했다가 모두 잃을 상황에 놓여 있다. 그는 2017년 이번 정부 출범 이후 국가정보원 법률고문, 청와대 국가안보실 행정심판위원을 맡았다.

옵티머스 사건 연루 의혹 이모 전 청와대 행정관은 누구.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옵티머스 사건 연루 의혹 이모 전 청와대 행정관은 누구.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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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 직원 감금 사건으로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김현 전 민주당 의원이 기소됐을 때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함께 변호인단으로 참여했다. 김조원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도 인연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 대표를 지내던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당무감사원에서 함께 근무했다.

법무부는 14일 서울중앙지검 옵티머스 수사팀에 검사 증원을 결정했다. 법무부는 이날 “금융·회계 분야에서 풍부한 수사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경력 검사 5명을 직무대리로 발령냈다”고 설명했다. 이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수사팀 대폭 증원 요청에 따른 것이다.

파견 검사 5명 중 최재순(사법연수원 37기) 대전지검 검사는 박영수 특검팀에 파견된 경력이 있다. 당시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을 조사해 폭로를 이끌어냈다. 공인회계사(CPA) 자격증이 있는 남재현(변시 1기) 서울북부지검 검사는 허인회 전 녹색드림협동조합 이사장 사건을 수사했다. 남대주(37기) 광주지검 순천지청 검사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수사에 참여했다. 김창섭(37기) 청주지검 검사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DAS)’ 실소유주 의혹 수사를 진행했다. 최종혁(36기) 광주지검 검사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같은 전주고 출신으로,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및 대검 연구관 경력 등이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파견 검사 5명에 더해 내부 검사 4명을 추가 투입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옵티머스 수사팀은 기존 경제범죄형사부·반부패수사부·범죄수익환수부 소속 기존 검사 9명에서 18명으로 두 배로 커진다. 옵티머스 정·관계 로비 사건 수사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이날 “최근 정·관계 로비를 비롯한 다양한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지난달 25일 대검에 수사인력 충원을 건의했고 법무부의 최종 승인에 따라 수사팀을 확대 개편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지난 13일 윤모 전 금융감독원 국장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하고 그를 소환해 금융권 로비 부분을 집중 조사했다.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에게 펀드 수탁사인 하나은행 관계자 등 금융계 인사들을 연결해 주는 대가로 수천만원의 뒷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라임·옵티머스 사건 수사에 협조할 것을 지시하면서 “검찰의 엄정한 수사에 어느 것도 성역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강민석 대변인은 “청와대는 검찰이 라임 수사와 관련해 청와대 출입기록 등을 요청하면 검토해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검찰이 청와대에 요청했다는 CCTV 영상 자료는 존속 기한이 지나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CCTV 자료는 관리지침에 따라 중요 시설의 경우 3개월, 기타 시설은 1개월 정도 보관한다”고 말했다. 앞서 SBS는 전날 “이강세 스타모빌리티 대표가 지난해 7월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5000만원을 전달한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당시 청와대 출입기록과 출입 관련 CCTV 영상 자료를 달라고 청와대에 지난 7월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김민상·나운채·윤성민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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