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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5개월전 고소했는데···"옵티머스 공범 지금도 기업사냥"

중앙일보

입력

윤석열 검찰총장이 '옵티머스 펀드사기' 사건 수사팀 인력 대폭 증원 지시를 내린 가운데 1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옵티머스자산운용 사무실이 굳게 닫혀 있다. 뉴스1

윤석열 검찰총장이 '옵티머스 펀드사기' 사건 수사팀 인력 대폭 증원 지시를 내린 가운데 1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옵티머스자산운용 사무실이 굳게 닫혀 있다. 뉴스1

옵티머스 사태 공범으로 유력한 인물이 아직도 기업사냥 행각을 일삼고 있지만, 검찰이 피해 기업인의 고소에도 5개월 넘게 관련 수사를 뭉개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옵티머스 자금의 사용처를 철저히 수사하겠다는 검찰의 입장과 반대로 수사가 부실하게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낙연 복합기 의혹 '트러스트올' 2대 주주, 버젓이 활동

13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자동차 부품제조기업 J사를 장악하고 있는 A씨는 옵티머스의 핵심 인물들이 횡령할 돈을 모아놓았던 '트러스트올'의 지분 40%를 가진 2대 주주로 확인됐다. 현재 J사의 최대주주 B씨는 "회계법인을 통해 회사 사무실 컴퓨터를 포렌식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A씨가 스스로 트러스트올의 2대 주주라고 진술했고, 보고서에도 그 내용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트러스트올은 최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무실 복합기 임차료를 지급해왔다는 의혹이 불거진 회사로, 1대 주주(지분 60%)이자 회사 대표는 옵티머스 사건으로 구속기소 된 이동열(45)씨다. 이씨는 옵티머스의 2대 주주이자 옵티머스가 설립한 다수의 페이퍼컴퍼니를 관리했다.

A씨는 J사의 이름을 딴 자본금 1억원짜리 'J사'홀딩스라는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2019년 7월 J사의 경영권을 확보했다. 경영권을 확보하는 데 들어간 160억원 중 140억원이 트러스트올에서 나왔다. 옵티머스에서 빼돌린 투자금이 상장사를 인수하는 데 쓰인 것이다. A씨는 회사 경영권을 장악하자마자 회사 자금을 빼내기 시작했다고 한다. 전형적인 무자본 인수·합병(M&A) 수법이다.

B씨의 의뢰로 이 사안을 조사한 회계법인은 "트러스올의 의사결정은 A씨와 이동열 대표가 협의해 진행한다"고 판단했다.

옵티머스 일당, 회사를 어떻게 망가뜨렸나

B씨에 따르면 A씨는 회사 인수 이틀 만에 회삿돈을 수억원씩 빼돌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J사에서 약 100억의 자금이 빠져나갔고, 현재까지도 40억원가량의 자금이 들어오지 않았다고 B씨는 전했다.

그 시기 J사는 회계감사가 진행 중이었다. 회계법인이 A씨에게 인수자금 조달 관련 세부 내역과 'J사'홀딩스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는 자료를 요구했지만, A씨는 자료 제출을 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회계 감사 결과 '의견 거절'이 나왔고, 상장 폐지 사유가 발생해 J사의 주식 거래는 정지됐다.

A씨는 J사 주식 전량을 증권사를 통해 주식담보대출을 받아 현금화했다. A씨가 보유한 주식은 회계 감사 결과에 따라 모두 반대매매됐다. 이에 따라 A씨는 현재 J사 주식을 단 한 주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다. 결과적으로 A씨에게는 갚을 필요가 없는 거액의 돈만 남았다. 금융 수사 경험이 많은 한 현직 검찰 간부는 "수사팀은 현금화된 자금이 사건 무마를 위한 로비에 활용됐는지, 개인적으로 사용됐는지 등 어디로 갔는지 쫓아야 한다"며 "이 돈을 찾아야 피해자들의 피해 구제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관정' 동부지검도, '이성윤' 중앙지검도 수사는 미적 

김관정 동부지검장. 연합뉴스

김관정 동부지검장. 연합뉴스

B씨는 A씨를 지난 5월 서울동부지검에 상법 위반, 횡령·배임 혐의로 고소했다. 3월에는 이사회를 열어 A씨를 J사 대표이사 자리에서 해임 처리했다. 하지만 동부지검은 5개월이 넘도록 피고소인 조사를 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동부지검은 친정권 검사로 분류되는 김관정 지검장이 이끌고 있다. 동부지검 관계자는 "현재 수사 중이며, 챙겨보고 있다"고 말했다.

"옵티머스 자금의 사용처를 철저하게 수사할 것"이라던 서울중앙지검 역시 이 부분에 대한 본격 수사는 진행하지 않고 있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자금 흐름 전반을 살펴보고 있지만, 구체적인 수사 진행 상황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연합뉴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연합뉴스

B씨는 "A씨는 옵티머스 편취사건의 공범이고 회사를 망가뜨려 주주들에게도 엄청난 경제적 피해를 줬다"며 "회사가 계속 망가지고 있는데 검찰이 수사를 하지 않고 있어 답답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A씨는 이사회에서 대표에서 해임됐지만, 불법적인 이사회를 열어 본인을 대표이사로 등기한 이후 용역을 동원해 회사를 점거하고 있다"며 "'A씨가 확보한 돈으로 얼마나 로비를 했으면 검찰이 수사에 나서지 않을까'라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A씨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트러스트올의 자금이 J사에 들어온 것은 맞지만 나는 트러스트올이 옵티머스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도 몰랐고, 트러스트올의 지분도 없다"며 "오히려 B씨에게 사기를 당했다"고 말했다.

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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