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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왕집 못팔고 마포집 비워야…부총리님, 임대차법 아시겠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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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5차 소재·부품·장비 경쟁력강화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5차 소재·부품·장비 경쟁력강화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전세 난민’과 ‘다주택 고위공직자’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1가구 2주택자 논란을 피하기 위해 내놓은 경기 의왕시 소재 아파트가 기존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 행사로 거래 불발될 위기다. 현재 전세로 사는 서울 마포구 아파트도 계약 만료일이 다가오는데 집주인이 실거주하겠다고 하니 비워줘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달 시행된 새 임대차보호법의 영향을 고스란히 체감하고 있는 셈이다.

14일 경기도 의왕시 부동산중개업체와 관가에 따르면, 지난 8월 9억2000만원에 매매 계약을 체결한 홍 부총리 소유의 의왕시 소재 아파트(전용면적 97.1㎡)는 잔금 납부가 2개월째 이뤄지지 않아 등기 이전을 못하고 있다.

계약을 중개한 부동산업체 관계자는 “8월 매매 계약 체결 이후 기존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뉴스를 접한 뒤 마음을 바꿔 아직까지 진척이 없다”며 “내년 1월에 전세 계약은 만료되는데 세입자가 계속 살겠다고 하고 있어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해당 아파트 매매를 계약한 매수자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고 있고 이에 따라 잔금 완납도 안되고 있는 것이다. 경기 의왕은 지난 6ㆍ17 부동산대책에 따라 투기과열지구로 신규 지정됐다. 투기과열지구 아파트를 매입하면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려면 6개월 이내에 전입해야 하는데 매수자가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홍 부총리는 2005년부터 의왕의 해당 아파트에서 가족들과 함께 거주하다 2017년 말 공무원 특별공급으로 세종시에 분양권을 받았다. 하지만 고위공직자 다주택 논란이 일자 의왕 아파트를 지난 7월 내놓았다. 그는 당시 페이스북에 “2005년부터 쭉 살아온 의왕시 아파트 하나에 2017년 말 세종에 주상복합아파트 분양권 하나가 당첨돼 1주택+1분양권자가 됐다”며 “공직자 다주택 해소 문제가 제기되며 국무위원의 한사람으로 송구했다. 분양권 매각을 기다리지 않고 의왕 아파트를 매각코자 의뢰했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2018년 12월 부총리 취임 직후 정부서울청사와 국회, 청와대 등을 자주 오가야 하는 상황을 감안해 지난해 1월 현재 거주하고 있는 서울 마포구의 보증금 6억3000만원짜리 25평(84.86㎡) 아파트에 전세로 들어왔다. 하지만 이마저도 계약 기간이 끝나는 내년 1월까지 비워줘야 한다. 최근 개정된 주택임대차보호법(임대차법)상 집주인이 실제 본인이 거주하겠다고 하면 세입자는 집을 비워줘야하기 때문이다. 인근 아파트 전세가는 그새 8억~9억원으로 치솟아 새로운 전셋집을 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홍 부총리는 이날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신규로 전세를 구하시는 분들의 어려움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전셋값 상승요인 등에 대해 면밀히 점검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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