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형'의 길 가십니까" 민주당이 진중권에 빗댄 삼국지 정체

중앙일보

입력 2020.10.13 23:12

업데이트 2020.10.14 21:37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연합뉴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연합뉴스

13일 더불어민주당은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를 맹비난하는 논평을 냈다. 여당이 정치 평론을 하는 개인을 꼭 집어 비판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특히 진 전 교수를 삼국지의 등장인물 ‘예형(禰衡)에 비유한 것도 이목을 끌었다. 논평의 제목부터 ‘진중권씨는 삼국지의 ’예형‘의 길을 가고자 하십니까?’였다.

예형은 삼국지의 수많은 등장인물 중 강한 개성을 지닌 자다. 뛰어낸 재주를 지녔으면서도 독설을 퍼부었고, 이로 인해 조조에게 미움받고 유표에게 보내졌다가 결국 황조에게 처형당한다. 역사에 짧게 왔다 갔지만, 독설가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인물이다.

논평에서 민주당 박진영 상근부대변인은 진 전 교수가 조정래 작가의 발언을 비판한 내용을 언급하면서 “진중권씨의 조롱이 도를 넘어서 이제는 광기에 이른 듯하다”고 비난했다.

하루 전인 12일 진 전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토착왜구라고 부르는 (자들은) 일본 유학을 다녀오면 무조건 친일파가 된다. 민족 반역자가 돼버린다”는 조 작가의 발언을 비판했다. “시대착오적인 민족주의 안에 잠재된 극우적 경향이 주책없이 발현됐다”면서다. 진 전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의 따님도 일본 고쿠시칸 대학에서 유학한 걸로 아는데, 조정래 선생이 설치하라는 반민특위에 회부돼 민족반역자로 처단 당하겠다”고 조소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박 부대변인은 민주당은 논평에서 “맥락을 읽지 않고, 말 한마디를 드러내어 조롱함으로써 존재감을 인정받는 전략은 진중권씨의 삶의 방식임을 잘 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부대변인은 “이론도 없고 소신도 없는 줄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예의마저 없다”며 “조정래 선생에 대해서는 예의를 갖춰주실 것을 정중히 권한다”고 당부했다.

박 부대변인은 진 전 교수를 향한 원색적 비난을 이어갔다. “최소한의 인격은 남겨두기를 바란다”,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언론이 다 받아써 주고, 매일매일 포털의 메인뉴스에 랭킹 되고 하니 살 맛 나느냐”, “명색이 학자이자 교수 출신이면서 이론과 학설이 언론에 보도된 적이 있느냐”면서다.

박 부대변인은 “품격은 기대하지도 않겠다”면서 “예형의 길을 가고자 한다면 그리 하십시오”라고 논평을 끝맺었다.

일각에선 민주당이 논평에 ‘예형’을 거론한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독설 때문에 죽임을 당한 인물을 진 전 교수에 비유한 것이 정부가 진 전 교수를 탄압하거나 입막음 하려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진 전 교수는 “조정래를 비판했는데, 왜 성명이 민주당에서 나오나. 당신들 일 아니니까 신경 끄라”며 논평에 즉각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분들이 미쳤나. 공당에서 이게 뭐 하는 짓인지”라며 “아무튼 잘 됐다. 어차피 한번은 NL 민족주의에 대해서 다루려고 했는데, 그 성명서도 묶어서 그때 함께 제대로 다뤄드리겠다”고 예고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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