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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용달운수사업자 생계 위협하는 ‘전기트럭 특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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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전운진 전국용달화물 차 사업연합회장

전운진 전국용달화물 차 사업연합회장

정부 정책에서 ‘예외’를 적용하는 것은 신중히 해야 한다. 취지와 다르게 누군가는 피해를 볼 수 있어서다. 정부는 2018년 12월 31일부터 1.5t 미만 전기화물차를 새로 구매하는 사람에게 신규 영업용 차량번호를 허가하고 있다. 신규 허가 발급을 제한하는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의 예외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기존 영업용 화물차의 노란색 번호판은 총량제를 적용했다. 사실상 신규 허가를 막아 무분별한 화물차 공급을 제한한 것이다. 그런데 예외로 인정된 전기트럭으로 인해 신규 번호판이 쏟아지고 있다. 화물차 수급 조절 제도의 근간이 훼손되고 있다.

생계형 사업자인 용달화물 차주에게 이런 예외 정책은 매우 위협적일 수밖에 없다. 용달 화물차의 공급 과잉이 생계에 직접 타격을 줘서다. 코로나19 여파로 일거리가 줄거나 끊겨 모두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용달 화물차의 공급 과잉으로 이중고를 겪는 상황이다.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경유 화물차를 줄이고 친환경차를 늘리겠다는 당초 취지도 무색하다. 기존 노후 경유차는 다른 이에게 양도하고 추가로 전기트럭을 구매하는 사례가 상당하다. 기존에 운행하던 노후 화물차의 폐차 조건이 없기 때문이다. 노후 경유 화물차의 수가 줄지 않으면 미세먼지 감축 효과는 떨어지고 부작용만 낳을 뿐이다.

전기트럭에 무분별하게 신규 영업용 번호판을 허가하는 게 전국에 있는 10만 용달운수 사업자의 숨통을 조인다면 이는 재고해야 할 문제다. 철저하게 화물차 수급을 분석하고 영업용 번호판의 발급 기준을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최근 전기차에선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잇따라 발생한다. 수리비용은 1000만원대로 알려지면서 차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긴 배터리 충전시간과 충전 인프라의 부족 문제도 해소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막대한 보조금을 들여가며 영업용 허가권을 미끼로 전기트럭을 판매하는 것은 전기차 보급대수 늘리기에만 연연하는 정책으로 비친다.

사회적 환경에 맞춰 정책은 당연히 변해야 한다. 지금은 미세먼지 저감이 주요한 사회 이슈다. 경유차를 대체할 친환경 차량이 늘어나야 한다는 것은 충분히 공감한다. 다만 ‘친환경 화물차’라는 이유만으로 과도한 혜택을 주면 안 된다. 가뜩이나 어려운 영세 용달화물 종사자들의 생계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사업용 전기화물차의 신규 번호판 허가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전운진 전국용달화물 차 사업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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