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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폐업인데 재난지원금도 없었다···눈뜨고 5조 날린 여행업계

중앙일보

입력

13일 서울 중구 모두투어 영업점. 코로나19 여파로 운영을 하지 않고 있다. 김지아 기자

13일 서울 중구 모두투어 영업점. 코로나19 여파로 운영을 하지 않고 있다. 김지아 기자

13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의 한 모두투어 영업점 문이 굳게 닫혀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여파로 매출이 급감하자 일부 영업점이 휴업에 들어가서다. 인근 B 여행사 본사는 문은 열었지만, 사무실 안은 썰렁했다. 자리가 30석 정도 있었지만 출근한 직원은 두 명뿐이었다. 사무실 앞에서 만난 한 직원은 “대부분 유급휴직에 들어갔다. 이렇게 한두명씩만 출근한 지도 벌써 몇 개월째”라고 털어놨다.

12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를 1단계로 완화했지만, 꽁꽁 얼어붙은 여행업계엔 딴 나라 얘기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휴·폐업한 여행사만 870여곳이다. 여행업계는 “누구나 다 힘든 시기지만, 특히 여행사는 코로나 때문에 가장 먼저, 가장 오래 타격을 입었다”며 “여행업을 위한 정부 지원책아 너무 없다”고 입을 모았다.

“내년도 살아날 기미 안 보여”

5일 서울 중구 한 여행사 사무실이 직원 휴직으로 텅 비어 있다. 여행사 관계자는 "1200여명 직원 가운데 약 95% 가 무급휴직 중" 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5일 서울 중구 한 여행사 사무실이 직원 휴직으로 텅 비어 있다. 여행사 관계자는 "1200여명 직원 가운데 약 95% 가 무급휴직 중" 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중소 여행사 사정은 더 심각하다. 6년 차 여행사 만나투어를 운영하는 양진영(38)대표는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는 남의 나라 이야기 같다”고 말했다. 양 대표는 “그동안 신종플루, 메르스 등으로 3~4개월간 여행업계가 어려워진 적은 있어도 이렇게 장기간 어려운 적은 없었다”며 “2월부터 매출이 줄기 시작해 4월부터는 매출이 아예 없다”고 털어놨다. 이어 “해외여행을 가면 2주간 자가격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직장인이 해외여행을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정부 조치는 당연히 이해하지만, 내년에도 여행업은 살아날 기미가 안 보여 막막하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아는 여행사 대부분이 폐업했다. 주변에 배달 일을 하거나 내일배움카드로 새로운 일을 배우는 여행사 대표, 직원이 많다”고 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여파로 서울 종로구의 한 여행사 사무실 불이 꺼져있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여파로 서울 종로구의 한 여행사 사무실 불이 꺼져있다. 뉴스1

카페·PC방·노래연습장 등 집합제한·금지업종은 2차 재난지원금이라도 받았다. 하지만 여행업은 일반업에 속해 지원대상에서 제외됐다. 여행업은 전년도 매출액이 4억 원 이하인 영세 소상공인에 속할 경우만 별도로 ‘소상공인 새희망자금’을 신청해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10년 차 여행사 휴트래블 앤 컨설팅 대표 A씨는 “여행업계는 ‘사망상태’나 다름없는데, 아무런 지원이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그의 토로가 이어졌다.

“국내 여행으로 돌리려고도 해봤죠. 하지만 여행업은 허가제라 국외여행사로 등록한 업체가 국내 여행을 컨설팅할 수 없습니다. 한번 폐업하면 나중에 업체를 다시 차리기도 어렵고요. 매출은 2월부터 바닥인데 사무실 임대료·관리비 같은 월 고정지출만 500만원이 넘습니다. 코로나 19가 확산한 지 8개월이 넘었는데, 정부가 여행업계 목소리를 잘 들으려고 하지 않는 것 같아요. 지원금은 이제 바라지도 않습니다. 대출 혜택이라도 줬으면 합니다.”

문체부 “관광분야 타격 제일 커”

5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출국장 여행사 창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출국장 여행사 창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문화체육관광부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관광·전시·경기 취소 등에 따른 피해액은 약 10조 7000억원이다. 이 중 항공업·여행업·숙박업 등을 포함한 관광분야 타격이 가장 컸다. 항공업·여행업·관광숙박업·면세업 등 관광 레저 부문 소비 지출은 작년 동기 대비 약 24조 5000억원 감소했다. 여행업 매출 감소액은 약 5조원으로 추산했다.

김지아 기자 kim.j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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