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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번호 몰라? 정신 나간 XX”…8살 초등생에 폭언한 교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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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초등학생 허벅지에 든 멍. 사진 피해 학생 아버지

피해 초등학생 허벅지에 든 멍. 사진 피해 학생 아버지

전북 고창군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수업 중 한 학생에게 피멍을 들게 하고 부모의 휴대전화 번호를 모른다는 이유로 수업 시간에 폭언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피해 학생 부모는 해당 교사를 아동 학대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고, 전북도 교육청은 진상 파악에 나섰다.

14일 피해 학생 아버지와 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초등 1학년인 A군(8)의 부모는 지난 8월 말쯤 A군의 허벅지에서 피멍 자국을 발견했다.

피멍을 발견한 A군의 어머니는 A군에게 담임 선생님 때문에 생겼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전에도 멍 자국을 발견했던 부모는 교사의 학대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A군에게 소형 녹음기를 쥐여줬다.

이후 최근 A군이 가지고 온 녹음기에서 흘러나온 남성의 목소리를 들은 A군의 부모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녹음기에는 지난 7일 담임 교사가 A군을 향한 향한 욕설과 고함, 폭언이 담겨 있었다.

담임 교사는 수업 도중 A군이 아버지의 휴대전화 번호를 제대로 외우지 못하자 “뭐라고? 이 XX가 똑바로 말 안 해”, “정신 나간 XX냐?”, “야! 너희 아빠 전화번호가 뭐냐고”, “부모님 전화번호도 몰라?”, “이런 놈들 딱 이용해 먹기 좋아, 납치범이”라며 폭언했다.

해당 교사는 당시 초등생들의 실종이나 유괴 위험성 등을 교육하며 부모님 전화번호와 주소를 알고 있는지 등을 물어보는 과정이었다고 한다.

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해당 교사는 이 과정에서 과격해졌다는 취지로 해명하고 멍 자국은 급식을 먹지 않는 A군의 다리를 세게 붙잡았다가 남은 것이라며 훈육 차원이었다고 말했다.

A군 아버지는 “담임 선생님이 화를 내며 폭언한 이유가 부모 휴대전화 번호를 외우지 못한 게 이유였다고 하는데, 초등학생에게 이렇게 하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이어 “선생님이 굉장히 강압적 목소리로 욕을 섞어서 말을 하고, 무언가를 던지는 듯한 소리가 녹음된 내용을 듣고 화가 났다”며 “반 친구들 앞에서 수업 중 아들이 당한 수모를 생각하면 지금도 몸이 부들부들 떨린다”고 전했다.

피멍과 관련해서 A군 아버지는 “담임 선생님은 ‘편식하는 아이의 몸을 붙잡으면서 타이르다가 피멍이 생긴 것 같다’, ‘훈육 차원이었다’고 둘러대며 잘못이 없는 것처럼 이야기한다”며 “초등학교에 간 아이는 선생님의 폭언 때문에 심리적으로 위축돼 있다”고 했다.

해당 초등학교와 도교육청은 지난 13일 피해 학생 아버지가 찾아오면서 사건을 인지했다. 도교육청은 문제의 교사를 임시로 교체하고 진상을 파악 중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담임 교사는 현재 연차휴가를 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진상을 파악한 뒤 직위해제 등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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