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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섬 농장일, 돈도 안주는데 3000명 몰렸다…코로나 진풍경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탈리아 외딴 섬의 한 농장에서 급여 없이 숙식만 제공하겠다는 구인 광고에 전 세계에서 3000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지원 동기는 대부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이었다. 감염과 도시 봉쇄의 두려움에 떠느니 당분간 인적 드문 섬에 피해있겠다는 것이다.

'숙식만 제공' 조건에도 지원 쇄도 #대부분 "감염과 재봉쇄 공포에 지원"

리파리 섬 숙소에서 볼 수 있는 풍경. [페이스북 캡처]

리파리 섬 숙소에서 볼 수 있는 풍경. [페이스북 캡처]

12일(현지시간)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이탈리아 에올리에 제도 리파리 섬에서 작은 농장을 운영하는 루이지 마자(35)는 페이스북에 그의 농장 일을 도와줄 사람을 찾는 구인 광고를 올렸다.

그의 농장은 과일과 채소를 재배하고 닭과 당나귀를 기르며 올리브유와 당나귀 우유로 천연비누를 만든다. 그는 농장에서 일하게 될 사람에겐 숙소와 음식을 제공하겠다고 했다.

숙소에는 테라스와 해먹이 있고, 창문 너머로 바다와 멀리서 화산이 용암을 분출하는 모습이 펼쳐진다. 음식과 와인을 주고, 와이파이도 쓸 수 있다. 리파리 섬은 날씨가 따뜻해 12월 초까지 수영을 할 수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따로 급여는 주지 않기로 해 그는 지원자가 몰릴 것이란 기대는 하지 않았다.

해먹과 테라스가 있는 리파리 섬 숙소. [페이스북 캡처]

해먹과 테라스가 있는 리파리 섬 숙소. [페이스북 캡처]

그런데 구인 광고를 올린 직후부터 그의 페이스북·왓츠앱·텔레그램·e메일에는 "일하고 싶다"는 메시지들이 쇄도했다. 프랑스·스페인·영국·미국·일본 등 세계 각지에서 지원자가 쏟아진 것이다. 마감일까지 이력서를 보낸 지원자는 3000명에 달했다.

농장 주인은 이들이 밝힌 지원 동기를 보고서야 왜 이렇게 많은 지원자가 몰렸는지 알 수 있었다. 많은 지원자가 언제 끝날지 모를 코로나19 대유행의 고통을 이야기했다.

코로나19 피해가 컸던 이탈리아 베르가모 출신의 한 젊은 지원자는 코로나19가 너무 두려워 혼자 자전거를 타고 사람이 없는 지역을 여행하고 있었다. 이 젊은이는 "나는 모든 것을 잃었고 지금은 불안과 폐소 공포증에 시달리고 있다. 다시 베르가모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면서 자신을 뽑아 달라고 호소했다.

구인 광고를 낸 농장 주인 루이지 마자. [페이스북 캡처]

구인 광고를 낸 농장 주인 루이지 마자. [페이스북 캡처]

지원자 중에는 지난 3월 유럽에 왔다가 하늘길이 막히면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일본인 부부도 있었다.

마자는 "특히 도시 재봉쇄가 이뤄질 경우 집에 또 갇히는 것을 견딜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지원이 많았다"고 말했다.

3000명이 넘는 지원자 중 섬에서 일하게 될 '행운'을 갖게 된 사람은 4명이다. 마자는 "처음 몇 주 동안 이탈리아 커플이 일하고 뒤이어 프랑스 마르세유의 커플이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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