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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친서도 타이핑" 고2에 보낸 답장 논란 이해 안된다는 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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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14일 북한군 피격으로 사망한 공무원 이모(47)씨의 아들에게 보낸 문재인 대통령의 답장과 관련된 논란에 대해 “외국 정상의 친서도 타이핑으로 보낸다”며 “타이핑이 왜 논란의 소재가 돼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북한 피격으로 사망한 공무원 A씨 형 이래진 씨가 14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해양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 군에 의해 사망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47)씨의 고교생 아들에게 보낸 답장을 보여주고 있다. 뉴시스

북한 피격으로 사망한 공무원 A씨 형 이래진 씨가 14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해양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 군에 의해 사망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47)씨의 고교생 아들에게 보낸 답장을 보여주고 있다. 뉴시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대통령의 편지는 원래 대통령이 먼저 육필로 쓴 것을 비서진이 타이핑해 전자서명을 하는 과정을 거친다”며 이같이 말했다. 강 대변인은 “이번뿐 아니라 대통령에게 오는 외국 정상의 친서도 타이핑한 것”이라며 “정상 친서뿐 아니라 빌 게이츠 회장, 그룹 유투(U2)의 보노가 보낸 편지, 프란치스코 교황의 구두메시지가 담긴 서한 역시 타이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5일 고교 2학년인 이모씨의 아들은 “시신조차 찾지 못하는 현 상황을 누가 만들었으며, 아빠가 잔인하게 죽임을 당할 때 이 나라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왜 아빠를 지키지 못했는지 묻고 싶다”는 내용의 친필 편지를 언론에 공개했다.

문 대통령은 하루 뒤인 지난 6일 강 대변인을 통해 “아버지를 잃은 아들의 마음을 이해한다. 나도 마음이 아프다”는 입장을 밝힌 뒤 직접 아들 이군에게 답장을 보내겠다고 했다. 이군의 편지는 숨진 이씨의 친형 이래진씨를 통해 지난 8일 청와대로 직접 전달됐다. 문 대통령의 답장은 원본이 전달된 지 5일만인 13일 유가족에게 등기우편으로 전달됐다.

서해 북단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됐다가 북한군에 사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유족이 14일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편지를 공개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2일 전달받은 유족의 고등학생 아들이 쓴 편지에 대한 답장을 우편으로 유족 측에 발송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은 문 대통령 답장 전문. 2020.10.14   [유족 이래진 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서해 북단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됐다가 북한군에 사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유족이 14일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편지를 공개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2일 전달받은 유족의 고등학생 아들이 쓴 편지에 대한 답장을 우편으로 유족 측에 발송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은 문 대통령 답장 전문. 2020.10.14 [유족 이래진 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문 대통령은 답장에서 “내게 보낸 편지를 아픈 마음으로 받았다”며 “아버지에 대한 존경의 마음과 안타까움이 너무나 절절히 배어있어 읽는 내내 가슴이 저렸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고 했다. 이어 “진실이 밝혀져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은 묻고 억울한 일이 있었다면 당연히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는 마음을 갖고 있다”며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진행하고 진실을 밝혀낼 수 있도록 내가 직접 챙기겠다는 것을 약속한다”고 적었다.

그러나 답장을 받아든 유가족들은 "실망스럽다"는 입장을 냈다. A4 용지 한장에 인쇄된 답장에 대해 숨진 이모씨의 친형 이래진씨는 14일 인천 연수구 해양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의 편지를 열기 전 20~30분을 고민하다 열어봤지만 그동안 대통령이 밝혔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며 “편지를 받은 조카도 ‘예상했던 내용 뿐’이라고 말했다”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타이핑은 격을 생각한 것으로 보면 된다”며 “편지는 내용이 중요하다. 봉투나 글씨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 ‘아픈 마음으로 편지를 받았다. 가슴이 저리다’고 진심으로 위로했고, ‘직접 대통령이 챙기겠다’고도 했다”며 “어린 고등학생 아들에게 마음을 담아 답장을 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피격 공무원의 고2 아들 편지

피격 공무원의 고2 아들 편지

반면 국민의힘은 답장 내용이 공개된 13일 김예령 대변인의 구두논평을 통해 “타이핑된 편지는 친필 사인도 없는 무미건조한 형식과 의례 그 이상도 아니었다”며 “북한에는 성심과 성의를 다해 종전선언을 속삭이면서도 정작 애가 타들어가는 우리 국민에게는 희망 고문만 되풀이하는 대통령에 유가족과 국민들은 자괴감만 커진다”고 밝혔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도 “답장이 컴퓨터로 타이핑한 글이라니 내 눈을 의심했다. 유가족을 이렇게 대놓고 무시해도 되는가”라며 “당장 (유가족을) 찾아가 진심으로 애도하고 북한의 만행에 대해 진상을 밝히겠다고 말하는 것이 옳지 않은가”라고 주장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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