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 경제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된 로버트 윌슨(왼쪽)과 폴 밀그럼 교수가 12일 새벽 스탠퍼드대에서 포즈를 취했다. [AFP=연합뉴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10/14/5594a73b-b246-4cde-a9af-fd962cd85662.jpg)
올해 노벨 경제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된 로버트 윌슨(왼쪽)과 폴 밀그럼 교수가 12일 새벽 스탠퍼드대에서 포즈를 취했다. [AFP=연합뉴스]
12일(현지시간) 발표된 노벨경제학상 공동 수상자, 로버트 윌슨(83)과 폴 밀그럼(72)의 수상 후일담이 화제다. 밀그럼이 전화기를 꺼놓고 ‘꿀잠’자느라 노벨상 수상 소식을 직접 전달받지 못하자, 윌슨이 찾아가 수상 소식을 전한 얘기 등이다. 두 사람은 사제지간이자 이웃사촌이다.
경제학상 공동수상한 사제 석학 #자느라 전화 못 받은 제자 집 달려가 #“자네 상탔어” 하자 “왜 저만 받죠?” #윌슨, 제자 셋 수상 ‘노벨 해트트릭’
두 사람이 교수로 재직 중인 미국 스탠퍼드대는 이날 새벽 밀그럼의 집 폐쇄회로(CCTV) 영상을 대학 트위터에 공개했다. 1분 남짓 영상에선 윌슨 부부가 밀그럼의 집 초인종을 여러 번 누르는 장면 등이 나온다. 윌슨 부부는 밀그럼에게 “폴, 자네 노벨상을 탔어. 노벨위원회가 알리려는데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하네” “우리가 당신 휴대전화 번호를 줬어요”라고 각각 말한다.
밀그럼이 “제가요? 와우!”라고 하자, 윌슨의 부인은 “당신, (이제)전화 받을 수 있냐”며 웃는 모습이 담겼다. 이때 시각이 새벽 2시 15분이었다.
![밀그럼이 노벨위원회의 전화를 받지 않자 윌슨 부부가 밀그럼 집의 초인종을 누르는 모습. [스탠퍼드대 트위터 캡처]](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10/14/b56befda-67ba-4d20-9273-a7f31bfdf4df.jpg)
밀그럼이 노벨위원회의 전화를 받지 않자 윌슨 부부가 밀그럼 집의 초인종을 누르는 모습. [스탠퍼드대 트위터 캡처]
앞서 윌슨 교수가 노벨위원회로부터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전화를 받고 외친 말은 “누가 폴 좀 깨워봐!”였다고 한다. 위원회 측으로부터 공동 수상자인 밀그럼의 전화기가 꺼져 있다고 한 말을 듣고서다. “폴의 집은 40m 정도 거리다. 바로 달려가 문을 두드리고 소식을 전했는데, 마치 (전화기가 없던) 19세기 같은 상황이었다.” 윌슨이 밀그럼을 깨우고 온 뒤 위원회 측에 웃으며 전한 얘기다.
그에 따르면 축하한다는 인사에 자신만 받았다고 오해한 밀그럼은 “왜 (윌슨 교수는 아니고) 나만 받은 거지요?”라고 물었다고 한다. 윌슨 교수는 노벨위원회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반응이었다”고 전했다.
두 사람은 경매이론을 발전시킨 공로로 노벨상을 받았다. 수상 직후 캘리포니아의 자택에서 가진 전화 기자회견에서 윌슨은 경매에서 마지막으로 구입한 물건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경매에 직접 참여해본 적은 없다”고 했다가 “아내가 방금 말해줬는데, 예전에 이베이(온라인 경매업체)에서 함께 스키 부츠를 산 적이 있다고 한다”고 정정해 웃음을 자아냈다. 밀그럼은 “윌슨 교수가 집 문을 두드렸는데, 이상한 방식으로 수상 소식을 들었다”고 농담했다.
윌슨 교수는 노벨상 상금을 어떻게 사용할지 묻는 말에 “(코로나19)팬데믹 와중에 딱히 쓸 곳이 없다. 아내와 아이들을 위해 일단 저축하고 다른 시기를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밀그럼 교수는 미시간대 수학과를 졸업한 뒤 보험 계리사로 일하다 스탠퍼드대에서 통계학으로 석사, 경영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 과정에서 알게 된 윌슨이 평생의 은사가 됐다. 윌슨 교수는 밀그럼에게 “경제학 박사를 공부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고 한다. 밀그럼은 윌슨 교수 지도로 경제학자 길을 걸었다.
윌슨 교수는 “나는 전통적인 방식의 경제학자인 반면 폴은 혁신적인 사고 방식을 갖고 있다”며 “마켓 디자인과 경매연구에서 나는 항상 폴이 이끄는 연구에 참여한다고 생각했고, 그런 폴이 자랑스러웠다”고 말했다.
윌슨 교수가 밀그럼 교수와 함께 고안한 동시 다중 라운드(simultaneous multiple round) 경매는 여러 단계의 입찰 과정을 거치며 경쟁자들이 상대방의 입찰가에 대한 정보를 가늠해볼 수 있도록 고안한 제도다. 윌슨 교수는 노벨위원회에 “우리는 경매에 나온 재화를 가장 소중히 여기는 사업자가 낙찰을 받는 시스템을 고안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밀그럼 교수를 포함해 2012년 수상자인 앨빈 로스와 2016년 수상자인 벵트 홀름스트룀 모두 윌슨 교수의 제자다. 노벨위원회는 “윌슨 교수는 본인뿐 아니라 제자 중 3명이 노벨상을 받은 ‘노벨 해트트릭’을 기록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